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골든타임' 사수 위해
치료 완료까지 걸린 시간 40분 줄였다
극심한 두통은 뇌졸중 증상의 일부분이다.
뇌졸중 치료에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전국 각급 의료기관에서는 환자 이송에서부터 안전하게 수술을 마치기까지의 과정을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빠르면서도 신속·정확한 치료를 위한 '뇌졸중 신속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을 이끌고 있는 김치경 신경과 교수에게 뇌졸중 치료 전략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노력을 들어봤다.
뇌졸중은 뇌혈관에 갑자기 문제가 발생해 뇌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을 아우르는 말이다. 과거에는 흔히 중풍이라 불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뇌졸중 환자는 65만 7,277명이다. 최근 5년간 6% 증가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통계청에 따르면 뇌졸중을 비롯한 뇌혈관 질환은 전체 사망원인 5위에 올랐다.
뇌졸중은 다양한 뇌 질환 중에서도 치료의 '골든타임'이 중요한 질환으로 잘 알려졌다. 우리 몸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인 만큼 한번 손상이 발생하면 아주 빠른 속도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적기에 적절한 처치를 받는 것이 회복의 관건이 된다.
초기 증상 알기 힘든 뇌졸중, 갑자기 발병
뇌졸중의 원인은 다양하다.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은 기저질환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부정맥을 포함한 심장병 등이 있다. 흡연이나 음주, 비만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고혈압의 경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는 경우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뇌졸중도 고혈압의 주요 합병증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고혈압이 있으면 다른 건강한 사람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올라가게 되는데 특히 뇌출혈에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뇌졸중의 주요 증상은 한쪽 방향의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피부감각이 둔해지거나 저린 감각이 온다. 극심한 두통이나 어지러움, 눈이 갑자기 안보이거나 하나의 물건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등의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뇌졸중 증상의 특징은 뇌혈관의 문제로 발생하기 때문에 갑자기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서서히 증상이 악화된다면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팔다리 마비 증상의 경우 한 쪽으로만 오는 경우가 많으며, 양쪽 다리 혹은 양쪽 팔에만 마비가 오는 경우는 뇌졸중에 의한 증상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일명 '미니 뇌졸중'이라 불리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도 주의해야 할 질환이다. 통상 뇌졸중 증상이 24시간 이내에 사라지기 때문에 안심하기 쉽지만 뇌졸중과 동일한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심방세동과 같은 심장 부정맥 및 심장질환, 흡연, 음주가 미니 뇌졸중의 위험 요인이다. 특히 미니 뇌졸중은 혈관이 좁아져 있는 상태에서 증상이 발생했다가도 발생하지 않았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뇌혈관이나 경동맥 협착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니 뇌졸중은 뇌혈관 상태에 대한 영상검사를 통해 필요한 경우 응급시술이 진행될 수 있다.
증상 발생 시 빨리 내원할수록 치료효과 높아
뇌졸중은 식습관 개선과 운동 등을 통해 여러 위험 인자를 조절함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 중 하나인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선 규칙적인 운동과 스트레스 조절하기, 염분 섭취 줄이기 등을 통해 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서구적인 식습관 및 비만의 증가로 당뇨병, 고지혈증이 늘어나고 있는데 단당류 위주의 나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동물성 및 트랜스 지방을 피하는 식단을 구성하는 것도 뇌졸중 예방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짠 음식과 동물성 및 트랜스 지방이 과도하게 많은 식단을 자제하고, 평소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스 다스리기, 금연 및 절주를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예방을 위한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뇌졸중은 증상이 발생하고 가능한 빠르게 내원할수록 치료 효과가 높고 질환으로 인한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김 교수는 "과거보다 치료법이 개선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기본적으로는 치료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뇌의 경우는 잠시만 손상을 입어도 영양분이나 산소 공급 중단에 의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학제 의료진 참여한 신속대응팀, 환자 내원부터 치료완료까지 걸리는 시간 단축
뇌졸중은 전문의의 진찰 및 뇌촬영을 통해 진단을 하게 되며 이후 적절한 치료가 뒤따른다. 뇌경색의 경우 뇌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녹이기 위한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거나, 혈전제거술을 시행하게 된다. 뇌출혈의 경우 뇌압을 조절하는 치료를 하는데 출혈량이 많은 경우 응급수술이 이뤄지게 된다.
일련의 치료 과정이 완료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고려대 구로병원에서는 일찍이 응급실은 물론 원내에서 발생하는 급성 뇌경색 의심 환자에 대한 신속한 치료를 위해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응급의학과, 전문 코디네이터로 이루어진 뇌졸중 신속대응팀을 운영 중이다.
김 교수는 "응급실로 내원하거나 원내에서 발생한 급성 뇌경색 환자에 대한 치료 프로토콜을 구축하고 있으며 신속한 환자 이송을 위한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속한 환자 치료 프로세스의 필요성에 공감한 의료진을 비롯한 인력들이 뜻을 모으게 됐고 최근에는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뇌경색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혈관을 뚫는 처치가 이뤄지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2020년 평균 150분에서 2023년 110분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중 진단검사 등에 소모된 시간을 감안하면 40분 단축은 상당히 의미 있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을 비롯한 다양한 인력 간 연락체계를 효율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진료 담당 인원에게 순차적으로 연락이 가는 방식이었는데 최근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연락이 진행되면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즉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전에 검사 준비 등을 완료해두면서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면서 기억에 남는 치료 사례를 들었다. "협력 병원을 통해 의뢰된 뇌경색 환자를 병원에 도착한 뒤 30분 만에 시술을 시작해 1시간 만에 혈관을 개통하고 후유증 없이 회복되어 일주일 이내로 무사히 퇴원한 일도 있었다. 80대 고령 환자였는데 빠른 처치를 통해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뇌졸중 신속대응팀의 체계적 운영과 의료진들의 열정에 힘입어 고려대 구로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하는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평가'에서 2007년 평가가 시작된 이래 올해까지 10차 연속 1등급을 받기도 했다. 국내 대표 중증병원 특화 상급종합병원으로서의 위상을 지켜오고 있다는 평가다.
인공지능으로 치료시간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
신속대응팀의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시술 공간을 빠르게 배정하는 등 치료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시간을 다투는 질환인 뇌졸중은 처치 시간에 따라 환자의 평생이 좌우될 수 있다"며 "이에 따른 걱정이나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는 의사, 간호사, 구급대원, 영상기사 등 모든 동료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 프로세스를 단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당장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지만, 좌절하지 않고 함께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EDITOR: 박정연
- PHOTO: 김승환,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