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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인공와우수술
"자연의 소리까지 잡는다"

고대안암병원을 찾은 환자의 청력을 검사 중인 의료진.

나이 들면 청력도 퇴행한다. 대개 30대부터 시작돼 60대 이후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나빠진다. 난청으로 진료받는 국내 환자의 약 45%가 60대 이상이다. 소음도 청력에 손상을 준다. 노화나 소음에 의한 난청은 회복이 어렵다. 난청으로 이명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다시 깨끗하게 잘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파를 측정하는 능력이 손상된 난청이다. 귀는 깔때기처럼 주변 소리를 한데 잘 모을 수 있게 생겼다. 귓구멍 안을 보면, 귀지가 쌓이는 외이도를 지나 깊숙한 곳에 고막이 있다. 고막 안에는 이소골이란 뼈가 있는데, 들어온 소리를 달팽이집처럼 생긴 와우에 전달해준다. 와우는 소리를 분석해 청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한다. 이 과정의 일부가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들리는 소리를 구분할 수 없는 난청이 된다. 제대로 듣지 못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고 사람들과 멀어지기 쉽다.

소리를 전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 '전음성 난청'은 대부분 약물이나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귀지가 외이도에 가득 차 있거나, 감기 후 고막 뒤 공간에 물이 차는 삼출성 중이염, 고막이 뚫어졌거나, 이소골이 부러진 경우 등이다.

고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임기정 교수는 "나이가 들면 귓속도 탄력이 떨어지고 좁아져 귀지나 물이 잘 껴서 외이도염이나 고막염이 자주 생긴다"고 말했다.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발라 잘 말려주면 증상은 차츰 좋아진다. 귓속 염증으로 항생제를 복용할 때는 균주에 맞는 정확한 항생제를 쓰되, 저항성을 가진 내성균이 생기지 않도록 의사가 처방한 날까지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귓속 염증 방치하면 난청 위험!

고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임기정 교수는 "나이가 들면 귓속도 탄력이 떨어지고 좁아져 귀지나 물이 잘 껴서 외이도염이나 고막염이 자주 생긴다"고 설명했다.

외이도염이나 급성 중이염 등 귓속 염증이 바로 청력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염증을 방치해 독소나 세균이 와우까지 침범한 경우에는 치료가 어렵다. 염증이 반복되는 만성 중이염도 청력 소실에 주의해야 한다. 염증이 중이 주변 유양동이란 빈 공간까지 침범했다면 유양동 삭개술로 이곳 뼈를 잘라내야 한다. 귀 뒤쪽을 절개해 유양동을 노출시키고, 드릴로 중이 속 염증을 없앤 뒤 고막까지 새로 만들어야 한다.

임 교수는 "자신의 근막을 이용해 고막을 새로 만드는 수술로, 염증 없이 깨끗하게 청소한 공간이 다시 부드럽고 둥글게 만들어져야 청력을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귓속 염증도 초기 치료가 중요한 셈이다. 앞서 설명한 전음성 난청과 달리 와우, 청신경, 대뇌 등의 문제로 발생한 '감각신경성 난청'은 청력 회복이 어렵다. 나이 들면서 청력이 떨어진 노인성 난청과 너무 큰 소리에 혹사돼 발생한 소음성 난청이 대표적이다. 청력도 나이가 들면 퇴행한다. 대개 30대부터 시작돼 60대 이후 체감한다. 난청으로 진료받는 국내 환자의 약 45%가 60대 이상이다. 텔레비전 소리를 크게 키워 가족한테서 시끄럽다며 타박을 받고, 사람들과 대화가 어려워져 사이가 멀어져 우울해지기 쉽다.

노인성 난청의 원인은 담배와 술, 머리 외상, 약물 복용, 소음 등이다. 85㏈ 이상 소음은 청력에 손상을 준다. 100㏈에서 15분 이상 노출되면 위험하다. 임 교수는 "버스나 지하철 내 소음이 보통 80㏈인데 이런 장소에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소리를 더 키워 들으면 청력이 망가진다"고 경고했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치료해도 청각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뚜렷한 원인 없이 갑자기 발생한 돌발성 난청은 응급 질환으로, 조기에 입원해 적극 치료하면 환자의 약 30%, 그러니까 10명 중 3명 정도는 청력을 회복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조용하게 안정을 취하면서 부신피질 호르몬제, 혈관 확장 및 혈류 개선제, 대사 개선제 등 약물 치료와 함께 저염 고단백 음식으로 식단 조절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후 재활하면 정상인처럼 듣는다

정상인은 0~25㏈의 새 소리, 시냇물 소리, 눈 밟는 소리 등을 들 수 있는 청력을 갖고 있다. 부드러운 자연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25㏈ 이하 청력 소실은 청력 검사가 필요하다. 전화 통화가 어렵거나 소음 속에서 대화가 어려운 40㏈ 이상의 청력이라면 보청기를 고려해야 한다. 청력 소실로 70㏈까지 들리지 않는 경우는 보청기로도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인공 와우를 이식하는 수술을 한다.

임 교수는 "귀 뒤를 절개해 작은 동전 크기의 인공 와우를 넣어주는데 수술 흉터가 가려져 안 보인다"며 "수술 후 재활 훈련을 받으면 거의 정상인처럼 들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인공 와우와 보청기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기준이 확대돼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보청기는 귓속형보다 오픈형이 외이도를 완전히 폐쇄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다. 임 교수는 "가격이나 외관을 중시해 대충 맞춘 보청기나 증폭기는 오히려 불편하다고 느낄 수있다"며 "처음부터 자기 청력에 정확하게 맞는 보청기를 맞춰서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와우이식술처럼 보청기도 뇌신경이 새로 바뀐 소리 정보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임 교수는 "안경처럼 한번 맞추면 끝나는 게 아니라, 처음엔 소리를 약하게 듣게 했다가 1~2주마다 들리는 소리를 점차 크게 높이는 조정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파수별로 떨어져 있는 청각을 회복시켜 어느 높낮이의 소리라도 잘 듣게 하는 게 목표다. 청력이 심각하게 망가져 양쪽 귀를 거의 듣지 못하거나 보청기로 충분히 청력 재활을 했는데도 효과가 없을 땐 인공 와우 이식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선천성이라면 말을 배우는 3세 이전에 수술해야 효과적이다.

이명 환자 90%에서 난청 동반

노인의 난청 노인의 난청

난청으로 이명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외부 소리 자극이 없는데 '뚜우', '삐이', '끼이' 등 원치 않는 소리가 들리는 것. 이명은 두통, 수면장애, 우울증 등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명 환자의 약 90%에서 난청이 동반된다.

'우까닥 우까닥', '쿵쾅 쿵쾅', '쉭쉭'처럼 정맥·동맥이나 심장 뛰는 소리, 목이나 턱 관절이나 근육 등에서 나는 '두두두' 같은 소리가 들리는 혈관성 또는 근육성 이명은 스트레칭과 약물 등으로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청각 자체가 망가진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생긴 이명은 치료가 어렵다. 이명은 대개 높은 음역대의 청력 소실 현상이 같이 나타난다. 40~50대 중년에서 갑자기 이명이 나타났다면 고음에서 난청이 시작됐다는 징후일 수 있다.

이명이 생기면 청력이 나빠질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 안 들린다고 텔레비전 음향을 키우지 말고, 보청기를 착용해 청력을 개선하면 이명도 개선될 수 있다. 임 교수는 "노화성 난청으로 생긴 이명은 회복이 어려운 게 맞지만 보청기로 청력을 높여주면 이명이 덜 들리는 효과가 있다"며 "스트레스가 많고 예민할 때 이명이 심한 경우가 많으니 진정제나 마사지, 다른 좋은 소리 등으로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람 소리나 파도 소리 등을 깔아줘 이명 스트레스를 낮추는 이명 차폐기도 있다. 임 교수는 "지나치게 짜거나 단 음식, 카페인이 든 커피 등을 많이 먹으면 와우가 부풀어서 저음이 잘 안 들리는 난청이 생기곤 한다"며 "채소와 과일, 물을 많이 드시고 큰 소음과 스트레스를 피하라"고 조언했다.

  • EDITOR: 이주연
  • PHOTO: 김성남,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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