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도 방치하면 위험
"코 고는 소리, 숨소리 잘 들어야"
아이들에게 호흡기·알레르기 질환은 흔한 질환이다. 그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기보다는 "그냥 감기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병원에 가기를 꺼리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문제는 아이들이 자칫 위험한 질환에 방치될 수도 있다는 것.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원희 교수에게 소아 호흡기·알레르기 질환의 위험성과 대처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소아 호흡기 질환으로는 기침과 콧물을 보이는 상기도 감염이나 부비동염 등이 흔히 알려져 있다. 대부분 기침, 콧물,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간과하기 쉬운 질환이 있다. 비감염성 질환으로 수면 중 호흡 장애 같은 질환이다. 아이들이 잠을 잘 때 코를 조금씩 고는 정도라 부모들이 질환으로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가 잠을 잘 때 너무 심하게 코를 골거나 숨소리가 이상하면 한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서 교수는 부모들이 발열과 기침뿐 아니라, 아이들이 뭔가 불편해 보이는 증상이 있다면 가볍게 보지 말고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서원희 교수는 소아 호흡기 질환에 대해 "한번 놓치면 자칫 병을 크게 키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가벼운 감기 증상이더라도 아이가 평소보다 더 많이 보채고 잘 달래지지 않는다면 더 심한 상황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간과하지 말고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 1세 미만 유아의 경우 기침, 콧물 증상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으로 보이더라도 급성 호흡기 감염 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 교수의 이야기다.
"코로나19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감기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 방문을 꺼린다. 그러다 보니 호흡기 질환이 의심돼도 병원에 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파도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만 1세 미만이라면 평소 건강 상태 확인이 매우 중요하다."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알레르기 행진'
어린아이의 기도는 어른보다 좁다. 기관지염이나 모세기관지염이 발생해 기도가 부으면 그렇지 않아도 좁은 통로가 더 좁아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점점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나기도 한다.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아이들은 비염이나 천식 증상이 쉽게 악화해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치면 위험한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 보통 알레르기는 우유, 달걀, 집 먼지, 곰팡이, 개 털, 고양이 털, 나무 화분(이른 봄), 잡초 화분(가을) 등이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물질이지만, 특정인의 몸에 들어가면 비정상적인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을 말한다. 심하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런 물질을 알러젠(Allergen, 알레르기의 원인 물질)이라고 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다른 연령군에 비해 어린아이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고, 또 매우 흔한 질환이다. 영·유아기에는 알레르기의 발생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 시기에는 주위 환경뿐 아니라 식품 환경도 알레르기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성장하면서 알레르기의 증상이 달리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데 이를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한다. 대부분 아토피의 소인을 가진 소아에게서는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알레르기의 첫 증상은 1개월 전후해 우유와 같은 식품에 의해 나타난다. 대부분 설사와 구토, 복통 증세를 보인다. 생후 2개월에 접어들면서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생후 3~4개월부터는 세기관지염을 보이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돌 이후에는 천식과 구분되지 않는 천명 기관지염이 나타나다가, 4세를 전후해 전형적인 천식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아이들에게서는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식품과 주위 환경에 따라 시기에 차이를 보이지만, 대체로 70% 정도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호전된다. 그리고 나머지 20~30%의 아이들은 성인기까지 증상이 이어지기도 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치료 약제의 사용에 많은 제한이 따르는데, 이는 간 기능 미숙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다.
의사와 상의 없이 약 중단은 위험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약 복용을 의사와 상의하지 않고 중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요즘처럼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바깥나들이나 활동량이 줄면서 상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
천식 치료를 받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2~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방문해 상태를 진단받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물을 조절해야 한다.
알레르기와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있는 아이들에게 공기 청정기로 집안 공기를 깨끗이 하는 것은 집먼지진드기의 수를 감소시킬 수 있어 증상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오존을 발생시키는 청정기는 기관지 과민증을 악화시키므로 천식을 앓고 있는 아이에게는 부적절하다.
환자의 증상이 특정 항원으로 인해 생긴 것이 확실하며 아이의 환경에서 항원을 피할 수 없는 경우 면역 요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면역 요법은 일반적으로 꽃가루가 원인이 된 알레르기 비염 및 천식, 집먼지진드기에 의한 천식, 벌에 쏘이면 아나필락시스(항원·항체 면역 반응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 반응)가 나타나는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다. 반면에 음식물이나 곰팡이에 의한 알레르기 질환에는 별 효과가 없다.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으로는 알레르기 비염·결막염·부비동염, 기관지 천식, 과민성 폐 장염 등이 있고, 피부 알레르기 질환으로는 두드러기·혈관부종·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접촉 피부염 등이 대표적이다. 위장관이나 심혈관계에도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 국가와 사회 역할 중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누구에게나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아이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서 교수는 아이들이 마스크 착용을 힘들어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은 숨쉬기가 힘든 KF94보다는 KF80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비말 마스크도 가능하다.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을 철저하게 한 상태에서 공동생활을 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지 않고 집에 머무르는 것을 권장한다."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는 시기는 최소 3살 이상이다. 그 이하의 아이들은 모임 자체를 자제하고 공동생활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사회 전체가 생활습관을 지키는 데에 코로나19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의 감염성 호흡기 질환 자체가 많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도 가정에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를 강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서 교수는 맞벌이 가정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가 아플 때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와 사회적 차원에서 맞벌이 부부를 위한 아이의 코로나19 방안과 감염 질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 10명 중 4명은 10대 이하
10대 이하의 어린이 환자가 호흡기·알레르기 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기관의 불완전한 발달로 성인보다 증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4~2018년 최근 5년간 호흡기·알레르기 질환의 대표 질환 중 하나인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의 진료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진료 인원은 2014년 637만여 명에서 2018년 703만여 명으로 연평균 2.6% 증가했다. 특히 2018년 연령대별 진료 현황에서 10대 이하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265만8,641명으로 37.8%를 차지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30대가 92만1,360명으로 13.1%, 40대가 88만3명으로 12.5% 순이었다.
최근 5년간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환자 진료비도 연평균 6.6% 늘었다. 2018년 알레르기 비염 환자 1인당 진료비는 7만2,890원으로 나타났으며, 1인당 진료비는 10대 이하 환자가 8만8123원으로 가장 높았다. 80대가 7만1230원, 70대가 6만9,122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 EDITOR: 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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