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도 살아남아
봄을 여는 공연
코로나19 시대 침체되어 있던 공연계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봄이 태동하고 그런 봄을 맞이하듯 조심스러운 시기에도 새롭고 주목할 만한 공연이 무대를 빛내고 있다. 이들 공연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올해 감상은 어느 때보다 특별한 기회와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시 돌아온 명작지붕 위의 바이올린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내력이 탄탄한 뮤지컬이다. 196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된 바도 있다. 국내에서는 1985년 초연해 1986년, 1989년, 1991년, 1993년, 1998년, 그리고 공연계로서는 냉혹했던 팬데믹 상황인 2021년까지 총 7차례 공연을 이어갔다. 특히 2021년 공연 당시, 고전의 무게를 벗고 시대와 호응하는 데 초점을 맞춰 그해 열린 '제6회 한국 뮤지컬어워즈' 연출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될 뿐만 아니라 당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얻은 바 있다.
2021년 공연 당시 이미지. 뛰어난 무대 미술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반응을 바탕으로 올해 다시 한 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이 작품의 매력으로 동화 같은 색채와 세련된 디자인의 무대연출, 러시아풍 민속무용의 역동적인 군무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연출 특징은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이야기에 바탕을 둔 것이다. 러시아의 작가인 숄렘 알레이켐이 쓴 연작 극본 '테비예와 그의 딸들'을 모티브로 했으며, 러시아의 작은 유대인 마을을 배경으로 가난과 역경에서도 전통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 시대적 변화를 겪는 과정을 그린다. 힘든 삶을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는 테비예 가족의 삶이 민속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장면으로 연출된다.
특히 올해 공연의 관람 포인트는 화려한 군무다. 유대인 전통의 움직임과 현대적인 뮤지컬 안무가 조화를 이루며, 병을 활용해 선보이는 일명 '보틀댄스'가 이 공연의 백미다. 또한 18인조 오케스트라는 더욱 더 생생한 현장감을 부여하며, 클라리넷, 만돌린, 피콜로 등으로 유대교 전통 음악의 선율과 리듬을 살렸다. 눈과 귀를 기울여 공연을 관람한다면 더욱 입체적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일정 2022년 4월 22일~5월 8일
- 시간 평일 저녁 7시 30분ㅣ토요일 오후 3시, 저녁 7시 30분ㅣ일·공휴일 오후 3시ㅣ월요일 쉼
-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요금 VIP석 10만 원, R석 8만 원, S석 6만 원, A석 4만 원
여성을 위한 여성의 뮤지컬리지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는 단 4명, 모두 여자다. 뮤지컬 <리지>는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이 받는 고통과 억압, 그리고 이를 헤쳐 나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1982년 미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즉 실화가 바탕이며, 보든 가(家)의 둘째 딸 리지가 친부와 계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받은 일을 다룬다.
이 이야기는 책이나 연극, 드라마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었는데 뮤지컬로는 2009년 뉴욕에서 초연했고, 국내 공연은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다. 살인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범죄이지만, 뮤지컬은 주인공인 리지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녀의 삶을 속속들이 조명한다. 이로써 면죄부를 쥐여주기보다 가부장제 속에 억압된 여성을 이야기의 수면 위로 끌어내고, 사회적 문제로써 인식을 넓힌다.
극의 본질이 무겁다고 해서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렬하고 통쾌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2020년에 이어 다시 연출을 맡은 김태형 연출가는 무거운 이야기를 세련된 감각으로 무대 위에 재해석했으며, 강렬한 록, 섬세한 발라드까지 28곡의 중독성 강한 뮤지컬 넘버는 귀를 사로잡는다. 전성민, 유리아, 이소정, 김려원, 여은 등의 각각의 색이 뚜렷한 10명의 배우가 참여했으며 그들이 빛나는 조명이 드리워진 무대 위에 만들어내는 보컬 앙상블은 공연을 화려하게 장악한다.
- 일정 2022년 3월 24일~6월 12일
- 시간 평일 저녁 8시ㅣ주말·공휴일 오후 2시, 6시ㅣ월요일 쉼
- 장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 요금 R석 7만 7000원, S석 5만 5000원
해외 유수의 작품을 영상으로 만나보는 법엔톡 라이브 플러스 NTOK LIVE+
국내의 대표 공연장인 국립극장은 매년 주목해 보아야 할 공연을 레퍼토리시즌으로 공개하고 있다.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이어지는 '2021-2022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프로그램 중에서도 눈에 띄는 공연이 있다. 바로 '엔톡 라이브 플러스(NTOK LIVE+)'라는 이름으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극장의 공연 실황을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 공연보다는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 유서 깊은 극장의 수준 높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획이다.
지난 10월 일부 작품을 상영한 데 이어 올해는 4월엔 영국 국립극장 엔티 라이브(NT Live)의 <북 오브 더스트>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극장이 공연한 <오이디푸스>, 프랑스 국립극단 코메디 프랑세즈가 선보인 <인간 혐오자>가 이어진다.
<북 오브 더스트>는 런던 브리지시어터에서 2021년 11월에 초연한 최신작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판타지 소설가 필립 풀먼의 소설이 원작이다. '황금 나침반'의 주인공 라이라 벨라콰의 어린 시절을 다루며 장대한 영상과 섬세한 인형극이 어우러진다.
<오이디푸스>는 2021년 10월에 첫 상영 당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한 인기작으로, 고전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리스 비극 속 오이디푸스를 21세기 명망 높은 정치가로 변모시켰다. <인간 혐오자>는 올해 탄생 400주년을 맞이한 극작가 몰리에르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당대 사교계를 향한 주인공 알세스트의 혐오와 고뇌를 그리고 있다. 프랑스식 우아함이 깃든 무대 연출이 감상 포인트.
- 일정 <북 오브 더스트> 2022년 4월 15일~4월 16일 <오이디푸스> 2022년 4월 17일~4월 22일
<인간 혐오자> 2022년 4월 23일~4월 24일 - 시간 공연마다 시간 다름
-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요금 전석 2만 원
- EDITOR: 이수빈
- 이미지 제공: 서울시뮤지컬단, ㈜쇼노트, 국립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