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기부자, 백세현 교수 부부 "기부 후 밀려온 뿌듯한 행복감",
가족 릴레이 기부로 이어져
가족 릴레이 기부를 이어가는 고려대 구로병원 백세현 교수(오른쪽)와 그의 부인 이경란 씨.
고려대 구로병원 병원장을 역임한 백세현 교수와 가족들의 고려대 구로병원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백 교수와 가족의 누계 기부 금액은 올해 8월 6억 원을 넘으며 화제를 모았다. 정년 퇴직 후 이 병원 내분비내과에서 환자를 계속 돌보고 있는 백세현 교수와 그의 부인 이경란 씨를 만나 기부 이야기를 들어봤다.
백세현 교수는 1994년 고려대 구로병원 내분비내과에서 진료를 시작하며 이 병원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이 병원의 검진센터장, 진료부원장을 거쳐 2014년 병원장을 역임하며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방향과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백 교수는 2007년 '장학금' 기부 활동에도 동참했다. 백 교수의 장모인 고(故) 심학기 여사가 고려대 구로병원에 5억 원을 기부한 이후 이 병원에서는 '심학기 상'이 제정됐다. 2024년 8월에는 백 교수의 부인 이경란 씨가 병원발전기금 1억 원을 쾌척하며 '가족 릴레이 기부'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백 교수는 기부 동기에 대해 말할 때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첫 기부에 대해 묻자 "특별한 이유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기부가 좋은 일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나중에 많이 해야지 하는 생각도 하지만, 작은 금액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며 25년 전의 기부 활동을 떠올렸다.
백 교수는 당시 부인 이 씨와 함께 홀트아동복지회 등에서 소액 기부로 어려움에 처한 아동에게 온정(溫情)을 보냈다고 했다.
기부 활동에 대한 소감을 묻자 백 교수는 "기부를 하면 기분이 좋고 행복해진다. 가족 간의 행복, 병원에서 직원들과의 느끼는 행복, 환자들과 의사로서의 행복함을 느낀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백 교수 가족들의 기부는 행복감을 전파하는 활동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심학기 상' 제정 이후 친절한 직원을 선정해 포상을 한다. '심학기 상'은 항상 친절한 의료진과 묵묵히 맡은바 최선을 다하는 교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는 기부자의 유지를 따른 것이다.
백 교수는 "심학기 상 덕분에 애사심이 생기는 직원이 일 년에 4명 씩, 10년이면 40명, 20년이면 100여명에 달한다"며 뿌듯한 행복감을 나타냈다.
백교수는 "병원장을 지내며 애사심을 가지고 근무하는 직원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직원들을 선발해서 공로를 치하해주면 상을 받은 직원은 병원에 대한 애사심이 생기고, 그러면 환자와 병원 모두에 좋은 일이다. 아내의 기부금으로 칭찬 직원 선발 인원을 늘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누적 기부액 6억 원, 가족 연속 기부 화제
올해에는 백 교수의 아내인 이 씨가 백 교수 퇴임에 맞추어 고려대 구로병원 발전기금으로 1억 원을 또 다시 쾌척했다.
이 씨에게 소감을 묻자 "어머니 유지에 따라 기부를 하고, 매년 병원 직원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기부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많이 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이 씨는 "기부라는 것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로 인해 우리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추가 기부의 계기가 됐다"며 오히려 구로병원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 씨는 "구로병원에 고마운 것이 참 많다. 어머니가 편안하게 치료받고 잘 지내다 가실 수 있게 도와준 곳이고, 남편이 근무하면서 우리 가족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직장이다. 그래서 남편 퇴임과 동시에 기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정년퇴임을 하고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그는 내분비내과 교수로 환자들을 계속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복이 많아서 환자 진료를 계속할 수 있게 됐고, 병원에서 좋은 기회를 주어서 병원장으로, 의사로 그 밖에 다른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며 병원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나타냈다.
"제 2의 인생, 의사로서 역할 이어 갈 것"
백 교수는 의사로는 가야 될 길은 환자를 보는 것인 만큼, 대학병원을 마치고 개원의로 환자를 만나는 기회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두렵고 용기도 필요한 일이지만 의사로서 최종 목표는 환자를 돌보는 것인 만큼, 개원의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길도 좋은 취지로 받아들이려고 생각한다"며 "부담감을 덜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대 구로병원은 동료와 후배들의 많은 노력으로 눈에 띌 정도로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현재 의사들은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 EDITOR: 이소영
- PHOTO: 이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