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의 아이들 '천식 알레르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천식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운 털인형과 약물치료용 흡입기.
알레르기 질환은 '환경 질환'이라고도 불린다. 일상생활 속 수많은 오염물질이 발생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집 안팎의 곰팡이 농도, 주거단지 전체의 미세먼지, 집안의 독성물질도 천식이나 아토피를 유발할 수 있다. 여기에 요즘 소아환자를 보는 전문의들에겐 또 다른 고민이 더해진다. 코로나(COVID-19) 대유행으로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라 실내 환경오염이 알레르기질환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이나 과체중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실외활동의 제약으로 운동부족을 겪으면서 체중이 증가하고 천식은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소아 천식 알레르기 전문가인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영 교수(천식환경보건센터장)를 만나 소아 천식 원인과 예방법을 알아봤다.
유 교수는 일찍이 소아 천식 환자의 우울감에 관심을 갖고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는 "알레르기 질환은 꾸준한 노력으로 긴 시간의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관리나 치료 과정에서 많은 환자들이 극복 의지를 잃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천식과 아토피피부염 등 만성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환자들 중엔 여러 가지 이유로 적극적인 대외활동이나 운동 등에 소극적이고 질병으로 인한 잦은 학교 결석으로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삶의 질의 저하가 우려되는 가운데, 특히 활발한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 소극적인 성격이나 우울감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식의 주요 발병 원인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영 교수(천식환경보건센터장).
천식은 소아의 대표적인 알레르기호흡기 질환이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생길 수 있는데, 최근에는 환경적 유발요인에 노출로 질환자 수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실내 환경 요인에 따른 천식 발병도 빈번하다.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현대인의 변화된 생활상에 따른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이 집먼지 진드기나 반려동물의 털비듬이다. 집먼지진드기는 가장 흔한 알레르기 원인으로 주로 침구류, 옷, 소파, 털인형 등에 많다. 근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에 의해 알레르기질환이 생기는 환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알레르기질환의 발병과 관련된 또 다른 실내환경 요인은 흡연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레르기질환의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소아의 가정 내 실내공기 오염도는 대조군 가정 보다 더 심각하다. 실내공기 오염이 소아 알레르기 질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외에서도 대표적인 알레르기 원인물질로 꼽히는 꽃가루 양이 더 많아지고 노출 기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 근래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식물의 개화기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실외의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또한 알레르기 질환의 유병률과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생 전후 산모의 대기오염 노출은 면역불균형을 초래하기 쉬워 추후 알레르기 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천식은 완치되는 질환인가.
천식 치료에서 완치라는 표현을 쉽게 사용하지 않는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천식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관해되었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관해 상태 이후에도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완치'보다는 질환이 완화된 상태를 의미하는 '관해'라는 표현을 쓴다. 소아 환자의 경우 대체로 사춘기를 지나면서 많은 수에서 관해가 온다. 하지만 성인기 이후에 다시 재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질환이 관해되었다고 하더라도 꾸준한 환경관리나 예방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치료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가능하다면 의료기관을 찾아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꾸준한 환경 관리가 치료의 관건
천식치료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다면.
많은 보호자들이 장기적인 스테로이드제 사용에 대한 부담을 갖곤 한다. 특히 자주 묻는 질문이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물론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면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적정 용량의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투여 또한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인 기관지를 통해 직접 흡입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허용된 용량 안에서 적절한 투여는 성장에 대한 영향이 미미하며, 오히려 심한 천식에서 치료를 하지 않고 폐기능 저하를 방치하는 것이 키 성장 저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예방법은 무엇인가.
알레르기 질환은 알레르기 유발요인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임상 현장에서도 환자와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한 회피 교육에 신경을 크게 기울이고 있다. 집먼지 진드기와 같은 실내 알레르기 유발 요인은 관리를 통해 어느 정도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침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더운 물에 삶아 빨고 햇볕에 말린다. 물걸레 청소를 자주 해야 한다. 먼지가 많이 나는 담요나 불필요한 털인형 등은 가급적 줄인다" 등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환자들에게 자주 주지시키는 것은 도움이 된다. 어쩌면 '잔소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알레르기 질환 관리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한편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활동 감소로 과체중이나 비만이 점차 늘고 있는데, 이 역시 천식이나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더욱 심하게 되고 잘 조절되지 않는 원인이 된다.
천식환경보건센터의 예방교육은 얼마나 효과가 있나.
우리 병원에서는 알레르기 환자들에 대한 환경관리 예방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알레르기 환경관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다. 단순히 말로 전달하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환경관리를 기억하고 숙지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환경관리 교육을 받는 환자와 보호자는 가상의 공간에서 각종 알레르기 원인물질 노출 환경을 체험하게 된다. 가상의 공간에서 알레르기 유발요인이 우리 생활 속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를 눈으로 보고 확인한다.
말이나 책자를 통한 기존의 교육에 비해 질환 인식도나 장기 기억력이 향상되고, 무엇보다 보호자와 환자 본인의 실천 의지가 강해진다. 특히 소아 환자들의 경우 일반적인 책자나 구두로 교육하는 것보다 생활습관이 크게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환경관리가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집안 구석구석에 얼마나 많은 집먼지진드기가 있는지 시각적으로 체험했을 때 개선 의지가 더욱 강해진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환경관리 교육
유 교수는 천식을 포함한 알레르기 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과 관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면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데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고려대 안암병원이 운영하는 '가상현실을 이용한 알레르기환경관리교육'은 천식환경보건센터의 의료진 외에도 각 분야의 여러 전문가가 고심해 개발한 프로그램이라 자신했다. 그는 이어 치료 과정에서도 다양한 주의점을 제시했다. 특히 소아청소년 천식환자의 경우, 민감한 시기에 알레르기 질환은 쉽게 낫지 않는 만성질환이라는 면에서 자칫 정서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유 교수는 소아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안암병원의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오랫동안 실행하고 있다.
소아 천식 환자를 위해 참신한 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데.
다양한 교육방법으로 환자들에게 접근하려 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활용한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제대로 치료를 받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실천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반대로 치료를 소홀히 하거나 잘못된 환경관리를 하면 포인트가 감소하는 식이다. 소아환자들의 경우 게임을 통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실천의지가 크게 강화된다. 천식은 단기간에 치료되는 질환이 아닌 만큼 장기간 의지를 갖고 질환을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캠프 등 원외 프로그램도 활성화 돼 있는가.
생활습관 개선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맑은숨캠프'다. 2박 3일 정도 전문 의료진과 함께 생활하며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리방법을 체득한다. 캠프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실제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알레르기질환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성한다. DIY공기청정기 만들기, 천식 보드게임, 릴레이 환경오염을 '몸으로 말해요' 게임, 자연물을 이용한 천연방향제, 공기정화화분 만들기, 전문의 알레르기 강의 등 환경오염에 대한 이해까지 폭넓게 얻을 수 있게 한다. 이밖에 '북한산 국립공원 캠프'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프에는 알레르기질환 어린이 및 보호자가 함께 참여하므로 인형극, 그림그리기, 등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런 프로그램의 또 다른 장점은 소아환자들의 정서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소아 환자들의 경우 또래사회에서 위축되거나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기 쉽다. 심하면 우울감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단체 캠프는 소아환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질환을 가진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교감하고, 용기를 얻고 나아가 질환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장기자랑이나 각종 발표회를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하도록 한다. 캠프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인력이나 기획에 적잖은 품이 들어간다. 하지만 소아환자의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많은 의료진이 돕고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규칙적 운동으로 우울감 떨쳐내길
최근 캠프 진행요원으로 참여한 '그린타이거즈'의 한 학생은 자신이 어린 시절 맑은숨캠프의 참가자였다. 당시 캠프 참여 경험이 천식을 극복하고 건강해진 성인으로서 다시 자신과 같은 어린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유 교수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교과서에는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객관적인 방법이 나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의료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는 모두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개인이다. 초등학생만 되어도 저마다 처한 환경과 지닌 특성이 다르다."
그러면서 '빙상 꿈나무'를 꿈꾸던 소아환자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천식 환자의 경우 빙상장에서 찬 공기를 맞으며 훈련을 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고 때로는 발작까지 이어진다. 이때 어떤 의사는 아이에게 '질환이 악화되니까 피겨 스케이팅은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꾸준한 치료와 적절한 관리를 한다면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은 모두 다 할 수 있으며 이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의사의 일"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심신이 위축된 요즘 알레르기질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비만과 우울감을 떨쳐내고 어린이들이 더욱 건강해지기를 소원한다"고 했다.
- EDITOR: 박정연
- PHOTO: 김도균,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