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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 통증, 손상 없는 뇌수술
난치성 신경질환도 완치 가능하다

김종현 교수(1)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김종현 교수가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뇌 관련 질환의 수술 및 치료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치료가 어려웠던 난치성 신경계 질환도 최근에는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치료하고 있다. 뇌수술을 두려워해 수술을 미루던 환자도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 배경에는 고도화된 최첨단 의료 기술이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김종현 교수를 만나 최근 정교해지고 안전해지는 정위기능신경외과적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김 교수는 다년간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쌓은 뇌 정위기능 분야에 대한 노하우와 술기를 바탕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뇌전증 및 파킨슨병에 대한 수술적 치료 분야를 시작해온 대가다. 세계 신경외과 전문의 교과서 공동 집필과 뇌전증병변절제술 등 수술을 위한 치료 가이드라인 설정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대한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최첨단 뇌수술 선택지가 넓어짐에 따라 의사와 환자 간의 원활한 소통을 기반으로 환자의 질병 이력과 증상, 수술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난치성 신경질환의 새 희망

정위기능신경외과적 치료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정위기능신경외과는 뇌와 신경계통의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뇌의 특정 부위를 표적으로 삼아 뇌수술을 통해 치료하는 분야다. 통증, 진전증(떨림증), 경직, 중증 우울증, 불안증, 강박증, 뇌전증, 삼차신경통, 치매 등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신경계 질환을 최첨단 의료 기술을 동원해 최소침습적으로 치료한다.

파킨슨병으로 대표되는 이상운동 질환도 정위기능신경외과의 치료 적용 대상인가.

그렇다. 안면 경련도 치료가 가능하다. 나아가 뇌혈관 기형, 뇌종양 등 뇌질환도 치료 적용 대상이다.

정위기능신경외과적 치료를 두고 '난치성 신경질환의 새 희망'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최첨단 의료 기술의 영향으로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 다양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신경해부 지식과 수술 경험이 풍부한 신경외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뇌 공학자와 신경과학자 등이 최적의 치료법을 모은 덕에 정위기능신경외과적 치료법이 이전보다 정교해지고 안전해졌다. 예전에는 뇌 일부를 잘라낼 수밖에 없었던 수술도 요즘에는 뇌 손상을 최소화하며 치료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수술 종류도 많아져 치료가 어렵던 난치성 뇌질환도 여러 치료 선택지를 놓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택하는 게 가능해졌다.

선택지 넓어진 최첨단 뇌수술

김종현 교수(2)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김종현 교수.
최첨단 뇌수술에는 주로 어떤 것들이 있나.

먼저 미세혈관강압술과 뇌심부자극술이 있다. 전자가 안면신경과 이를 누르는 뇌혈관 사이에 테플론(Teflon·의료용 스펀지)을 넣어 신경이 받는 압력을 풀어주는 수술이라면, 후자는 파킨슨병 환자의 뇌 기저부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 자극을 통해 신경회로의 이상을 개선하는 치료법이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발생 부위를 정교하게 지도화해(Mapping) 질병 발생 기전을 파악하여 수술하는 뇌전증 수술,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파장이 짧은 감마선을 병소에 쬐어 치료하는 감마나이프 수술, 자기공명영상(MRI)을 활용해 비정상적 기능을 유발하는 뇌 부위를 표적화한 후 고강도 집속초음파 에너지로 표적 조직을 제거하는 초음파뇌수술도 있다.

수술법이 다양해진 만큼 의료진이 환자에게 어떤 수술을 적용할 것인지 판단하는 일도 정교해지거나 신중해졌나.

그렇다. 뇌와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그 부분에 해당하는 운동 기능이나 감각에 이상이 생긴다. 다양한 치료법 중에서 질환 특성과 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해 치료한다. 그러자면 의료진과 환자 간의 원활한 소통을 기반으로 환자의 질병 이력과 증상, 수술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도와야 한다.

안면경련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얼굴로 연결되는 신경가지(뇌신경에 분포하는 동맥 가지)가 뇌혈관에 의해 압박을 받아 혈류 박동에 따라 안면경련증이 나타난다. 경미한 경우에는 약물 복용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해 사회 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미세혈관감압술로 치료하게 된다.

미세혈관감압술은 어떤 방법으로 수술하나.

먼저 귀 뒤쪽을 엄지 손가락 크기 정도로 절개한다. 뇌줄기라고도 불리는 뇌의 뒷부분에 위치한 뇌간의 안면 신경이나 3차 신경에 달라붙은 혈관을 분리한다. 의료용 스펀지 '테플론'을 끼워 넣어주면 떨림이나 통증이 사라진다.

뇌심부자극술로 치료하는 뇌질환은 무엇이 있나.

최근 정밀 뇌 영상기법과 뇌 항법장치 등이 획기적으로 발달해, CT나 MRI, 컴퓨터기술 등을 동원해 뇌 구조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3차원 좌표를 산출, 정확히 문제 부위에만 접근해 치료한다. 운동 이상을 일으킨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 제어하거나 자극해 이상운동 기능을 조절하는데, 뇌심부자극술이 대표적이다.

수전증, 파킨슨병, 근육의 긴장도에 이상이 오는 근긴장 이상증 등 이상운동질환 환자 치료에 좋은 수술 성과를 보인다. 강박장애, 우울증, 틱장애의 일종인 뚜렛증후군 등 정신질환과 신경병성 통증, 일부 뇌전증 환자의 수술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난치성 뇌전증, 수술로 완치 가능

뇌 수술 표현 사진
방사선을 칼처럼 이용하는 감마나이프 수술도 각광을 받고 있다. 감마나이프 수술이 가능한 질환은 무엇이고, 이 수술은 어떤 원리로 이뤄지나.

뇌혈관 기형, 뇌종양, 운동시아 질환, 기능성 뇌신경질환, 정신질환 등 거의 모든 뇌병변이 치료의 대상이다. 어릴 때 돋보기로 햇빛을 한 곳에 모아 종이를 태워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감마나이프 수술의 원리는 이처럼 높은 에너지의 감마선 빛을 모아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뇌 손상이 거의 없기에 수술로 치료가 힘든 뇌심부의 병변 치료에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두피나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도 머리 깊은 곳의 병변을 치료할 수 있으며 부작용이나 합병증도 적은 편이다. 방사선 수술은 최신 영상진단 기법이 정밀해지면서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 전신 마취를 하지 않고도 수술이 이뤄지기에 단 하루만 입원하면 되는 간편한 수술이다. 무엇보다 합병증이 없으니 환자의 삶의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초음파뇌수술은 어떤 장점이 있나.

초음파 에너지를 표적 조직에 집중해 다른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초음파뇌수술은 MRI를 반복해 촬영하며 치료 효과를 확인하면서 수술을 진행하기에 안전성과 정밀성이 높은 치료법으로 꼽힌다. 이 수술법을 활용하면 뇌혈관 장벽을 일시적으로 열어 치료에 필요한 약물을 손쉽게 뇌로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주로 손 떨림 증상이 심한 수전증 환자나 약물치료 효과가 없거나 약물 부작용을 앓는 파킨슨병 환자, 일부 정신질환자 등에게 초음파뇌수술을 권한다.

초음파뇌수술은 기존 수술법과 치료 효과가 비슷한데, 전신 마취를 필요로 하지 않고 비침습적이라 상처가 없는 데다 통증도 없다. MRI실에서 검사받듯 2~3시간 정도 누워 있으면 수술이 끝나 수술 부담이 큰 고령 환자나 항혈소판제제 및 항응고제를 복용해 수술이 어려운 기저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뇌전증도 수술로 치료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뇌전증 환자는 약 30만~40만 명으로 추정된다. 매년 발생하는 새 뇌전증 환자의 수도 2만~3만 명이다. 뇌전증 환자의 20~30% 정도는 두 가지 이상의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경련 발작 증상이 지속돼 힘든 시간을 보낸다.

특히 난치성 뇌전증은 여러 종류의 항경련제를 높은 용량으로 복용하는 질환이기에 환자 처지에선 약제비 지출이 높으며, 경련발작 증상의 재발이 자주 일어나 입원 치료도 자주 받기 때문에 약제비 이외의 의료비 지출이 크다. 수술을 통해 뇌전증 발생 부위를 정교하게 제거함으로써 부작용 없이 안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절반가량은 완치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생에 걸친 의료비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김종현 교수(3)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김종현 교수.

복지부 선정 '뇌전증 수술로봇장비 지원기관'

고려대 구로병원은 올해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뇌전증 수술로봇장비 지원기관' 공모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이 사업은 뇌전증 수술 분야 전문성을 갖춘 종합병원 1곳에 수술로봇 장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뇌전증 환자에 대한 정밀진단, 치료·수술 장비 보급을 통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뇌전증 수술 관련 전문성(진료 및 수술 실적), 장비 운용·활용 역량의 우수성(전문의, 의료기사 관리 역량) 등을 인정받아 이번 사업에 선정됐다. 뇌전증 수술로봇장비 도입비를 지원받게 됐으며, 뇌전증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 복귀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뇌전증 수술로봇장비 도입의 의미는.

국내에는 뇌전증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많지 않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15년 이상의 난치성 뇌전증 치료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하는 신경외과뿐만 아니라 신경과, 소아청소년과, 영상의학과 의료진들이 긴밀하게 다학제 협력을 해오며 난치성 뇌전증 수술을 시행해 왔다.

뇌전증 진료 전문 신경과 전문의 및 뇌전증 수술 신경외과 전문의, 소아 환자 진료를 위한 소아청소년과 신경계 세부 전문의, 뇌영상 판독을 위한 신경계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뇌전증 진료 전문 교수진뿐만 아니라 신경외과 수술에 전문화된 수술 간호팀, 수술 중 신경생리 감시나 수술 중 뇌파 감시를 위한 의료기사가 상주하고 있으며, 비디오 뇌파검사를 위한 임상병리사 인력도 24시간 상주하고 있는 등 난치성 뇌전증 진료와 수술 역량을 갖춘 유기적 다학제 뇌전증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더불어 안정적이고 질 높은 수술을 위한 최첨단 네비게이션 시스템과 수술 현미경, 뇌파 정량 분석을 위한 각종 뇌파검사 장비를 폭넓게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뇌전증 로봇수술 장비를 활용해 기존의 수술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었던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삶의 질이 한층 더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첨단 뇌전증 수술이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계속 살려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EDITOR: 김건희
  • PHOTO: 박혜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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