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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유방암,
다학제와 표적항암 치료로 환자 생존율 높인다

서재홍 교수

유방암 최신 항암치료 전문가인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서재홍 교수.

최근 유방암은 다른 질환에 비해 발병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저출산과 만혼(晩婚)의 시대에 유방조직의 돌연변이 가능성과 전이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종전의 수술법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유방암에 걸린 환자들도 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서재홍 교수를 만나 난치성 유방암에 대한 최신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중 가장 흔한 암으로, 전체 여성암의 20.3%를 차지한다(2017 보건복지부 국가암등록사업 보고). 세계적으로는 여성암 중 가장 높은 사망률(15%, 국제암연구소IARC 2018)을 보일 정도로 위험한 질병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서재홍 교수는 "1990년대 후반만 해도 발병률이 그리 높지 않았고 대중적 관심도 많지 않았지만, 10년도 지나지 않아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호발암으로 알려질 정도로 증가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고 말한다.

20년 넘게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서 교수에 따르면 여성의 생리 기간이 길어지면 유방 조직에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암이 발생할 확률이 커지게 된다.

유전자 돌연변이는 양측 유방 전절제술을 받은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를 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다. 안젤리나 졸리는 BRC1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생긴 경우다. 원래 BRC1 유전자는 세포 내 유전자 손상을 복구하고 종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생기면 유방암 발병률이 80~9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이에 대한 예방적 조치로 유방 전절제술을 받았다. 서 교수는 "BRC1 유전자는 유방암뿐 아니라 난소암과도 관련이 있는데, 80세까지의 유방암 발생 위험도는 72%, 난소암은 44% 정도다. 우리나라도 생활 패턴이 서구화되면서 유방암이 발생하는 특성도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유방암 예방법 이미지

국내 최초 다학제 암치료 도입

유방암 발생 원인이 이처럼 복잡해지고 완치가 힘들어지자 다학제 진료로 혁신적인 치료방식을 찾으려는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서 교수가 유방암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 때는 2000년대 중반이다. 특히 2007년 미국 연수 중 암환자 치료에 다학제적 접근법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암환자 치료에도 도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009년 귀국 후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암 다학제 진료를 시작했다.

"항암치료를 맡는 종양내과, 수술을 하는 유방내분비외과, 방사선 치료를 하는 방사선종양학과를 비롯해 영상의학과·병리과·성형외과·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핵의학과 등 많은 의사들이 한꺼번에 모여야 하는데 대학병원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진료의 수준을 높이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다학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선제적으로 다학제 치료를 시작하자 국내 다른 의료진과 환자들과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2018년부터는 국내의 모든 암 치료에 다학제 치료가 제도적으로 권고됐고, 지금은 암환자 치료를 다학제 치료로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가 됐다."

서재홍 교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전문가그룹이 서로 논의하고 상의해 최선의 치료를 도출해내는 것이 다학제 치료의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유방암의 전형적인 형태, 즉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면 되는 환자라면 다학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암의 특성이 교과서적으로 나오지는 않을 정도로 형태가 변형된 환자, 암의 특성이 복잡하거나 특이한 환자에게는 다학제 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의료진이 충분히 상담하고 다학제 치료를 적극 권하고 있다."

최근 서재홍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혁신 의료기술 플랫폼 고도화 사업'의 총괄 책임을 맡아 중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8년 6개월에 걸쳐 다양한 연구를 총괄하게 되는데, 특히 주목을 끄는 연구가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 개발'이다. 삼중음성유방암은 현대 의학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난제 중 하나로, 확실한 치료제가 없어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예전의 항암 치료를 반복하며 부작용에 맞서고 있는 중이다.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 연구개발 총괄

서재홍 교수
유방암 다학제 치료와 표적항암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서재홍 교수.

"유방암은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먼저 호르몬수용체가 있는 유방암은 예후가 좋고 전체 환자 중 60~70% 정도를 차지한다. 그리고 20% 내외를 차지하는 HER2 양성 유방암이 있는데 암세포가 잘 증식하고 죽지 않지만 근래에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10~15% 정도의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다. 삼중음성유방암은 호르몬수용체 두 개(ER, PR)와 HER2수용체 등 세 개가 없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재발률이 높고 악성도도 높아 유방암 중 가장 예후가 좋지 않다. 호르몬 치료가 되지 않고 표적치료제도 없어서 수술과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밖에 방법이 없다. 많은 치료제가 임상 단계 중에 실패했고 세계적으로도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가 전무한 상황이지만, 우리의 수준 높은 임상 실력과 IT(정보기술)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혁신 의료기술 플랫폼 고도화 사업을 수주한 직후, 그의 연구팀을 비롯해 서울대 약대팀, 고려대 화학팀, 포항공대 화학팀 등 여러 팀과 난치성 암질환에 대한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전문가들 중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강재우 교수는 신약 개발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다. 함께 연구하고 있는 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 아직 표적이 알려져 있지 않아 무엇을 표적으로 신약을 개발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강 교수의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 개발 플랫폼은 표적 없이도 화합물을 조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크게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지속적으로 슈퍼컴퓨터를 통해 13억 개의 화합물 중 효과가 있는 화합물을 검증하고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후보 화합물을 비교하며 독성이 적고 효과가 있으면서 약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을 유도체로 만들고 있다. 현재는 전임상 준비 단계 중이고, 몇 년 이내에 임상 단계까지 갈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난치성 유방암 정복 위한 신약 개발

고려대 구로병원 서재홍 교수는 "현재 3~4개의 후보 화합물 중 금년 중에 1~2개 정도의 전임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신약 개발을 통해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이 치료 부작용이나 재발의 힘겨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연구팀이 밤낮을 바꿔가며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의사의 책무이고, 신약 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는 그러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 EDITOR: 이종철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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