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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발견 어려운 소아 청소년 암,
첨단 치료로 생존율 크게 올랐다

이은상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은상 교수.

소아 청소년 암은 뚜렷한 증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조기 발견이 어렵다. 병원에서 발견되면 이미 상당히 병세가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치료가 관건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은상 교수에게 소아암 최신 치료법에 대해 물어봤다. 이 교수는 이 병원의 소아혈액종양 전문가로 일하면서 소아 청소년 완화의료팀 진료도 맡고 있다.

소아·청소년 암의 원인은 무엇인가.

소아·청소년 암의 발생 원인은 아직 분명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환자 대부분에서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환자의 상황과 질병의 종류마다 각 요인이 미치는 중요도 역시 다를 것이므로, 일괄적으로 대답하기는 힘듭니다.

소아·청소년 암의 종류와 암에 따른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소아·청소년 암에는 매우 다양한 질환이 있습니다. 크게 백혈병, 악성림프종 등 혈액 및 림프 계통의 암,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고형 종양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열이 지속되거나 체중이 감소하는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부터 암세포가 침범한 장기와 관련해 다양한 증상들이 발생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몸에서 암종이 만져지기도 합니다. 초기에는 암 외의 다른 질환들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습니다.

어린이 백혈병의 주요 증세
어린이 백혈병의 주요 증세 그림
소아·청소년 암을 조기에 발견할 방법은 없나.

성인에서 시행하는 암 검진과 같은 건강검진 체계가 없어 뚜렷한 증상이 있지 않고서 소아·청소년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많은 경우 3기 4기와 같이 암이 진행되어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암이 잘 발생한다고 알려진 유전적 질환을 가진 환자는 반드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소아·청소년 암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환자의 특성이나 암 질환의 종류, 침범 부위, 암세포의 유전자적 특성, 병기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상황에 맞게 치료합니다. 치료법으로는 전통적인 항암화학 요법, 방사선 치료, 수술 등이 있고,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경우에 따라 면역치료나 표적치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면역치료와 표적치료는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우리 몸에는 면역세포가 종양을 공격하는 면역학적 특성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암 치료에서 면역을 이용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전통적인 항암치료가 화학 약물을 이용해 종양을 공격하는 것이라면, 면역치료는 면역세포를 돕는 치료입니다.

표적치료는 대개 종양세포의 유전자 단계에서 종양세포의 특성을 이용한 것입니다. 종양세포가 유전자 수준에서 정상세포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을 때, 이를 표적으로 공격하는 치료입니다. 최근 면역치료와 표적치료가 활발히 연구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생존율 80%까지 올라간 치료 성과

이 교수는 최근 소아암 치료 성과가 크게 올랐으며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통계청에서 해마다 우리나라 인구의 사망원인 자료를 분석해 공개합니다. 소아·청소년기는 19세까지를 말하는데, 1~9세 사이 인구의 사망원인 1위는 암 질환입니다. 그리고 10~19세 사이의 사망원인은 안타깝게도 고의적 자해, 즉 자살이며, 2위가 암 질환입니다. 다행인 것은 현재 소아암의 치료 성과는 괄목할 만합니다. 암종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소아암을 통틀어 보았을 때 국내에서는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완치율이 50%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에서 2010년을 넘어가면서 생존율은 80%대에 이르렀습니다. 충분히 희망을 품을 단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인 암 환자도 완치율이 절반 정도인데 소아암에서 생존율이 80%가 넘는다는 것은 획기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소아암 치료는 활발한 임상 연구를 토대로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면역치료 등을 비롯해 선진국 수준의 치료가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이 교수는 소아암 치료에서 부모의 역할도 환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녀가 암 진단을 받는 순간 부모로서 받는 심리적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환자의 부모들께서는 '아이를 돌보는 데 소홀해 너무 늦게 찾아온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십니다. 내 자녀가 암에 걸린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정확한 진단과 최선의 치료를 위해 함께 애쓰는 것입니다."

비행기에서도 사고가 생기면 먼저 보호자가 안전을 확보한 후에 자녀를 돌보는 것이 기본 지침이다. 소아암도 마찬가지다. 먼저 부모가 동요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진단명을 듣게 되면 누구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는데, 안타깝게도 건강식품, 약, 치료부터 '어느 특정 의료 또는 비의료 기관에 가야 한다'라는 등 상업적 목적 혹은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많은 정보가 보호자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암은 반드시 숙련된 소아·청소년 혈액종양 분과 전문의가 있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소아암 환자를 둔 부모라면 어디에도 휘둘리면 안 된다. 그리고 '희망은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가족의 아픔까지 돌보는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

이은상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은상 교수.

이 교수는 소아혈액종양 환자 진료와 함께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을 맡고 있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환자의 신체와 마음에 대해 돌봄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는 적극적이고 총체적인 돌봄을 의미한다.

"이미 오랜 전통을 통해 인프라를 구축해놓은 선진국에 비교해 국내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여건은 열악합니다. 다행히 보건복지부와 중앙호스피스센터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2021년 기준 전국 9개의 의료기관이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되어 있습니다. 이 9개 기관 중 하나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입니다."

현재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은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일반병동을 비롯해 중환자실, 응급실, 외래에서 완화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교육을 받은 의사와 전담간호사, 사회복지사를 중심으로 심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목표와 대상자는 누구인가.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있는 소아·청소년 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통증 및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심리적·사회적·영적 고통을 완화해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의료입니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함께 심리치료사, 성직자 등으로 구성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이 환자와 가족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돌봄을 제공합니다. 성인 완화의료 대상 환자 대부분이 말기 암 환자인 것과는 달리 소아·청소년의 경우 질병의 종류가 다양하고 임종이 임박해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첫 진단 시부터 질병에 대한 치료와 병행하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대상 질환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완화의료가 필요한 환자 중 암 환자의 비율은 4분의 1가량이며, 나머지는 선천성 질환, 유전 대사질환, 신경 근육 질환, 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종류의 비암성 질환 환자입니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가 환자와 가족에게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아·청소년 대상으로 하는 의료는 세심한 주의와 섬세한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소아·청소년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발달 과정에 있으며, 돌발 행동에 대한 대처 등으로 성인과 비교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의 부모는 양육과 보호뿐만 아니라 간호의 책임을 요구받게 됩니다.

또한, 소아·청소년 환자의 건강한 형제자매들은 아픈 형제에 대한 걱정과 슬픔을 느끼지만,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분노와 질투, 소외감 등으로 죄책감을 느끼게 되므로 이에 대한 돌봄이 꼭 필요합니다. 중증 질환들을 앓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그들을 돌보는 가족이 우리 사회에서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은 그 수준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사회가 그들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저희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은 조금이나마 그 어려움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로서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인가.

"힘든 부분이라면 당연히 환자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때죠.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기도하지만 불가피하게 치료가 뜻대로 되지 않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가 가장 힘들죠. 저 역시 부모의 마음과 동일하게 아이가 완치되어 이전과 같이 건강하던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못할 때는 마음이 무너지고 큰 벽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로서 보람은 고충보다 크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역시 환자죠. 환자가 치료를 잘 견디고 완치되면 너무나 감사합니다. 소아암 환자의 치료는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아암은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하게 되고 높은 항암제 용량 등 더 강도 높은 치료들을 시도하게 됩니다. 수개월의 생명 연장이 아닌 백 년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치료 과정이 순탄치 않은데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다 함께 노력해 그 모든 것을 잘 견디고 완치되어서 치료가 종결되면 가장 행복하죠."

"환자의 건강이 나의 행복"

이 교수의 의료 철학은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기도하며,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자'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어린 환자들에게 표현할 수 없는 죄책감이 든다고 한다. 바로 코로나 때문이다.

어린이 환자

"환자들이 입원할 때마다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번번이 입원할 때마다 어린 환자들의 작은 코에 검사 봉을 넣어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요. 아픈 걸 참으면서 검사를 받는 아이들을 볼 때 드는 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 교수는 소아암 환자의 부모에게 늘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은 이 교수의 잘못이 아니다. 그래도 이 교수는 늘 미안한 마음이다. "환자의 건강이 나의 행복"이라고 말하는 의사의 내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EDITOR: 김은식
  • PHOTO: 홍태식,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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