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치료 성공률 높이는
전방위 다직종 진료
고려대 구로병원 위암 다직종 치료팀이 모여 환자의 치료방침을 논의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위암의 국제 표준치료법을 만들어 온 기관으로 손꼽힌다. 1990년대부터 진행성 위암 치료를 잘하는 병원으로 정평이 나있다. 고난이도 위암치료의 수술 및 항암 사례 데이터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축적한 병원이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고려대 구로병원은 다국적, 다기관 연구(CLASSIC trial)에 참여해 현재 2, 3기 위암 표준치료를 확립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2021년 발표된 '위암에서의 선행화학요법 치료 효과'를 입증한 다기관 연구(PRODIGY trial)에도 참여하는 등 국내외에서 진행성 위암 치료를 선도해오고 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위암 생존율을 끌어올리는데 주축이 되어 온 고려대 구로병원 위암치료팀의 노하우를 고려대 구로병원 위장관외과 장유진 교수로부터 들어봤다.
건강검진에서 내시경으로 위암 진단을 받은 박 모씨(50 남). 박 씨는 비교적 초기에 발견됐지만 내시경으로 절제하기에는 어려운 상태로 고려대 구로병원 위장관외과에 내원했다. 박 씨는 위암 다직종 진료를 통해 여러 진료과 의료진과 논의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복강경 수술과 추가적인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수술 이후 영양사 상담을 통해 수술 이후 식이 관리도 수월하게 진행해 회복이 빨랐으며 2기 위암으로 진단돼 종양내과에서 추가적인 항암치료를 받았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정기적으로 경과를 관찰하며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다.
'진행성 위암' 협진으로 끌어올린 생존율
고려대 구로병원이 위암 수술 잘하는 병원, 특히 치료가 어려운 진행성 위암 수술을 잘하는 병원으로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내 최고 위암 수술 권위자인 목영재 위장관외과 교수가 있었다. 지금은 정년 퇴임했지만 목 교수는 국내 위암 수술 1세대 명의로 불리며 고려대 구로병원에 국내 최고 위암 치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초기 위암은 뛰어난 수술 실력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진행성 위암은 수술과 항암치료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야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근치적 수술 이후에도 50% 정도가 재발하는 3기 환자들의 생존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2008년부터 외과와 종양내과가 매주 모여 긴밀히 협의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진행성 위암 환자들의 생존율이 점차 향상됐다.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진행성 위암 환자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의료진과 전문간호사, 영양사 참여하는 '위암 다직종 치료'
국가에서도 다학제 진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환자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 의료 수가를 2019년 4월 신설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2008년부터 11년간 쌓아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학제 진료를 치료에 본격적으로 적용해 왔다. 특히 다학제 치료를 넘어 '다직종 치료'를 실현하며 위암 환자들의 치료 성공률과 생존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명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함께 논의해 치료 방향을 정하고 적용하는 다학제 치료는 그동안 많이 알려져 있었다. 이와 달리 '다직종 치료'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전담간호사, 영양사 등 병원 내 다양한 직종이 함께 논의해 치료 효과와 생존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통상 위암 다학제 치료에는 위장관외과,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등이 참여한다. 고려대 구로병원에서는 이들 진료과들이 긴밀하게 협진하고 전이 환자 치료 성과를 높이기 위해 타과의 다학제 진료와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전문 간호사와 영양사도 환자의 수술 전후에 적극 참여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위암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각 팀의 역할이 잘 세분화돼 있는 것이다. 소화기내과에서는 위암의 진단, 초기 위암의 내시경적 절제를 담당하고 있으며 위장관외과는 위암 치료에 필요한 모든 수술적 기법과 수술 후 보조 경구 항암치료를 책임지고 있다.
종양내과에서는 수술 후 보조 정맥 항암치료 및 재발환자, 4기 환자의 항암치료 및 완화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치료 방법의 결정과 치료 효과 판정을 위해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방사선 종양학과, 병리과 의료진들이 한 팀으로 진료를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위암 치료를 받는 모든 환자는 암센터 전문 간호사와 영양사로부터 수술 후 식이가 진행될 때 교육을 받게 된다.
위암환자 생존율, 삶의 질 향상시키는 '위암 다직종 치료'
위암 수술 후 4주 이내, 늦어도 8주 이내에는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외과 의사는 수술을 잘해서 합병증 발생을 줄이고, 환자는 식이조절을 잘해서 흡인성 폐렴이나 지연성 위 배출 장애의 발생을 줄여 최대한 빨리 전신 상태를 회복시켜야 한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제때에 시작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 간호사와 영양사의 전문적인 교육은 환자의 회복과 항암치료 지속에 꼭 필요하다.
초기 위암, 특히 1~3기 위암 환자의 초기 치료는 위암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진행된다. 위암 환자 치료와 진료에 다수의 전문가가 모여 고도의 결정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환자가 재발한 경우이거나 진행이 많이 된 상태에서 장 폐쇄, 간 담도계 이상, 복수 등의 난치성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에서는 이런 경우 각각의 환자의 검사 결과와 치료 결과에 대해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모여 심도 있는 토의를 진행한다. 각 진료과의 최신 진료 및 연구 동향 등에 대한 토론도 자유롭게 이어져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위암팀이 특히 중요하게 논의하는 환자는 완치가 불가능한 4기 위암 환자와 위암 수술 시행 후 재발한 환자 중 복막 전이 환자다. 위암의 경우 전체 재발, 전이의 약 40% 가량이 복막전이의 형태로 나타난다. 복막전이는 원발 부위인 위벽이나 전이된 림프절을 뚫고 나와 복강 내로 흩어진 암세포로 인해 발생한다. 복강 전체에 발생하기 때문에 재발의 정도나 위치가 다양한데, 소장이나 대장을 막아 음식물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게 하거나, 장기가 움직이지 않아 운동성을 저하시키고 흡수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환자의 식이 진행이 불가능하게 한다.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 몸에서 매일 1~2L가량 분비되는 소화액이 내려가지 못하게 되면 통증과 황달이 발생하고 심하면 장 천공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복막전이의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수술적 치료, 내시경적 치료, 영상의학과의 중재적 시술 모두가 고려돼야 한다. 또한 그에 따르는 합병증 발생도 고려해야 한다. 여러 가능성과 합병증을 고려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치료를 결정하기 위해 고려대 구로병원 위암팀의 모든 의료진은 적극적으로 협진에 참여해 고난도 케이스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고 있다.
전문 간호사와 영양사의 교육, 수술 후 회복과 항암 치료에 필수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위암 치료를 받는 모든 환자는 암센터 전문 간호사와 영양사로부터 수술 후 식이가 진행될 때 교육을 받게 된다. 샤워는 언제 하는지, 수술 후 운동과 사회활동은 언제 가능한지 등의 수술 후 관리에 대한 내용과 식이 진행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된다.
위암 수술 환자들은 대장암, 유방암, 폐암 등 다른 암과는 달리 수술 후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일반적으로 위암 환자의 80%는 위의 3분의 2 정도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게 된다. 나머지 20%의 환자는 위 전절제술을 받게 되는데 수술 후 남은 잔위는 미주신경 절단과 주요 혈관 결찰로 인해 운동 기능과 저장고로서의 역할을 잃게 된다. 또한 소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음식물이 소장으로 바로 내려가게 되면서 이로 인한 소화장애가 발생하는 등 수술 후유증으로 일상생활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다.
위암 수술 후 일반적으로 약 한 달간은 죽을 섭취하게 되고 한 번에 섭취 가능한 식사 양도 초기에는 매우 적기 때문에 하루 10~12번의 영양섭취를 해도 일반식에 비해 약 60~70%의 열량만을 섭취할 수 있다. 수술 후 첫 한 달 동안 10% 이상의 체중감소가 발생하고 빈혈, 단백질 결핍 등 영양실조가 발생한다. 수술 후 특히 항암치료가 필요한 2기 이상 환자의 경우 올바른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고려대 구로병원에서는 이를 위해 전문 간호사와 영양사가 전문 상담을 진행해 수술 후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회복을 돕는 것이다.
수술 직후가 환자들에게는 음식 섭취가 가장 힘들고 가장 조심스러운 시기다. 하지만 이때 식이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일반 식이로의 회복이 수월하고 그만큼 환자의 건강회복이 빨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적기에 항암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치료 적응도 빨라 항암치료 성적도 좋아진다. 80세 이상 고령 위암 환자의 경우 수술 후 식이조절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폐렴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식이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이러한 사실을 일찍 파악하고 30여 년 전인 1990년대부터 환자들의 수술 후 식이 주의사항이 담긴 소책자를 활용해 병동 간호사들이 위암 환자들의 교육을 진행해 왔다. 2012년 초부터는 위장관외과 장유진 교수, 영양팀 영양사, 암센터 전문 간호사가 함께 교육 자료 및 암환자 식단을 개발해 별도의 교육 시간을 가졌다. 이는 국가에서 위암 환자 교육 의료수가를 신설한 2015년 12월보다 훨씬 전의 일이다.
모든 위암 환자가 치료대상
과거에는 위암 다학제 진료가 3~4기의 진행성 위암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주였으나 최근에는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1~2기를 포함해 위암 수술을 받은 모든 환자, 종양내과에서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된 환자, 수술 후 추적 관찰 중 재발된 환자, 종양내과 입원 환자 중 치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모든 환자들이 대상이 된다. 위암 환자들의 수술 전 치료 방법을 결정하고 수술 후 보조항암 요법이나 재발 또는 진행성 위암 환자들의 완화적 치료 결정에 관한 사항들까지 모두 꼼꼼한 논의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참여하기 때문에 진료비가 높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다학제 진료와 전문 간호사 및 영양사에 의해 진행되는 전문 교육은 각각 2만 원 내외이다. 중증환자로 등록이 돼 있는 환자들은 진료비의 5%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저렴하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EDITOR: 홍은심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