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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명작의 깊은 여운 선사하는
가을 공연 2선

무진장 길었던 폭염이 지나가자 공연계는 걸출한 대작들이 내놓아 더위에 지쳐 답답했던 관객을 위로한다. 미술관과 공연장의 감동을 동시에 전해줄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공연이 준비돼 있고,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공연도 막을 올린다. 원작의 감동과 깊은 여운으로 순삭(순간 삭제)을 선사할 공연을 소개한다.

가을을 수놓는 고흐의 명작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올해 9월 26일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홍콩에서 개최한 경매에서 고흐의 '정박한 배(1887)'가 365억 원에 낙찰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고흐의 최전성기 작품은 아니지만 '정박한 배'는 과도기적인 화풍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경매 전부터 주목을 끌었다.

고흐는 9년이란 짧은 창작기간 동안 유화 850여 점, 드로잉 1,100점 등 2,000여 점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 중 살아생전 제값에 팔린 건 '아를의 붉은 포도밭'이라는 유화 한 작품뿐이었다. 살아서 인정받지 못하던 그의 작품은 현재 천문학적 가격에 팔리고, 그의 작품을 보려고 몰려든 관람객으로 미술관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고흐가 창작에 매진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해준 이가 바로 그의 동생 테오다. 이 두 형제를 조명한 뮤지컬이 '빈센트 반 고흐'다.

빈센트 반 고흐 공연 포스터
'빈센트 반 고흐' 공연 포스터.
빈센트 반 고흐 공연(1)
'빈센트 반 고흐' 뮤지컬 공연 장면.

눈물과 광기를 잠재운 형제애

목사의 장남으로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고흐(정상윤, 김경수, 박유덕, 홍승안)는 신학자를 꿈꾸었고 신앙심도 깊었으나 물과 기름처럼 종교 지도자의 환경과는 어울리지 못했다. 그의 불꽃같은 37년 삶은 정신 착란, 환각, 신경쇠약, 우울증의 얼룩으로 마무리되어 불행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고흐는 화가의 꿈을 펴기 위해 프랑스로 이주해 작품 활동을 이어갔지만 파리 미술계 그 누구도 그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빈센트 반 고흐 공연(2)
빈센트 반 고흐 공연(3)

'빈센트 반 고흐' 뮤지컬 공연 장면

고흐는 인상파 화풍에서 등한시하던 '어두운 빛'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깜깜한 밤이라 빛이 없는 게 아니라고 그는 믿었다. 강렬한 빛을 갈망하던 고흐는 1888년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아를의 태양과 하늘에 매료되어 정착한다. 생활고와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고흐는 든든한 우군이자 후원자, 동반자였던 4살 아래 동생 테오(박유덕, 황민수, 박좌헌, 김기택)가 있어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테오도 신혼에 갓 태어난 아이까지 있어 본인도 넉넉지 않지만 어김없이 월급의 4분의 1을 매달 형에게 송금하며 형의 작품 활동을 지지했다. 뮤지컬은 고흐가 죽은 뒤 동생 테오 반 고흐가 형의 유작전을 준비하며 형과의 편지에 담긴 추억을 서술해 나가는 줄거리다.

살아 숨 쉬는 미술관 같은 공연장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편지에 담긴 형의 마음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더불어 관객들은 고흐의 작품세계를 공감각적으로 만끽하게 된다. 공연에 집중해 함께 울고 웃다보면 무대는 강렬한 고흐의 화폭으로 뒤덮인다. 3D 프로젝션 '매핑'을 이용한 입체적 영상은 미디어 퍼포먼스의 향연으로써 손색이 없다.

배우가 터치하면 그림이 펼쳐졌다가 사라지고, 인물화 속 지누 부인은 관객을 향해 반갑게 손 흔들며, 수려한 밀밭은 황금물결로 살아 움직인다. 투박하지만 강렬한 색채와 뚜렷한 고흐의 붓질은 선율을 타고 무대에서 꿈틀거린다. 미술관 같은 공연장에서 감상하는 뮤지컬은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밤하늘의 빛나는 별처럼 다가온다.

  • 일정 2024년 9월 7일(토) ~ 2024년 12월 1일(일)
  • 장소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스콘 1관
  • 시간 화·목·금 오후 8시 / 수 오후 4시, 8시 / 토·일·공휴일 오후 2시, 6시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이야기 오페라 '라보엠'

우리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운 양식을 보헤미안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보헤미안 랩소디, 보헤미안 룩, 보헤미안 푸드, 보헤미안 기질까지 '보헤미안'의 의미는 다양하게 사용된다. 그 어원은 체코의 보헤미아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세까지 유랑 민족인 집시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던 지역이다.

19세기 파리에 많은 낭만주의 예술인들이 몰려들자, 프랑스에서는 사회관습의 틀을 벗어난 자유분방한 삶을 영위하는 예술가들을 '보엠'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젊은 예술가들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서울시오페라단 단원들
서울시오페라단 단원들.

희망과 사랑을 꿈꾸던 '물 마시는 사람들'

38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 한 프랑스의 작가 앙리 뮈르제는 당시의 대표적인 '보엠'이었다. 그의 대표작인 '보헤미안의 생활 풍경'은 본인과 주변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당시 뮈르제는 시인 보들레르, 화가 쿠르베 등과 자주 어울리며 함께 '물 마시는 사람들'로 불리곤 했다.

그들은 곤궁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인원수대로 주문을 못하고 몇 명 혹은 모두 물만 마시는 경우가 허다한 단골손님이었다고 한다. 마음껏 마시고 먹으면 외상으로 달아놓기 일쑤였다. 주인 입장에서는 허세를 부리는 것보다 물만 마시는 편이 더 다행스러웠을 지도 모르겠다.

'라보엠' 포스터
'라보엠' 포스터.
'라보엠' 컨셉 사진
'라보엠' 컨셉 사진.

보헤미안들은 누구보다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에 대한 무한한 긍지를 가졌으며 자신들을 인정해 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다. 절박하고 궁핍한 현실에 절망하기는커녕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희망을 꿈꾸었다. 25세의 뮈르제는 혼란의 격동기를 보내고 있는 젊은 프랑스 예술가들의 신념과 감성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는 3년간 잡지 '사탄의 해적'에 '보헤미안의 생활정경'을 연재했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보헤미안의 자유로운 삶은 기발하고 흥미진진한 '별나라 이야기'였다. 그런 삶을 살지 못하는 현실적 사람들에게 과거의 공상적 감각을 회상시키는 이 소설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뮈르제는 이를 연극으로도 만들어 성황리에 무대에 올렸다. 이 여세를 몰아 1851년 뮈르제는 조각조각이던 잡지의 연재물을 모아 단편소설로 출간했다.

시간이 흐르며 뮈르제도 세상 물정모르고 열정 하나만으로 세상에 맞서던 20대에서 30대의 기성세대가 되었다. 프랑스 명예훈장까지 수여받았고 사회적 지명도는 높아졌지만 경제적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가난과 병마와 고달프게 싸우던 그는 파리의 한 병원에서 외롭게 사망했다. 그의 사망과 더불어 그의 작품도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낭만과 운치가 넘치는 오페라

그런데 30여년이 흐르고, 차기 작품을 찾고 있던 이탈리아의 작곡자 푸치니에게 그의 소설이 전달되었다. 밀라노음악원 시절 자취 생활을 하며 비슷한 경험을 가진 푸치니는 소설 스토리에 크게 만족했고 낭만적 추억에 젖어 신작 작곡에 박차를 가했다.

파리 라틴지구에 모여 사는 시인 로돌포, 화가 마르첼로, 철학자 콜리네, 음악가 쇼나르는 가난한 무명 예술가들이다. 입에 풀칠하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찬란한 내일을 꿈꾸며 현실을 즐기는 긍정적 청춘들이다. 크리스마스 전날, 미미와 우연히 마주친 로돌포는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라보엠' 공연 장면(1)
'라보엠' 공연 장면(2)

'라보엠' 공연 장면.

화가 마르첼로의 연인 뮤제타가 합세하여 4명의 남녀는 밝고 경쾌하지만 애잔하게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나간다. 티격태격하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던 연인들은 결국 모두 헤어지며 뿔뿔이 흩어진다. 세월이 흐른 어느 겨울 날, 병든 미미를 부축한 뮤제타가 로돌포의 하숙집을 찾는다. 다시 사랑을 확인한 미미는 로돌포의 품안에서 숨을 거둔다.

푸치니 서거 100주기를 계기로 서울시오페라단이 창단 39년 만에 첫 '라보엠'을 공연한다. 소프라노 서선영, 황수미, 테너 문세훈, 김정훈 등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성악가들이 출연해 국내 관객들에게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 일정 2024년 11월 21일(목) ~ 2024년 11월 24(일)
  •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시간 목~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5시
  • EDITOR: 황승경
  • 이미지 제공: HJ컬쳐, 서울시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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