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안 들려" 반복하는 노인성 난청,
그냥 두면 치매 위험 커진다
노인성 난청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장지원 교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나라에서는 노인성 난청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난청이 노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치매 등으로 이어져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장지원 교수에게 노인성 난청과 이명에 대해 물어봤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의 약 15억 명의 사람들이 청각 장애를 갖고 있고, 2050년까지 약 25억 명(인구의 25%)이 난청을 가지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보고에 따르면 65세 이상 난청 인구에서 난청 유병률은 약 38%에 달한다. 노인 5명 가운데 2명이 난청을 앓고 있는 셈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장지원 교수는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고 치부하고 방치하기 쉽지만 노인성 난청은 고립, 외로움, 인지력 저하와 치매 등과도 연관이 있어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노인성 난청은 노화로 청각 기관이 퇴행하면서 생기는 청력 감소를 말한다. 노인성 난청은 내이나 귓속 신경계의 수많은 청각 세포들이 노화로 퇴행되고 뇌로 신호를 제대로 보내지 못해서 생긴다. 양쪽 귀에 비슷하게 생기고, 대개 높은 음이 잘 안 들리며 낮은 음은 비교적 잘 들을 수 있다. 노인성 난청의 경우, 말소리는 들리긴 하지만 말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남자가 여자보다 좀 더 낮은 연령에서 생기고, 고음 영역의 청력 감소가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나이다. 나이가 들면서 내이(달팽이관)의 세포가 손상되거나 사라지고, 청각 신경의 기능이 약해지면서 이명과 난청이 발생한다. 또한 장기간 소음에 노출된 사람들도 노인성 이명과 난청이 더 일찍 나타날 수 있다. 유전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대화 중 상대방의 말을 명확히 알아듣지 못해 되묻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고음역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고음역대에 위치한 자음을 명확히 변별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대화에서 잘 못 알아듣거나, 다르게 알아들어 대화를 할 때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TV 음량을 높이거나, 특정 주파수 소리를 잘 듣지 못하거나,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소리가 들리는 이명 증상도 흔히 나타난다.
노인성 난청은 청각세포가 손상됐거나 뇌에 소리를 전달하는 청신경의 노화로 인해 난청이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본인은 스스로 청력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음에 대한 청력 손실이 두드러지는데 저음은 잘 들리기에 대화 소리나 자동차, 트럭 소리는 여전히 잘 들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질환만큼 크게 위험하다고 인식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증 난청환자는 치매 발병률이 3배
노인성 난청을 앓는다고 해도 겉보기에는 체력이나 건강상의 이상이 없는 경우가 있다. 특히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해서 조금 안 들리는 것쯤이야 하며 간과하기 쉬운데 방치하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난청이 심해질수록 뇌의 언어 처리 능력이 저하되고,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사회적 고립감과 의사소통 장애가 심해진다.
또한 중등도 난청 환자는 치매 발병률이 3배, 고도 난청 환자는 5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난청으로 인해 뇌가 소리 자극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성 난청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은 이를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나 주변 사람들이 부모의 행동 변화를 눈여겨보고, 조기에 청력 검사를 권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노인성 난청은 진행을 하며 회복이 되지 않는 비가역적인 질환이지만 다양한 치료 방법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보청기 착용이다. 난청이 심해지기 전에 보청기를 착용하면, 어음 변별력이 퇴화되지 않고, 보청기 적응도 빠르며, 나아가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일반적인 대화 소리(40dB 대역)를 잘 듣지 못하는 중등도 난청부터 보청기 착용이 권장된다. 고도 난청의 경우에는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청력 남았다면 '보청기' 착용해야
우리나라 노인의 의치와 틀니 장착은 50% 이상이지만, 보청기 착용은 35%에 불과하다. 국내 노인 환자의 경우 해외보다 보청기 착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크게 나타나는 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나이가 들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느껴져 심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
또한, 보청기의 외관이 눈에 띄는 것을 꺼리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보청기를 착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매우 크다. 최근에는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보청기가 많이 개발됐다. 패셔너블하게 귀에 거는 디자인이나 젊은 사람들이 끼는 이어폰처럼 귀에 쏙 들어가는 등의 소형 디자인도 있다. 기술적으로도 소리 품질이 향상되어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보청기 착용을 권한다.
보청기는 개인의 청력 손실 정도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작되어야 한다. 적절한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청각 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보청기를 처음 착용할 때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소리가 다르게 들리거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서서히 사용 시간을 늘리면서 적응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 보수도 반드시 필요하다.
노인성 난청을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진행을 늦출 수는 있다. 첫째, 시끄러운 환경에서 귀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가 젊을 때부터 주의하면 좋은데 특히 이어폰을 사용해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 습관을 피하고, 소음이 많은 장소에서는 귀마개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둘째, 정기적으로 청력 검사를 받아 청력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을 관리하는 것이 내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TV나 휴대전화 소리다. TV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켜거나 휴대전화 소리를 크게 해서 듣는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또한 대화 중에 "뭐라고? 정확하게 말해줄래? 왜 이렇게 작게 말하니? 안 들려!"라고 자주 되묻는 빈도가 많아진다면 노인성 난청의 신호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부모님께 청력 검사를 권유하는 것이 좋다.
이명은 귀에서 소리가 나지만 실제로 외부에서는 소리가 발생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흔히 높은 음으로 '삐' 소리가 길게 들리고, 라디오 잡음처럼 '지지직' 거리는 소리, 바람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들린다. 조용한 곳에서 소리는 더 커지고 뚜렷해지는 특징이 있다. 이명은 난청과 자주 동반되는 증상이다. 이명은 청력기관과 청력 신경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이의 청각 세포가 손상되면 신경수용체와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게 활성화하고, 중추신경계의 변화로 인해 이명이 발생한다.
이명 치료는 증상의 원인과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흔한 치료 방법은 이명 재훈련 치료(Tinnitus Retraining Therapy, TRT)로, 이는 소리와의 공존을 돕는 방법이다. 보청기나 음향 발생기를 사용하여 이명 소리를 덜 느끼게 하거나, 뇌가 이명 소리를 무시하도록 훈련하는 방법이다. 약물 치료로는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를 사용하고, 심리 치료도 이명으로 인한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 EDITOR: 장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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