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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디스크로 오인하기 쉬운 경추척수증,
자칫하면 신체 마비까지 유발한다

박지원 교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박지원 교수.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 바로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고개를 앞으로 30도 가량 구부리면 목이 견뎌야 하는 무게는 약 20kg 정도가 된다. 습관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전자 기기를 보는 잘못된 자세는 목의 정상적인 곡선을 사라지게 만든다. 경추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은 목디스크, 후종인대골화증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위험한 것은 경추척수증이다. 자칫하면 사지마비까지 일으킨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박지원 교수에게 경추척수증 구별과 치료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박지원 교수는 "경추척수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경추부위의 중추신경인 척수가 압박을 받아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문제는 신경 손상이 일어나면 후유증을 남기는데, 증상이 서서히 시작되어 점차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며, 파킨슨병이나 뇌졸중과 같은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목디스크와 혼동하기 쉬운 경추척수증

척수는 척추 내에 위치한 뇌와 말초신경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중추신경계다. 운동, 감각 신경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뇌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운동신경은 사지의 모든 근육들의 운동기능을 담당한다. 척수증(myelopathy, '척수병증'으로도 불린다)은 척수가 여러 원인에 의해 물리적으로 압박돼 손상이 생긴 질병이다.

척수는 두부처럼 물렁한데 손상되면 관장 부위에 따라 마비가 나타나고 회복이 쉽지 않다. 주로 경추에서 생기기 때문에 경추척수증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드물게 흉추척수증도 있을 수 있다. 척수증은 매우 심각한 척추 질환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증상 초기에는 목과 어깨, 손, 팔 등에서 통증과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목디스크와 혼동하여 증상을 방치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야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척수증은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특징을 가진 진행성 질환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심각한 신경손상으로 하반신 마비까지 발생할 수 있어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경추척수증은 경추의 퇴행성 질환 때문에 발생한 압력이 척수를 누르면서 여러 운동장애를 유발하는데 특히 손의 세밀한 운동에 장애가 생겨 물건을 쉽게 놓치고 글씨체가 변하기도 한다. 젓가락질이 어려우며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는 데 불편함을 겪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하지 근력약화로 인해 걸을 때 걸음이 휘청거리는 등의 보행 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대소변 조절이 어려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개 아주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미세한 이상 소견을 처음에는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발병의 직접 원인은 척수 압박

경추척수증 환자의 MRI 사진
경추척수증 환자의 MRI 사진

경추 척수증은 경추부의 퇴행성 변화나 심한 경추 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 후종인대 골화증, 황색인대 골화증, 경추관 협착증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데, 척수를 압박하는 어떤 질환도 척수증을 유발할 수 있다.

경추 추간판탈출증은 디스크(추간판)가 밀려나 주위 신경근을 자극하여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흔히 '목 디스크'라고 부른다. 척추는 33개의 뼈로 연결되어 있고 척추의 뼈와 뼈 사이에서 몸의 충격을 흡수하고 완충하는 것이 추간판, 일명 '디스크'이다. 디스크는 스프링처럼 충격을 완화하고 척추뼈들끼리 부딪히지 않도록 보호한다. 디스크는 80%가 수분 성분인 젤리처럼 생긴 수핵(가운데 위치)과 이 수핵을 둥글게 둘러싼 섬유륜으로 구성된다. 나이가 들면 수핵의 수분 함량이 감소하여 탄력성이 떨어지고 나쁜 자세나 사고 등 외부적인 자극이 가해져 디스크가 밀려나는데, 이것이 가운데로 밀려나와 척수를 누르면 경추척수증이 발생할 수 있다.

척추 인대는 뼈 사이의 움직임을 유지하면서 어긋나지 않도록 지지해 준다. 전종인대는 척추의 전방에서 지지하는 것이고 후종인대는 척추체의 뒤쪽에서 지지한다. 후종인대 골화증은 후종인대가 뼈처럼 단단하게 굳어지며 두꺼워지는 변화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단단하게 굳어지며 두꺼워진 후종인대가 그 근처에 위치한 척수를 압박하면 경추척수증이 발생한다.

황색인대는 척추 후방에서 척수신경을 감싸는 척추 후궁을 잇는 인대다. 상대적으로 강한 탄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황색인대가 석회화되고 두꺼워지면서 주변 중추신경 척수를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고 여러 신경증상을 불러일으킨다.

척추관은 척수가 지나는 척추 중앙 통로인데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사람들에게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퇴행성 변화에도 척수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게 되어 경추척수증이 호발한다.

고령의 환자도 수술로 치료 기대

환자 병력과 신체 진찰에서 경추척수증이 의심된다면, 목 부위에 척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해 경추척수증을 확진한다. 이때 MRI는 척추질환 진단과 신경 압박 정도, 수술 치료 여부와 방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

검사 결과 신경이 심하게 압박되고 있다면 환자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 수술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척추관 협착이 심한 상태라면 진행 위험성이 높아 이른 시기에 수술을 결정할 수 있다. 척수증의 정도와 척추 분절의 수 등을 고려해 전후방 접근법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목 디스크는 대개 물리 치료나 약물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고 수술까지 필요한 경우는 전체 환자의 10% 내외다. 하지만 경추척수증은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 보존적인 치료로는 효과를 보기 힘들다. 경추척수증에 걸리면 척수가 심하게 압박을 받고 있으므로 척수에 혈액공급이 감소돼 있어 신경의 허혈상태가 지속된다. 이 상태가 심해지면 신경의 기능상실과 더불어 신경세포의 괴사가 발생한다. 한번 죽은 신경은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척수증 진단을 받으면 반드시 수술로 치료하는 것이 안전하다. 수술 이외의 방법으로는 증상 호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져 있다.

박지원 교수
경추척수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박지원 교수.

증상이 서서히 나빠지기 때문에 질환을 자각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증상이 크게 악화된 상태에서 진단을 받으면 수술을 해도 결과가 기대했던 것만큼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수술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경추척수증 수술은 척수가 지나가는 길인 척추관을 넓혀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수술 후 수개월에서 1년에 걸쳐 환자의 손의 움직임, 보행능력이 회복된다. 그러나 환자의 증상이 오래된 경우나 척수가 심하게 눌려 있어 신경의 기질적 변화가 있는 경우,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 등은 수술 후 신경 기능의 회복 정도가 적다.

목에 무리 가지 않도록 바른 자세 유지

경추척수증 환자는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 혼자서 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환자 본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될 정도로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경추척수증이란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우선 필요하다.

경추척수증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 가능한 한 손과 발에 많은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 퇴행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경추척수증을 완벽하게 예방하는 것은 어렵지만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해 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 걷기와 같은 규칙적인 운동과 지속적인 목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흡연은 근육이 필요로 하는 혈관의 산소공급을 막기 때문에 척추디스크를 손상받기 쉽게 만든다. 이외에 스트레스는 목과 허리의 질환을 유발하거나 약화시키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예방법이다.

경추척수증 자가진단

심장박동
  • 젓가락질이나 단추를 채우는 등 손가락을 정교하게 사용하는 일상 동작이 어렵다.
  • 주먹을 쥐었다 빠르게 펴는 동작을 10~15초 동안 20회를 하지 못한다.
  • 다리에 힘이 빠져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진다.
  • 양쪽 팔, 다리가 저리다.
  • 손가락이 끝이 시큰하고 저릿저릿하며 둔한 느낌이 든다.
  • 목, 어깨 부위에 통증이 있고 팔을 움직이기 어렵다.
  • EDITOR: 홍은심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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