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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동맥 살리는 초정밀 로봇수술,
소중한 가임력 끌어 올린다

송재윤 교수

로봇수술 장비 옆에 서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송재윤 교수.

새 생명이 자라나는 궁전이란 뜻의 자궁(子宮). 이 근처에는 신경, 혈관, 인대와 요관, 직장, 방광 등이 근접해 있어 자궁에 병이 생기면 수술이 어려워진다. 그런데 자궁 관련 암 발병 연령대는 최근 20-30대로 낮아져 가임력 보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초정밀 로봇수술로 가임력을 높이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송재윤 교수(로봇수술센터장)를 만나 자궁 관련 암에 대한 최신 수술법과 가임력 보존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상당수 여성들은 자궁이나 난소에 암이 있다고 하면 자궁을 들어내 임신과 출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궁 관련 암을 빨리 발견하거나 암 병변을 정교하게 잘라내면 삶의 질도 올리고,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다. 송재윤 교수는 자궁으로 가는 자궁동맥을 잘라내지 않고 수술하는 방법을 개발해 2016년 아시아외과로봇수술학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송 교수가 개발한 수술법은 '광범위자궁목절제술'로 자궁동맥을 보존하고 자궁으로 흘러들어가는 혈류를 기존 수술법보다 더 많이 확보해 임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수술 난이도가 높아 국내 병원에서는 폭넓게 보급되지는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인암에 대해 설명해달라.

부인암은 크게 자궁 입구에 암세포가 생기는 자궁경부암, 자궁 안쪽에 발생하는 자궁내막암, 난소암으로 나뉜다. 국내 암 중 자궁경부암은 5위, 난소암은 8위를 차지하고 있고, 서양발생률 1위인 자궁내막암 역시 우리나라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부인암 발생 연령이 낮아졌다고 하는데.

그렇다. 예전에는 폐경 이후의 환자에서 진행된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기 검진으로 가임기 여성에서도 발견하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부인암 중 자궁경부암은 최근 성관계 시작 시기가 빨라지면서 발병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2cm 이하 병변만 잘라내 가임력 보존

많은 환자들이 부인암이 발생하면 임신과 출산이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그렇지 않다. 암 진행 초기일수록 가임력 보존에 유리해 최대한 빨리 치료하면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암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 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암이 되기 전인 단계인 상피내종양이라면 자궁을 들어내거나 자궁경부 전체를 떼어내지 않고, 자궁경부의 종양만 절제하는 '원추절제술'을 시행한다. 설령 암 변형 후 발견해도 크기가 2cm 이하면 자궁 경부와 질의 일부만 잘라내고 질과 자궁을 잇는 ‘광범위자궁목절제술’로 치료할 수 있다. 두 방법 모두 병변만 제거하기 때문에 임신이 가능하다.

연도별 유방암 수술방법 이미지
생명의 산실로 불리는 자궁과 자궁경부의 병리모형.
부인암 수술로 얼마나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나.

암 병기가 진행돼 방사선과 항암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가임력 보존을 위해 노력한다. 방사선 치료는 자궁과 난소 등 골반 전체에 방사선을 조사하기 때문에 치료 후에는 난소의 기능이 사라져 임신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사선 치료 전에 수술을 통해 난소의 위치를 복부 위쪽으로 올려 난소의 기능을 보존하기도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전 난소를 떼어 동결시켰다가 치료가 끝나면 이식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혈관을 통해 몸 전체에 퍼지는 항암제의 특성상 난소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데 부인암뿐만 아니라 항암치료가 필요한 젊은 여성의 치료에도 이 방법을 고려한다. 난소 이식 후에도 난소기능이 90% 이상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접 개발한 '광범위자궁목절제술'에 대해 소개해달라.

자궁동맥을 보존하는 로봇수술이다. 암이 된 후에 발견하더라도 병기가 1기, 크기가 2cm 이하면 '광범위자궁목절제술'을 통해 자궁경부와 질의 일부만 절제한 후 질과 자궁을 이어줘 추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 수술부위 주변의 혈관과 신경은 물론 자궁을 지지하고 있는 인대와 요관 등을 손상시키지 않고 자궁경부와 질 일부만 절제해야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수술 자체가 매우 까다롭고 가임력 보존을 원하는 초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작은 혈관과 신경까지 확연히 볼 수 있고 섬세하고 튼튼한 수술을 할 수 있어 수술 후 부작용과 합병증도 줄일 수 있다.

'광범위자궁목절제술'은 숙련된 의료진이 아니라면 시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 수술한 곳 주변 혈관과 신경은 물론 자궁을 지지하는 인대와 요관 등을 살리고 로봇수술로 자궁경부와 질 일부만 잘라내는 초정밀 수술이다.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수술이지만 임신과 출산을 해야 하는 20대와 30대 초기 암 환자들이 광범위자궁목절제술의 주된 대상이므로, 이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숙련된 의료진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부작용 줄이면서 가임력 높이는 로봇 수술

자궁경부암에 대한 기존 수술에서는 자궁으로 가는 굵은 혈관(동맥)을 절제했다. 이럴 경우 자궁에 공급되는 혈액이 크게 줄어들어 가임력 보존이 어려워진다. 송 교수는 정교한 로봇 수술을 통해 굵은 혈관을 살려내고 있다. 로봇수술은 우선 실물을 10배 이상 확대하는 카메라로 병변을 3차원 화면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로봇팔의 관절을 움직이면 정확한 집도가 가능하고 손떨림도 보정된다. 최소 침습 수술에다 수술 후 흉터도 줄일 수 있다.

송재윤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송재윤 교수.
부인암의 경우에도 기존의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에 비해 로봇수술의 장점이 있나.

로봇수술은 기존의 수술에 비해 수술 정밀도가 더 높다. 로봇수술은 작은 혈관과 신경까지 볼 수 있어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고 자연스레 부작용과 합병증도 줄어든다. 또한 로봇수술은 기존 복강경수술보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자궁 근처에는 신경, 혈관, 인대는 물론 요관, 직장, 방광 등이 매우 근접해 있기 때문에 정교한 로봇수술로 부작용을 줄이는 한편 가임력 보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자궁경부암은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돼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무료접종이 가능하다. 자궁경부암으로 출혈, 냄새나는 분비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병기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방사선 치료나 자궁 제거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때는 가임력을 보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방백신 접종과 정기검진을 통해 자궁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년에 한번씩 부인암 검진 받는것이 좋아

부인암의 검사와 치료과정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성과 관련된 기관이기 때문에, 검사 과정이 걱정될 수 있지만 여성은 1년에 한번씩 부인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예컨대 난소암의 경우, 환자 70%가 복강 내 파급되었거나 림프절 전이가 있는 진행 암으로 발견되는데 이 중 95%는 가족력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다. 조기 증상도 복부 통증, 팽만감, 질 출혈 등 생리 전후로 겪는 일반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자각해서 조기에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부인암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나.

자궁 관련 암을 최대한 빨리 발견하는 것이다. 암 진행단계 1기, 초기에 암 병변만 잘라내더라도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다. 특히 부인암 관련 암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어 20~30대도 젊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초기에 증상이 없어 자가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각별히 관심을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송재윤 교수. 가지고 검진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는 인재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수술의 표준화와 교육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로봇수술 전문 의료진을 양성해오고 있는 것. 로봇시뮬레이션센터를 운영해 국내외 의료진들의 로봇수술 숙련도를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안전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다양한 수술법 시뮬레이션 트레이닝 모듈을 개발해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트레이닝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는 환자의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수술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로봇수술 인증시스템'이다. '로봇수술 인증위원회'의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개복 및 복강경 수술 경험이 충분해야 하고, 동물시험 등 연수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추더라도 초기에는 로봇수술 전문 의료진 참관 하에 로봇수술이 진행되도록 해, 환자에게 안전하고 정밀한 수술을 제공할 수 있도록 철저한 시스템을 마련했다.

  • EDITOR: 장치선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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