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유전성 유방암
유전자 검사 통한 조기 발견이 최선!
고려대 안산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아름 교수.
유전성 유방암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특정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암이다. BRCA 유전자가 대표적인데, 평소에는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변이가 생기면 유방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유전성 유방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 유방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유전성 유방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거나 이미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면 어떻게 관리하고 치료해야 하는지, 고려대 안산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아름 교수와 함께 알아봤다.
유방암은 유방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암으로, 여성에게 가장 흔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발병률이 증가하는 암이다. 유방암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을 비롯해 여성호르몬 노출, 생활 습관 등이 꼽힌다. 고령이거나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경우, 출산 경험이 적은 여성일수록 발병 위험이 높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특정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유방암을 유전성 유방암이라고 한다. 이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BRCA 유전자다. BRCA 유전자는 본래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종양 억제 유전자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 간혹 'BRCA 유전자가 있으면 유방암에 걸린다'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BRCA 유전자에 변이'가 있을 때 유방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임아름 교수는 "일반 여성의 유방암 발생 확률은 10% 미만이지만, BRCA1이나 BRCA2 유전자에 변이가 있을 경우 평균 40~80%까지 유방암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전체 유방암 중 유전성 유방암은 약 5~10%를 차지하며, 난소암의 발생 확률도 44%까지 높아지므로 변이가 확인되면 적극적인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방암, 원인 따라 세 가지로 나뉘어
유전성 유방암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특정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발생하며, 대표적으로 BRCA1, BRCA2 유전자가 있다. 통계적으로 BRCA1 변이가 있는 경우 유방암 발생 확률은 55~65%, BRCA2 변이의 경우 45~55%에 달한다.
가족성 유방암은 유전자 변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1명 이상 있을 때 해당한다. 비슷한 생활환경과 식습관, 생활 습관을 공유하면서 유방암 위험이 높아지며, 전체 유방암의 약 15%를 차지한다.
산발성 유방암은 유전적 요인이나 가족력과 관계없이 발생하며, 전체 유방암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주요 원인은 에스트로겐의 과다 노출로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을수록, 출산 경험이 없거나 적을수록 생리 기간이 길어져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그 외에도 음주, 흡연 등 다양한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방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
BRCA는 '유방암 감수성 유전자(breast cancer susceptibility gene)'의 약자로, BRCA1과 BRCA2라는 서로 다른 두 유전자를 말한다. 이 유전자는 본래 손상된 DNA를 복구하고 종양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 유전자에 변이(mutation)가 생기면 손상된 세포를 정상적으로 복구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세포에 돌연변이가 축적되면서 유방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BRCA 유전자 변이는 약 400명 중 1명꼴로 발견되며, 부모 중 한 명에게 변이 유전자가 있으면 성별에 관계없이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될 수 있다.
BRCA 유전자 변이는 유방암 외에도 여러 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 난소암의 경우 발생 위험이 최대 44%까지 증가하며, 췌장암과 위장관암의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남성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BRCA2 변이가 있는 경우 전립선암과 남성 유방암의 위험도가 증가한다. 따라서 BRCA 유전자 변이는 성별과 무관하게 검사와 관리가 필요한 중요한 지표다.
유전성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높은 사람을 말한다. 그만큼 보다 적극적인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본인이 이미 유방암 환자이더라도 유전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치료 계획 수립에 핵심적인 요소다.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고위험군에 포함되며, 유전자 검사를 권장한다. ▲40세 이전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경우 ▲양측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 ▲유방암과 난소암을 동시에 진단받은 경우 ▲남성 유방암 환자인 경우 ▲가족 중에 BRCA 유전자 병적 변이 보유자가 있는 경우 ▲젊은 나이에 유방암, 난소암, 췌장암, 전립선암 등을 진단받은 가족이 있는 경우.
혈액 한 방울로 알 수 있는 유방암 위험
건강보험 기준에 따라 유전성 유방암 고위험군은 BRCA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5~10cc의 혈액을 채취한 후 혈액 내 세포핵에 존재하는 DNA를 분석해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는데, 결과는 보통 3~4주 후에 나온다. 검사는 혈액검사로 진행되지만 전문 유전 상담과 함께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사 결과에 따라 향후 예방 전략이나 치료 방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를 통해 BRCA의 병적 변이가 확인되면 위험감소 약물 치료, 예방적 유방·난소 절제술, 정기적인 MRI 검진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먼저 위험감소 약물 치료는 예방적 항호르몬제(예: 타목시펜)나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각각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생 위험을 약 50% 줄일 수 있다. 다만 혈전 생성, 불규칙한 월경, 안면 홍조 등의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예방적 유방·난소 절제술의 경우 유방암은 약 90%, 난소암은 약 97% 예방이 가능하다. 단, 건강한 장기를 제거하는 수술이므로 충분한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유방암 조기 정기검진은 일반적으로 40세 이후 권고되지만, BRCA 유전자 변이 보유자라면 25세부터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MRI나 유방초음파 등 고해상도 영상장비를 활용한 정밀검진이 필요하다.
BRCA 변이는 유전되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에 대한 유전자 검사도 권장된다. 이 모든 과정은 종양내과, 유전 상담, 영상의학, 외과 등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며, 개인의 상황에 맞춘 맞춤형 관리 계획 수립이 중요하다.
혈액종양내과는 항암치료 전반을 전문적으로 담당한다. 유전성 유방암을 포함해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항암치료를 주로 다루며, 수술 전후의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 면역치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HER2 양성, 삼중음성 유방암, 또는 BRCA 유전자 변이 양성인 경우에는 맞춤형 표적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혈액종양내과에서는 치료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치료 계획을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건강한 습관, 조기 검진이 유일한 해법
기본적으로 유전성 유방암도 일반 유방암과 치료 원칙은 같다. 진단은 유방촬영과 유방초음파로 이루어지며, 최근에는 3차원 영상이 가능한 첨단 장비의 도입으로 과거에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미세 병변까지 확인이 가능해져 조기 발견율이 크게 높아졌다.
치료는 크게 국소 치료와 전신 치료로 나뉜다. 국소 치료는 암이 발생한 부위를 직접 제거하거나 제어하는 방법으로, 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포함된다. 전신 치료는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 면역치료, 호르몬 치료 등이 해당되며, 몸 전체에 퍼질 수 있는 암세포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BRCA 변이 환자의 경우, PARP 억제제 같은 특정 약물에 더 잘 반응하는 특성이 있어 치료 전략을 달리할 수 있다. 유전성 유방암이라고 해서 치료 예후가 반드시 나쁘지는 않다. 가족성이나 산발성 유방암과 비교해 예후는 거의 비슷하다. 다만 BRCA 변이 양성 환자는 반대쪽 유방에서도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료 이후에도 정밀하고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어떤 암이나 질병이든 예방의 핵심은 건강한 생활습관과 정기검진이다. 유방암 역시 마찬가지다. 적절한 체중 유지, 균형 잡힌 식사, 금연과 금주, 규칙적인 운동은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40세 이상 여성은 국가암검진을 통해 1~2년에 한 번 유방촬영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유전성 유방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유방 MRI와 같은 정밀 검진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유전적 위험도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관리하는 것이 유방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EDITOR: 김은식
- PHOTO: 박해윤,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