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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관리 '네비게이션' 연속혈당측정기
AI가 알아서 척척! 인공췌장 시스템

이다영 교수(1)

고려대 안산병원 내분비내과 이다영 교수.

당뇨병 관리의 핵심은 '혈당 조절'이다. 문제는 그게 참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이 매년 실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성인 당뇨 환자의 75% 정도가 혈당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3대 혈관 지표인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을 목표 수준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환자는 89%에 달했다. 그렇다면 이런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당뇨병 환자들 사이에서 기대를 모으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공췌장에 대해 고려대 안산병원 내분비내과 이다영 교수와 함께 알아봤다.

혈당 재는 방법을 알려 달라.

현재는 손끝에서 간단한 채혈을 통해서 혈당을 잴 수 있는 자가혈당측정기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아주 소량의 혈액만 있어도 몇 초 내에 혈당을 잴 수 있어서 원할 때 즉시 혈당 확인이 가능하다.

손끝을 찌르지 않고도 24시간 혈당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던데.

연속적으로 혈당 측정이 가능해서 24시간 동안 혈당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CGM)라는 게 있다. 5분마다 반복해서 혈당 값을 측정하는데, 핸드폰이나 수신기를 통해서 바로 확인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축적된 혈당 값을 그래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나는지, 어느 시점에 저혈당이 나타나는지, 운동 전후 혈당 변화 추이 등 아주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자가혈당측정기와 연속혈당측정기의 차이점이 뭔가.

채혈침으로 손가락 끝을 찔러 피를 한 방울 낸 뒤, 스트립에 묻혀 혈당을 측정하는 게 자가혈당측정기다. 손끝을 살짝 찌르는 방식이지만 매번 할 때마다 아프다. 때문에 자주 측정하기에는 번거로운 부분이 있다. 하루에 많이 측정하면 6번 정도인데 전체적인 혈당의 윤곽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반면 연속혈당측정기는 피하에 삽입된 센서를 통해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를 반복적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따로 손가락을 찌를 필요가 없이 24시간 동안 전체적인 혈당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고, 30분 후 혈당 범위를 예측해주기도 한다. 자가혈당측정이 당뇨병 관리에 있어 '나침반과 지도'라고 한다면, 최근에 나온 연속혈당측정기는 '네비게이터' 라고 할 수 있다.

원리가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인 손끝에서 혈당을 측정하는 자가혈당측정기는 모세혈관 내 혈액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한다. 반면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부에 부착해 피부 바로 밑 혈액이 아닌 피하 조직의 세포 사이에 있는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엄밀히 말하면 '연속혈당측정'이 아니라 '연속포도당농도측정'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포도당은 혈액에 먼저 갔다가 세포 간질액으로 들어가므로 손끝 혈당에 비해서 연속혈당 측정기에서의 포도당 농도는 5~15분 지연된 결과를 보인다. 따라서 혈당을 빨리 올리는 음식을 섭취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에는 연속혈당측정기의 혈당 값이 실제 혈당수치보다 낮을 수 있다.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이 어렵지는 않나.

처음에 사람들이 센서를 팔 뒤나 배 등에 부착하는 걸 두려워하기도 하는데 한번 해보면 통증이 거의 없어 안심하곤 한다. 또한 부착해도 내 몸에 달려 있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고 샤워나 목욕, 수영을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 현재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종류는 간헐적으로 센서에 스마트폰을 스캐닝 할 때만 혈당을 보여주는 간헐적 연속혈당측정기(프리스타일 리브레)와 실시간으로 혈당을 수신기(핸드폰)로 전송해주는 실시간 연속혈당측정기(덱스컴 G6, 가디언 커넥트)다.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 변동성이 중요한 이유가 뭔가.

그동안 많이 알려진 혈당 관리 지표로는 당화혈색소가 있다. 최근 2~3개월 동안의 평균적인 혈당을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측정시점 전후 혈당 변화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혈당 변화 형태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안정적으로 완만한 형태의 혈당 변화를 보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스파이크가 나타났다가 다시 급격하게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당화혈색소로 측정한 평균 혈당만 보면 두 사람 모두 '괜찮다'고 해석할 수 있는 거다. 혈당 변동성이 커지면 산화 스트레스나 염증, 여러 가지 당뇨병과 관련된 합병증을 야기할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혈당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저혈당의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도 되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중증 '2형 당뇨병' 환자도 보험 혜택 필요

연속혈당측정기
센서에 스마트폰을 스캐닝 할 때만 혈당 수치를 보여주는 간헐적 연속혈당측정기(프리스타일 리브레) 수신기 화면.
연속혈당측정기의 단점은 없나.

연속혈당측정기는 자가혈당측정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단점이다. 10일 혹은 2주마다 기기나 센서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진입 장벽이 높다. 다행히 평생에 걸쳐 인슐린 다회요법을 유지해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는 건강보험이 적용이 돼 이전에 비해 부담이 좀 줄었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는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당뇨환자의 90% 이상은 2형 당뇨병인 점을 고려했을 때, 실제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매우 한정적이다. 또 피부에 부착하고 있다 보니 피부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

혜택을 넓힐 수는 없나.

1형 당뇨병 환자는 평생 하루 3번 이상 인슐린 투여를 지속해야 하므로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은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합병증 및 저혈당 발생 예방에 효과가 있어 1형 당뇨병 치료에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2형 당뇨병 환자의 비율은 훨씬 높으나 당뇨병의 치료 방법이 경구혈당 강하제부터 인슐린투여 횟수도 하루 1회에서 4회까지로 다양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이들을 모두 동일한 형태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중증도에 따른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 연속혈당측정기를 포함해 인슐린펌프 등의 최신 기술의 적극 활용을 골자로 한 개정 진료 지침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모든 1형 당뇨병 성인에게 혈당을 조절하고 저혈당 위험을 낮추기 위해 실시간 연속혈당측정기의 사용을 권장하는 부분이다. 또한 다회인슐린주사요법을 하는 2형 당뇨병 성인은 혈당조절을 위해 실시간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AI 알고리즘 정밀도, 안전성·가치 좌우

이다영 교수(2)
이 교수는 "평생 하루 3번 이상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연속혈당측정기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인공췌장이란 무엇인가.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호르몬 분비가 안 되거나, 인슐린 호르몬이 제 기능을 못 하면서 발생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정상 췌장을 이식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췌장 이식술은 뇌사자의 췌장을 받기가 어렵고 이식 후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투여되는 면역억제제 등이 당뇨병 재발의 원인이 되거나 이식된 췌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등의 부작용이 존재한다. 다행히 최근 기술이 발전하면서 췌장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인공췌장'의 개념이 등장했다. 췌장의 역할을 하는 기계인데, 바로 '인공췌장 시스템(Artificial Pancreas System)'이다.

핵심 기술이 인공지능이라던데.

인공췌장의 핵심은 4가지다. 실시간 혈당을 측정하는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을 주입하는 '인슐린 펌프',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그리고 '환자의 의지'이다. 연속혈당측정기가 측정된 포도당 농도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보내면 포도당 농도에 따라서 주입되어야 할 인슐린 농도가 계산되고, 이 수치가 인슐린 펌프로 전송돼 인슐린을 주입하거나 주입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이 알고리즘의 정밀도가 인공췌장의 안전성과 가치를 좌지우지한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췌장의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하진 못하고 있지만 혈당 수치에 따라 인슐린 투여 용량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음식 섭취 시 투여되는 식전 인슐린(Bolus Insulin)의 경우 환자의 개입이 필요한 형태의 인공췌장 기능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인공췌장 시스템(artificial pancreas, closed-loop system)의 인슐린 펌프가 국내에도 도입이 되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식전 인슐린 주입도 자동화한 진보한 형태의 인공췌장 시스템이 등장했으며, 인슐린뿐만 아니라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 호르몬까지 투여할 수 있는 '듀얼 호르몬(Dual Hormone)' 기기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 EDITOR: 장치선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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