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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뿐 아니라 일상에도 적용되는 스포츠의학

2007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정 교수는 고려대 의과대학 정형외과학교실 교수와 고려대 체육위원회 야구부장을 역임했다. 정 교수는 ISAKOS(세계스포츠관절경학회) 정회원과 대한정형외과 초음파학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대한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팀닥터로도 활약하고 있다.

정 교수는 스포츠의학의 역할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모든 근골격계 질환에서 운동요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스포츠의학은 근골격계 이상을 느끼거나 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운동요법과 비수술적인 치료를 통해 일상으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분야다."

정 교수가 이끌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스포츠의학센터는 2009년에 문을 열었다. 이 센터에는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신경외과, 내분비내과, 순환기내과, 류마티스내과, 종양혈액내과 등 각 분야 전문의와 스포츠의학사, 운동처방사, 물리치료사, 운동연구사 등이 협업하고 있다. 이곳에는 각종 유산소 운동장비, 운동 부하 검사 장비, 근력측정기 등 최첨단 장비가 있다. 이 센터는 매년 국제학회와 국내학회에서 관련 분야 연구를 발표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한관절경학회 우수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스포츠의학센터에 상주하는 교수진이 6명, 운동치료사는 3명이다. 사실 우리나라 상황에서 대학병원급에서 이 정도 규모로 스포츠의학센터를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전문 클리닉답게 이곳에서는 현재 고려대 운동선수들을 포함해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부상당하기 쉬운 무릎, 어깨, 발목, 허리 등의 스포츠 손상에 대한 관리와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박성현 선수를 비롯해 미국프로골프(PGA) 양용은 선수, 남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선수들의 재활을 담당했다. 스포츠계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이 센터에서 일하는 장기모 정형외과 교수는 축구 국가대표팀 주치의를 맡고 있다.

'스포츠의학센터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가'라고 묻자 정 교수는 지역 주민과 유소년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유소년, 청소년의 부상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싶다. 그동안 많은 부분이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돼 있었다. 이제는 운동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고려대 야구부장으로 선수들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학교나 지역 유소년 선수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개인 상태에 따른 최적 운동처방 특화

스포츠의학센터가 요즘 운동선수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일반인과 당뇨병, 비만, 암 등의 만성질환에 대한 맞춤형 운동치료다.

질환과 증상에 따라 사용하는 약이 다른 것처럼 운동치료 역시 개인별로 건강이나 체력에 따라 다르게 처방해야 한다. 운동의 빈도부터 강도, 종류, 시간, 점진율 등을 개인별로 맞춤 처방을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개인의 상태와 체질에 따른 적절한 운동은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거나 바로잡는 데 효과적이다. 적절한 운동처방은 지방세포를 없애고 고지혈증을 예방한다. 콜레스테롤을 정상 수치로 되돌리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혈압을 낮춰준다. 비만과 지방간 예방에도 좋다. 척추질환으로 인한 요통과 어깨결림·통증을 완화하고 뇌에 적당한 자극을 줘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우울증 등 각종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등산이나 달리기 같은 야외 스포츠 활동과 필라테스, 퍼스널 트레이닝(PT) 등 실내 활동에 이르기까지 운동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이에 안암병원 스포츠의학센터에도 최근 들어 관련 상담이나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센터는 개인별, 상황별로 맞는 최적의 운동 프로그램을 처방한다. 또한 예전과 달리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건강관련 정보를 습득하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 일방적인 전달이나 정보제공보다는 왜 이런 프로그램을 처방했는지를 설득력있게 설명하며 환자와의 소통에도 노력한다.

노년층에도 맞춤형 운동프로그램 제공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년층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각종 질환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이 질병을 이겨내고 건강한 삶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스포츠의학센터의 운동처방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스포츠의학센터는 노년층을 위한 맞춤형 운동프로그램도 갖추고 있다. 정 센터장은 "요즘 노년층 건강에서 가장 큰 관심은 근감소증"이라며 "나이가 들어도 근육을 유지할 수 있는 운동법을 처방하는데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면 노년층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유연성이 감소하면서 균형 감각이 떨어진다. 따라서 스포츠의학센터에서는 노인들에게 뼈 근골이 약해져서 골절을 당하는 경우를 방지하도록 낙상 방지 운동이나 팁을 알려준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최근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홈트'(홈 트레이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다양한 운동 방법을 여러사람이 소개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운동법에서 가장 중요한 본인 상태 진단이 빠져 있다. 아무리 좋은 운동법이라도 내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추천하는 운동수준(횟수)을 감당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이다. 매일 운동을 마치고 난 후 간단한 내용을 기록하면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량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전반의 스포츠의학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예전에는 스포츠의학도 수술 중심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재활이나 예방치료, 맞춤형 프로그램에 관심이 높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을 바탕으로 학문적인 융합작업도 활발하다. 특히 수술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재활 시스템이나 프로그램 부분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일본의 경우 사회인 체육이 발달해 스포츠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병의원들이 유소년팀부터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