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증세와 엇비슷한 파킨슨병,
조기 관리가 증상완화의 지름길
파킨슨병은 '뇌의 당뇨'라고 불린다. 노인성 뇌 질환 중 하나로,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60세 이상에서 1.5%의 유병률을 보이며,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증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는 2017년 10만 명에서 2021년 11만 7000여명으로 5년 사이 약 17% 증가했다. 아직까지는 완치가 불가능한 난치병으로 조기 진단만이 증세를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권도영 교수를 만나 이 병에 대해 들어봤다.
파킨슨병은 치매와 혼동되곤 한다. 인지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는 치매와 달리 파킨슨병은 운동능력에도 특별한 이상이 발생한다. 권 교수는 "초기에는 손이 떨리거나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정도이지만 병세가 악화되면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운동능력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부족으로 발생
파킨슨병은 왜 생길까. 뇌간의 중앙에 존재하는 뇌흑색질의 도파민계 신경이 파괴되면서 운동기능에 장애가 나타난다. 권 교수는 "도파민은 뇌의 기저핵에 작용해 몸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신경전달계 물질"이라며 "문제는 이 도파민 신경세포가 왜 줄어드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특발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뚜렷한 발병 원인을 모를 때 특발성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파킨슨병의 대부분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이 외에도 외상, 뇌졸중 등의 혈관성 질환 및 감염의 후유증, 약물, 연탄가스 등과 같은 물질의 독성에 의한 이차성 파킨슨 증후군으로 나뉠 수 있다. 환경 독소,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불필요한 단백질 처리 기능 이상 등이 이를 유발한다는 가설이 있다. 일부에서는 유전성으로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권 교수는 "환경적 영향이나 독성물질이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아직 모든 환자를 설명할 만큼 확실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단추 잠그기 불편하고, 표정 줄어들면 의심해봐야
파킨슨병 환자가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증상은 떨림이다.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 손가락이나 손목 관절에서 떨림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권 교수는 "떨림은 손과 다리 어느 한쪽에서 먼저 발생해서 다른 쪽으로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떨림이 없이 발현되는 파킨슨병도 있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의 또 다른 증상은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증과 근육이 뻣뻣해지는 경축증상이다. 권 교수는 "이 경우 초기에는 단추 잠그기, 양치질과 글씨 쓰기 같은 세밀한 행동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과 다르게 얼굴 표정이 감소하면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 있는데, 얼굴 근육에 경직증상이 나타나면 웃거나 찌푸리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병세가 악화되면 자세도 구부정해지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져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자주 넘어지게 된다. 이는 곧 골절 등의 이차적인 부상을 초래할 수 있어 종국에는 휠체어에 의지하게 된다.
인지기능도 저하된다. 권 교수는 "전체 환자의 40% 정도에서 초기에도 인지기능 저하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장 운동 이상으로 인한 변비, 빈뇨 등의 배변 장애, 성 기능 장애 등 자율신경계 이상도 동반된다. 많은 파킨슨병 환자가 불면증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특히 렘수면 행동 장애를 겪는 환자는 수면 중에 심한 잠꼬대를 하거나 헛손질과 헛발질을 한다. 이러한 비운동적 증상은 이상운동 증상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관찰되기도 한다. 또한 우울증이나 불안과 같은 정신증상도 동반되는데 파킨슨병 환자의 40~50%는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초기 증상들은 아주 미약하게 나타나고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가족들은 물론이고 환자 본인도 파킨슨병의 시작을 정확히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권 교수는 "상당수의 환자들은 증상 초기에 목, 어깨, 등, 무릎 등이 뻐근하거나 결려서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로 내원하여 진료를 받는 도중에 신경과 진료를 권유받게 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병력청취와 신경학적 검사로 진단
파킨슨병을 확진할 수 있는 검사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권 교수는 "뇌 자기공명영상(MRI)이나 도파민 PET 영상 촬영 등이 진단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전문의의 진찰 소견이 가장 중요한 진단법"이라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의 진단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신경과 전문의의 병력 청취와 함께 시진(육안 관찰), 촉진, 타진, 청진 등으로 환자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이학적 검사, 신경학적 검사를 한다. 권 교수는 "이 중 병력청취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령층 환자의 경우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을 노화로 인한 증상으로 오인할 수 있다. 전문의와 자세한 병력 청취로 단순 노화로 인한 증상인지, 파킨슨병인지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병력청취 후에는 신경학적 검사를 한다. 기본적으로 인지 기능, 뇌 신경, 운동 신경, 감각 신경, 소뇌 기능, 반사 신경, 보행 등을 진찰한다. 특히 파킨슨병의 4대 증상인 떨림과 서동, 경직, 걸음 이상에 대한 검사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진행해야 한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
권 교수는 "환자로 하여금 편안한 상태를 유도해 떨림을 진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사법은 양손을 무릎 위에 살짝 얹어 놓은 자세에서 눈을 감게 한 후 떨림의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서동은 엄지와 검지를 연속적으로 붙였다와 떼었다를 반복하는 동작을 10번 이상 연속적으로 수행하게 하거나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15cm 이상 들었다 내려놓았다를 반복하며 진찰한다.
경축은 환자의 양쪽 손목, 무릎, 발목 관절을 주치의가 움직여 보면서 운동에 대한 저항이 느껴지는지를 확인하며 진찰한다. 권 교수는 "환자가 걸을 때의 자세와 양팔을 정상적으로 흔드는지, 한 쪽 다리를 끌면서 걷는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과 혼동될 수 있는 다른 질환이나 이차성 파킨슨증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하여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권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의 뇌 MRI 소견은 정상인의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뇌 MRI가 필수는 아니다"며 "그러나 MRI는 주로 뇌졸중 등으로 인한 이차성 파킨슨증이나 파킨슨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신경 퇴행성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할 때 실시한다"고 말했다.
증상 완화 통한 삶의 질 보장이 최우선
파킨슨병은 평생 치료가 요구되는 난치병이다. 치료의 초점은 증상을 완화해 환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다. 치료 유형에는 약물 치료, 물리 치료, 수술적 치료가 있다.
권 교수는 "일단 파킨슨병으로 진단을 받게 되면 약물치료를 먼저 시작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이 뛰어난 질환이기 때문이다. 진단이 정확하고 제때에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이상 운동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된다. 권 교수는 "의자에서 일어나기 힘들었던 환자가 거동이 가능해지고, 걷는 것이 어려웠던 환자가 뛸 수 있는 걸 보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가장 효과가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약물은 도파민성 약물인 레보도파이다.
하지만 레보도파를 장기간 복용하면 효과가 짧아지거나 드물게는 팔다리가 꼬이는 이상운동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용량을 사용해야 한다. 증상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 처음부터 많은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빨리 나타날 수 있다. 권 교수는 "이 때문에 환자의 운동능력뿐만 아니라 연령, 직업 등 다각도로 환자의 상태를 분석해 적절한 용량과 정확한 시간에 약물을 복용해야 최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환자의 직업이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증상이 경미해도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의 용량을 사용하거나 약물치료 없이 경과 관찰만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파킨슨병을 앓게 되면 계속적으로 약물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각 환자의 상황에 맞는 장기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관절이 굳고 근육이 약화되므로 약물 치료와 함께 운동과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굳어진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체조나 수영 등 본인이 좋아하고 체력에 맞는 운동을 골라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뇌심부자극술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권 교수는 "장기간 약물치료를 하다 보면 약물에 대한 반응이 점차 약해지고,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도 점점 짧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뇌신경이 약에 과민해져서 약물치료가 오히려 이상운동 증상을 유발하는 시점이 오게 되는데 이때는 뇌심부자극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운동질환의 발생과 관련된 뇌의 특정 부위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줘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법이다. 권 교수는 "물론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했다고 해서 병이 완치되어 약물을 모두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술 후 약물 복용을 줄이고, 약물 효과의 증대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수술은 지금까지 발표된 임상 결과에서 그 효능과 안정성이 입증되고 있다.
예방 어렵고 꾸준한 관리 필요
파킨슨병의 예방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것이 없다. 학계에서는 파킨슨병 치료제 및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다. 평소 균형 잡힌 식단으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권 교수는 "당뇨 환자들이 당뇨약을 먹으면서 꾸준히 관리하듯이 파킨슨병 환자들도 신경과 이상운동질환 전문가와의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자가진단
- 종종걸음으로 걷고 보폭이 짧아졌다.
- 근육이 뻣뻣해지고, 조이거나 당긴다.
- 섬세한 동작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 걸을 때 자꾸 한쪽 다리가 땅에 끌린다.
- 편안한 자세나 누워있을 때 손발이 떨린다.
- 얼굴의 표정이 점점 없어지고 얼굴이 굳는다.
- 팔, 다리가 무거워지고 행동하는 것이 느려졌다.
- 침대나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혼자서 돌아눕는 것이 힘들다.
- *2가지 이상 → 파킨슨병 가능성이 있음.
- *5가지 이상 → 파킨슨병일 확률이 높음.
- EDITOR: 장치선
- PHOTO: 홍태식,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