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고위험 인자 있으면
주기적 검사가 안전의 지름길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정완 교수.
의학의 발달로 암환자 생존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지만 췌장암은 유독 그 상승세가 더디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72.1%에 달했으나 췌장암 환자는 15.9%에 그쳤다. 그만큼 위험한 췌장암은 다른 어떤 암보다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정완 교수를 만나 췌장암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어봤다.
기존에 앓던 당뇨병이 악화되거나 당뇨병 진단을 받고 난 뒤 위 내시경 검사에서 이상이 없음에도 윗배 통증과 소화 장애를 겪으며, 기름이 뜨는 허연 대변이나 콜라색 소변을 보는 일이 잦아진다. 얼굴이 노래지는 황달 증상까지 나타난다. 어떤 질환의 증세일까. 최정완 교수는 "이런 증상의 빈도가 늘면서 체중 감소까지 동반된다면 췌장암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중앙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1993년 이후 국내 전체 암 생존율이 30% 포인트 이상 증가한 데 반해 췌장암 생존율 증가 폭은 5.3% 포인트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암이 발병한 환자 수를 암종별로 살펴보면 췌장암은 전체 암 가운데 8위에 불과하지만 사망자 수로는 4위다.
문제는 앞으로도 췌장암의 치료 지표가 빠르게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유럽췌장학회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2024년 췌장암이 여러 암종 가운데 2024년 사망률 1위 암으로 올라섰다. 대한민국 역시 5~10년 내로 췌장암이 사망률 1위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인에게 가장 공포를 주는 췌장암. 최 교수는 "어느 때보다 췌장암의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망률 1위로 오를 수 있는 췌장암
배는 복막에 쌓여 있는데, 췌장은 후복막 장기라고 해서 복막과 척추 사이 깊은 곳에 위치한다. 해부학적으로 복강대동맥 및 간문맥 등과 인접해 있으며, 12~20cm 정도의 길이에 혓바닥처럼 길쭉한 모양이다. 인근에 혈관도 많아 종양 발생과 동시에 빠르게 전이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체의 대표적인 외분비 기능과 내분비 기능을 하는 장기가 췌장이다. 외분비 기능은 주로 소화와 관련이 있는데 탄수화물, 단백질, 그리고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가 포함된 췌장액을 분비하여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다. 혈액으로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은 주로 당 조절과 관련이 있는데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을 분비하는 동시에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을 혈중으로 분비해 우리 몸의 혈당을 조절한다.
췌장암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90% 이상이 췌관의 외분비 세포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췌장암이 췌관 선암이다. 이것 이외 췌장에 발생하는 암으로는 선방세포 암, 신경내분비 종양, 전이성 암 등이 있다. 다만 발생 비율이 췌관 선암보다는 매우 드문 편이다.
췌장암의 증상은 비특이적이다. 다른 소화기계 장애에서도 보이는 복통, 등 통증, 체중 감소,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에 감별하기 쉽지 않다. 증상은 종양의 위치와 크기, 전이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복통과 체중 감소는 많은 췌장암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눈 흰자위가 노랗게 바뀌는 황달 증상은 췌두부암(췌장 머리에 생긴 암) 환자들이 겪는데, 췌장의 머리 부분에 암이 생겨 담관이 막히면 황달이 나타난다. 이때 몸이 가렵거나 소변 색이 붉게 변한다.
우선 기저질환 및 가족력을 포함해 병력을 꼼꼼하게 청취한다. 피검사, 엑스레이(X-ray) 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 내시경 검사 등을 실시해 위염, 위궤양, 담석 등의 소화기 질환이 있는지 살펴본다. 만약 이들 검사에서도 명확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환자가 앓는 증상이나 혈액 검사 결과를 참고해 췌장이나 담관 등에 질환이 있을 가능성을 살펴본다. 이때 컴퓨터단층촬영(CT) 또는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활용해 몸의 단면을 관찰한다.
간혹 앞선 영상 검사에서 췌장암이 보이지는 않지만 환자에게 미세한 췌장암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초음파 내시경 검사를 시행한다. 초음파 내시경은 내시경 선단에 초음파가 장착돼 있어 췌장을 비교적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병변에서 세포를 추출하기 위해 작은 바늘을 사용하는 세침흡인검사나 조직 검사를 시행해 췌장암을 확인하기도 한다.
약물 전달을 막는 암세포 섬유화
이 대목에서 최 교수는 "유감스럽게도 췌장암의 조기 발견과 암치료는 아직까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을 꺼냈다. 왜 그런가.
"췌장암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데다 그 증상이 다른 소화기계 질환과 비슷해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후복막에 있는 췌장에 암이 발생하더라도 발견하기 매우 어렵다. 다른 장기로 쉽게 전이되고 조기에 발견하더라도 근치적 수술 후 재발률이 높아 예후가 좋지 않은 종양이다. 무엇보다 췌장암 특유의 종양미세환경 때문에 항암치료 저항성이 강해 항암 효과가 낮다. 암세포 주변에 콜라겐 같은 결합조직이 과발현되면 나타나는 증상이 섬유화다. 이것이 약물 전달을 방해하고 혈관을 압박하며 저산소증을 유발해 치료 저항성을 크게 높인다."
주로 흡연, 음주, 만성 췌장염, 새로 발견된 당뇨나 오래 지속된 당뇨, 췌장 점액성 낭성 종양, 가족력 같은 유전적 요소 등이 지목된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요소가 직접적으로 췌장암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금주나 금연은 환자의 의지와 노력으로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기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췌장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인구 집단은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주기적인 영상 검사 및 피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췌장암 조기 발견으로 근치적 암절제 수술을 시행한다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 수술 방법은 췌장암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종양이 췌장 머리 또는 몸통 부분에 있으면 휘플씨 수술이나 유문부 보존 췌십이지장절제술을, 꼬리 부분에 있으며 원위부 췌절제술을 각각 시행한다. 다만 수술이 가능한 단계에서 췌장암이 발견되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20%에 불가하다.
나머지 80% 정도는 이미 췌장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됐거나 국소적으로 진행돼 주변 대동맥이나 간문맥 같은 주요 혈관으로 침범해 수술적 절제가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이런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시행한다. 다만 간혹 항암치료 중 상황이 호전돼 수술이 가능한 경우도 있기에 최초 소견만으로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수술 후 1~3개월 이내로 환자의 전신 상태가 회복돼 항암치료가 가능해지면 보조 항암치료를 약 6개월 진행한다. 이 보조 항암치료는 수술 후 남은 미세 잔존 암을 제거함으로써 근치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이럴 경우 무질병 생존기간 연장을 기대할 수 있다.
수술 불가능할 때 항암화학요법 우선 시도
완치를 기대하려면 근치를 목적으로 하는 외과적 절제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체 췌장암 환자의 약 20%만이 췌장을 절제할 수 있을 만큼 췌장 절제가 가능한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더욱이 췌장암 수술은 위험도가 높은 절제 수술인 데다 고령 환자가 대부분이기에 수술 후 회복이 느려 절제 후 여러 합병증으로 삶의 질이 떨어져 수술 후 보조 항암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예후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최근 학계에 보고되는 연구를 보면 경계성 절제 가능형 췌장암의 경우 바로 수술을 진행하기보다 수술 전 선행보조 항암화학요법을 우선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수술 전 비교적 전신상태가 좋은 시점에 항암치료를 일정 부분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면 췌장암의 잠복 전이로 인해 단기간 재발 위험이 큰 환자라도 불필요한 수술을 피할 수 있다. 사전 항암치료 효과로 수술 후 환자의 생존기간도 늘릴 수 있다.
국소진행성 췌장암 환자는 원격전이를 보이지 않지만 복강동맥이나 상장간막동맥 등 주변에 주요 혈관으로 침윤해 근치적 목적의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다. 이들은 전체 췌장암 환자의 30~40%를 차지한다. 국소진행성 췌장암은 전이성 췌장암에 비해 생존율 향상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전이성 췌장암과 동일하게 폴피리녹스(FOLFIRINOX·몸의 다른 곳으로 퍼진 췌장암과 대장암 치료에 쓰이는 병용 화학요법) 등 전신 항암치료를 한다. 국소진행성 췌장암 환자의 30%가량이 발병 초기에 질환이 급격히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전신 항암 단독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환자의 나이나 전신 상태, 종양에 의한 통증, 폐색 및 출혈 같은 증상, 환자 및 의료진의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사선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도 한다.
치료를 포기하지 말라는 당부를 꼭 드린다. 환자의 강한 치료 의지와 의료진의 협력이 동반된다면 암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상이 호전되고 삶의 질도 향상될 수 있다.
- EDITOR: 김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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