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질병과는 다른 '노인증후군'
'노인 맞춤' 중심 치료로 전환해야
노인의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
대한민국은 조만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노령 인구의 건강 문제는 중요한 화두다. 노화에 따른 여러 질병도 별도로 연구하거나 치유하기 시작했다. '노인의학'이 바로 그러한 분야다. 노인들은 열병에 걸려도 열이 높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충수염에 걸려도 전형적인 우측 하복부 통증이 없는 경우가 흔하다. 일반 성인을 위한 의학과는 달라야 하는 이유다.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노인의학에서는 질병 중심의 치료에서 인간중심 치료로의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며 노인의학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에게 노인의학에 대해 들어봤다.
노화로 인해 질병을 이겨낼 만한 생리적 기능이 감퇴한 노인에서 일상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능 이상 및 만성 질환을 일컫는다.
그렇다. 질병 표현 양상이 비전형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기력 저하, 생활 장애, 낙상과 신체 불안정, 요실금, 영양 불량, 인지 장애와 우울 등이 복합적으로 묶여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노인증후군'이라고 지칭하는데 특징적인 증상들이 나오지 않아 진단이 지연되면서 가역적 단계를 넘어서 장기 요양이 필요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게 되는 특징이 있다.
노인의학은 노인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요구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의료 분야다. 일반 의학에서는 특정 질병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노인의학은 노화로 인한 다양한 증상과 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노인들은 여러 만성 질환을 동시에 겪을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른 약물 부작용과 약물 상호작용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기 때문에, 전인적 치료 접근법이 필수적이다.
그렇다. 노인의학에서는 노인증후군을 주목한다. 예컨대 섬망은 감기약 부작용이나 치매 증상, 또는 여러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노인 환자가 무릎 통증이 있으면, 잘 움직이지 못해 음식을 차리지 못하거나 잘 먹지 못해 영양이 불량해지고, 이는 근 쇠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불면증이 있는 노인의 경우 잠을 잘 못 잔다고 해서 수면제를 드실 수 있는데, 부작용이 심하면 몽롱한 상태에서 낙상→골절→장애→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아진다. 이처럼 증상만을 보고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존 성인의학과는 다른 복합적 접근 방식을 요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아직 노인의학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각 과별로 진료하다보면, 다양한 질병에 취약한 노인들은 여러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의료 쇼핑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약물 남용이나 중복 처방이 발생하고 더욱 건강에 취약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때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노인의학 전문가들은 환자가 복용 중인 약물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불필요한 약을 줄이고, 중요한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한다.
아직 노인의학이 정식 세부 전공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정의학과나 내과에서 노인의학을 다루고 있지만, 전문 분야가 더 체계적으로 도입돼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해외의 경우 일본이나 대만,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에서는 노인의학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인분들 대부분이 여러 만성 질환으로 인해 많은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방에서 약을 꺼내시는 걸 보면 한 움큼씩 꺼내 드신다. 병원마다 처방이 다르고, 개인적으로 드시는 약도 있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밥 만큼 약을 먹는다"는 얘기도 하시더라. 약을 많이 먹는 게 좋은 게 아니다. 이런 약제 복용은 약물 상호작용이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관절염, 부비동염,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각각 다른 병원에 내원해서 치료하면 정형외과에서는 소염진통제를 위장보호제와 같이 처방하고, 이비인후과에서는 부비동염에 항생제를 위장보호제와 같이 투여하게 된다. 두통이 있어서 신경과를 방문하면 소염진통제를 쓸 수 있는데, 이때 마찬가지로 위장보호제 등이 같이 쓰일 수 있다. 그러면 벌써 약물 개수가 최소 6개가 넘는데, 위장보호제만 3개 이상 복용할 수 있다. 즉 약물이 중복될 수 있다. 이러한 복합 증상을 통합적으로 보고 관리한다면 약물의 중복 처방을 막을 수 있다. 노인의학에서는 이러한 약물 남용을 막기 위해 다약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약만 처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게끔 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부분이 많다. 첫째는 처방 공유 시스템 미비다. 병원 간 정보 연계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앞서 설명한 중복 처방 케이스처럼 환자는 각 진료과에서 각각의 처방을 받게 되는데, 의사들이 기존의 처방 정보를 제대로 공유 받지 못하면 중복된 약물이나 부적절한 약물이 처방될 수 있다.
둘째는 의료진의 시간 부족 문제다. 진료 시간이 짧고 환자는 많다 보니, 노인의학적 접근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노인의학의 진료는 환자와의 충분한 면담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수가 자체가 매겨져 있지 않다. 노인 환자가 질 높은 의료를 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노인의학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 이상의 것을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거나 우울감이 심할 경우 집 안에서만 지내면서 활동이 줄어들어 이동 기능이 더 약해질 수 있고 혼자서 끼니를 해결할 경우 영양결핍 문제도 악화될 수 있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가 있는 노인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드는 치아 치료가 미뤄질 수 있고 이 때문에 영양문제도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사회 경제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노인의학은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정서적 건강도 중요하게 다룬다. 정신적, 정서적 문제는 노인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의 우울증 및 자살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최근에는 노년기 우울증이 심혈관계 질환, 당뇨, 고지혈증, 신장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등 신체의 다양한 만성질환을 복합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이러한 결과는 노인에 있어 정신적 건강 관리가 신체적 건강 유지에 필수적임을 알려준다.
노인의학의 목표는 '움직임'과 '자립'이다. 많은 노인 환자들이 병원에서 퇴원할 때 기능이 저하돼 요양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퇴원 후에도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재활치료와 영양 관리를 통해 노인의 근감소증을 예방하고, 신체 활동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노인들은 움직임이 제한되면 기능이 빠르게 저하되기 때문에, 낙상 예방 운동이나 가벼운 근력 운동을 통해 신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부적절한 약물을 피하고, 환자의 기능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보다 먼저 장수 국가로 진입한 일본이나 싱가포르는 오래전부터 노인의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일본은 편의점이나 상점 등을 가도 노인에게 특화된 식품을 파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정도로 노인들의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이 이뤄졌다. 일본의 경우 노인들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지 않도록 재택 진료와 방문 진료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다.
노인이 돼 아프면 요양병원에 가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현재의 방식은 조금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모델을 참고하여 노인의학의 체계적 도입과 의료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노인 환자들은 많은 의료비와 간병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한 내재 역량 관리가 필요하다. 노인들에게는 다양한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재약물 관리사업을 통해 약물 복용을 조정하고 불필요한 약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체계적인 약물 관리와 치료를 제공하면,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건강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주치의 제도나 노인의학 전문 클리닉을 활성화해서, 노인들이 체계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인의학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노인의학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의사들이 노인의학적 접근 방식을 배울 기회가 부족했다. 의과대학에서의 교육 강화와 노인의학 연구가 필수적이다. 고려대 의대에서는 의과대학 본과 2학년 때 선택과목으로 노인학을 배우도록 하고 있지만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의료진과 병원 간 정보 공유 시스템을 개선하고, 노인 환자 중심의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병은 복잡하기 때문에 여러 과가 함께 관여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의료 기관이 협력해서, 고령화 시대에 맞는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더 빠르게 노인의학이 정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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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 장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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