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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알레르기 익숙하지만
작은 방심이 큰 위험 초래한다

음식물 알레르기 이미지

음식물 알레르기는 흔하지만 방심하기 쉽다.

우리 주변에서 음식물 알레르기 환자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3.8~5.1%에게서 발생한다고 한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특정 음식물을 섭취할 경우 과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물이나 면역 반응의 정도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매우 드물지만 심한 경우에는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다. 흔하면서도 때로는 위험한 질환. 음식물 알레르기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병근 교수에게 들어봤다.

"우유, 콩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 레시피 추천 부탁드립니다." 육아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문 글이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을 위한 메뉴를 따로 준비하고 있습니다."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내문이다.

김병근 교수
음식물 알레르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병근 교수.

음식물 알레르기에 관한 정보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그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물에 의해 증상이 발현하면 자체 진단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김병근 교수는 음식물 알레르기 역학연구에서 국내 권위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음식물 알레르기를 야기하는 물질과 면역 반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의사와의 상담이 필수"라며 "전문가가 아닌 환자가 스스로 판단한다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음식물을 잘못 인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얼마나 흔한 질환인가.

인구 100명 중 5~6명 정도에서 발생한다. 연령대와도 관계가 있는데 소아의 유병률이 성인보다 조금 더 높다. 연구에 따르면 소아의 6~8%, 성인의 1~2% 정도가 음식물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중 80% 이상이 영유아와 어린이 환자인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어린이의 35%, 천식을 겪는 어린이의 10%가 음식물 알레르기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 알레르기 반응 있으면 자녀도 50% 발생

소아 유병률이 더 높은 원인은.

이에 대해선 몇 가지 가설이 있다. 먼저 소아는 외부 물질에 대한 노출을 경험하면서 면역체계가 완성돼 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성인보다 취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예전에 비해 음식물 알레르기가 높은 이유에 대한 가설은 '위생가설'이라고 한다. 생활수준이 개선되면서 미생물을 비롯한 각종 물질에 대한 노출이 적어지고, 노출 빈도가 과거보다 감소함에 따라 알레르기에 대한 과민반응 확률 또한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아 알레르기 환자가 성장하면서 외부 물질에 대한 노출이 잦아지고 이에 따라 알레르기 질환이 호전되는 경우도 많다.

발병기전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데.

현재까지 연구에 의하면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어머니나 아버지 중 한쪽이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자녀의 30% 정도, 부모 모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자녀의 50%정도에서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음식물 알레르기가 급증하는 것은 유전적 요인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학계에선 생활 환경의 변화나 다양한 항원에 대한 노출 빈도 감소, 그리고 음식물 섭취 패턴 및 기타 환경적 변화 등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주된 증상은 무엇인가.

음식물 알레르기는 섭취 혹은 접촉 후 수분~수시간, 길게는 하루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 반나절 이내에 증상이 발생한다. 아주 극소량으로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고 피부, 소화기, 호흡기, 순환기 등 다양한 기관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덧붙여 음식물 알레르기는 특정 음식을 섭취하거나 접촉할 때마다 반복된다.

생명을 위협하는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심할 경우 생명까지 위혐하나.

음식물 알레르기 증상은 크게 '즉시형 반응'과 '지연형 반응'으로 나뉜다. 특히 즉시형 반응 중에서 주의할 것은 대표적으로 아나필락시스, 혈관부종, 혈압저하, 천식 발작 등이 있다. 이 때에는 즉각적인 응급 처치가 없으면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는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심각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으로 호흡곤란, 실신, 저혈압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아나필락시스에 의한 사망사례 자체는 극히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경각심을 잃어선 안 되지만, 침착하게 적절한 조치를 받으면 되므로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김병근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병근 교수.
국내에서 흔한 원인 음식물은.

원인 음식물은 우유, 계란, 콩, 밀가루, 견과류, 생선, 갑각류 또는 메밀 등이다. 영유아의 경우 계란, 우유, 콩, 밀 등에 대한 반응이, 성인에게선 땅콩, 생선, 갑각류, 견과류 등에서 반응이 잦게 발생한다. 이어 주목할 것은 특정한 상황에서만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서 진드기에 물린 환자에서 육류에 대한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또 특정 음식물을 먹은 뒤 운동과 같은 격한 활동을 한 경우에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어 다른 물질과 교차반응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각종 꽃가루 또는 라텍스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여러 과일이나 채소 등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주로 입주위 또는 입술의 가려움증, 부종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를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이라 한다.

대형 의료기관에서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음식물 알레르기는 의료기관에서도 진단이 까다로운 질환이다.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력이다. 특정 음식물을 섭취한 후 명백한 증상이 있었던 경우 진단의 근거를 삼는다. 다만 계란이나 유제품에 의한 알레르기는 나이가 들면서 없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2년 새 증상이 없었던 경우에는 다시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이어 확진을 판단하는 가장 정확한 검사는 유발검사이며, 알레르기 반응을 확인하는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유발검사는 의료기관에서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대비를 한 상태에서 의심되는 원인 음식물을 섭취한 후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어떤 대비가 필요한지 등을 확인하는 검사이다. 조리법에 따라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꼼꼼하게 확인한다. 필요 시 피검사와 피부검사 등을 이용해 원인 음식물을 추정할 수도 있다. 혈액 내 특정 음식물과 반응하는 특이 IgE 항체(specific IgE)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주의할 것은 IgE에 양성을 보였지만 실제 음식물을 먹고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음식물 섭취 후 임상적인 증상이 없이 혈액검사에서만 양성을 보인 경우는 식이제한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피부반응검사는 원인음식물 또는 그 성분을 피부에 자극하여 피부 팽진을 측정해 양성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혈액 내 IgE 측정과 마찬가지로 피부반응 검사 상 양성을 보였지만 실제 음식물을 먹고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피부반응에 양성을 보였지만 식이제한을 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전문의 판단이 중요한 이유는.

다시 강조하지만 음식물 알레르기는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환자가 임의로 '이걸 먹었을 때 문제가 있네'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사례는 알레르기 반응과 음식물에 따른 다른 부작용을 착각하는 사례다. 대표적으로 '히스타민' 물질이 함유된 음식물을 먹고 이상반응이 발생한 경우 등에서는 음식물 알레르기로 바로 단정할 수 없고 원인물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유사한 음식물 중에서 원인물질을 혼동할 수 있는 경우도 있으며, 음식물 알레르기와 무관한 기관에서 발생한 질환과 착각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또한 영유아 알레르기의 경우 전문의 판단이 특히 중요하다. 진단 없이 무분별하게 음식물을 제한하거나 이유식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으면 영양 섭취 불균형과 같은 질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물을 제한하는 데는 과학적 근거가 필수적이며, 치료 과정에서도 전문가가 함께해야 한다.

과민성 제거하는 치료법도 시도

치료효과는 얼마나 기대할 수 있나.

음식물 알레르기에 '완치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정확한 진단과 이에 따른 생활습관을 통해 대처해야 한다. 몇몇 의료기관에서는 특히 소아를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구강면역치료와 탈감작(脫感作)을 실시하기도 한다. 탈감작이란 알레르기 질환 치료법의 하나로, 원인물질 섭취를 소량에서 점차 늘려가며 과민성을 제거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소아의 경우 유제품이나 계란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일상생활이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고려한다.

알레르기 일기 적는 것도 중요

김 교수는 알레르기 환자의 경우 '알레르기 일기'를 작성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기에는 ▲섭취 일시 ▲섭취량 ▲식사 메뉴(향신료, 식용유 등 요리재료 목록과 가공식품의 경우에는 성분 목록) ▲조리방법(날 것, 끓이기, 굽기, 삶기, 껍질 제거, 잘게 썰기 등) ▲증상(언제, 어떻게) ▲사용 의약품, 기타 참고사항 등을 꼼꼼하게 적어야 한다.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물 예시 이미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물 예시.

김 교수는 또 급성반응에 대한 대처 요령을 숙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음식을 먹은 직후 알레르기 징후가 나타나면 이러한 반응에 대해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중증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응급실을 찾아가 응급 처치를 받아야 한다. 덧붙여 중증반응이 있었던 환자들은 휴대용 에피네프린 키트를 상시 휴대해야 한다. 이를 간과하는 경우도 줄곧 있는데, 작은 방심이 큰 위험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골치 아픈 질환이다.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병원에서 환자가 전문가와 상담하면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증상이 나타날 때는 환자 홀로 고민하지 말고 주저 없이 전문의를 찾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 EDITOR: 박정연
  • PHOTO: 김도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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