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피서지 영월과 삼척 미답지 비경에 감탄 터지고
'오싹' 체험에 무더위 날린다
강원도 삼척시 갈남항에서 바라본 아침 바다.
여름이니 휴가여행은 당연히 산과 바다가 아닐까. 그런 곳이라면 강원도가 제격이다. 지난 봄 새 여행루트를 찾아 강원도 영월 태백 삼척과 경북의 울진을 거쳐 포항에 이르는 긴 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올여름 휴가여행 코스가 떠올랐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것도 좋지만 백두대간의 동서를 주유하는 '로드트립'(Road trip)도 좋을 거란 생각에 이르렀다.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집콕'하면서 쌓인 여행 갈증을 이런 휴가여행으로 풀어보자는 것이다.
영월
강원도에서도 산세가 거창하면서도 자태가 수려한 곳을 들라면 단연 영월. 동강(한강 상류)의 비경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그렇다보니 그 그늘에 감춰진 곳이 있다. 치악산을 씻고 내려와 횡성으로 흘러드는 '주천강'이다. 그 이름, 감미롭다. 술 주(酒(덧말:주))에 샘천(泉(덧말:천))이라니. '샘솟은 술로 이룬 강'이란 작명에 막걸리 한 잔이 딱 생각날 만 한데, 하지만 내겐 달랐다.
스카치위스키(스코틀랜드 위스키)도 함께 떠올랐다. 이 강 상류의 바닥이 암반이란 점에서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 브랜드의 스카치위스키도 이렇듯 암반을 흐르는 강물로 만든다. 스코틀랜드 북부의 스페이(Spey)강인데 유명 증류소 상당수가 이 강변에 줄 지어 들어섰다.
영월 주천강의 명소는 정자가 세워진 상류의 요선암 주변. 여기서 제대로 즐기자면 캠핑장의 야영이 최고다. 또 한 곳을 들자면 요선암 근방에 있는 유어캐슬 펜션이다. 강변에 자리 잡아 강을 즐기기에 아주 좋다. 이보다 더 좋은 게 따로 있다. 핀란드 오리지널 사우나와 캐빈(통나무집)이다. 이 시설은 모두 주인이 핀란드로부터 직접 들여와 설치한 것. 사우나 후엔 호수로 풍덩 뛰어드는 핀란드 스타일 그대로 펜션 안에 야외 풀까지 두었다. 핀란드 사우나로 힐링한 뒤 해질 녘엔 바비큐로 식사를 즐기고 밤엔 그 모닥불로 '불멍'을 한다. 그 휴식이 두 배로 편안할 거란 생각,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주천강이 흐르는 주천면에는 영월 술샘 박물관이 '있었다.' 이게 과거형인 이유는 최근 그 자리에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요즘 여기가 영월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장안에 소문이 자자하다. 설치미술 뮤지엄 '젊은 달 와이파크'가 그것이다. 이 미술관은 외관부터가 도발적이다. 쇠파이프로 조성한 거대한 대숲, 그걸 주변 산악의 녹색과 배치된 새빨간 색으로 칠했다. 대지 예술을 표방한 이 설치예술격의 건축이자 미술관의 실내는 더욱 흥미롭다.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착상의 작품이 눈과 귀를 자극하며 상상력을 증폭시킨다.
이런 곳을 조성한 이가 누군지 알면 한시라도 빨리 찾고 싶어 질 것이다. 강릉 정동진 해안의 전망 기막힌 언덕에 '하슬라 아트월드'를 개관해 명소로 만든 조각가 최옥영이다. 미술관 이름의 '젊은 달'은 '영월'을 'Young Moon(月(덧말:월))'로 패러디한 것. 이곳은 개관하자마자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공간으로 떠올랐고 직접 촬영해 게시하려는 이들로 늘 북적인다. 방해받지 않고 촬영하려면 개장 시간(오전 10시)에 입장을 권한다.
삼척
오랫동안 삼척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과거 '촛대바위'(추암)의 추억은 지워야 한다. 너무나 멋지게 변해서다. 그 변화의 시작은 해안경계용 철조망 철거다. 그러자 동해안엔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대표적인 것이 삼척 해변에 들어선 솔비치 삼척 리조트 앤 호텔. 그리스의 에개 해(지중해 중 하나)에 있는 아름다운 섬 산토리니가 테마인데, 하얀 색의 건물과 코발트블루의 동해가 어울려 빚어내는 산뜻 청초 쌈박한 자연의 매력이 찾는 이를 행복으로 이끈다.
지구상 어떤 곳의 비치 못잖게 아름답다. 파도와 바람 또한 부드럽고 싱그럽다. 이번에 느낀 것이지만 굳이 비행기 타고 해외로 나갈 이유를 찾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밤의 해변은 더 그렇다. 해변의 널찍한 데크에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버스킹 노래를 즐기는 낭만이 기다린다. 주변엔 분위기 좋은 식당과 카페도 많아 냉방 실내에서 쾌적한 해변 휴식이 보장된다. 삼척 해안의 상징인 촛대바위(추암)도 멀지 않다. 리조트에서 산책로를 따라 15분만 걸으면 된다.
삼척 레일바이크는 삼척 여행자에겐 참새방앗간 격이다. 그 철길은 해변 가장자리의 우거진 송림을 관통한다. 그래서 숲 그늘 아래서 그 서늘함을 소나무 향기와 함께 즐긴다. 풍광은 또 어떤가. 바다와 해변이 손닿을 만한 지척간이니 그 상쾌함이 더 극적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화려한 조명 장식의 터널 구간에선 광속의 질주가 아드레날린을 자극할 정도다. 일단 터널에 들어서면 팔뚝의 솜털이 일어선다. 얼음 창고를 방불케 할 정도로 서늘해서다. 그런데 그 터널 구간은 내리막. 슬금슬금 빨라지더니 순식간에 빛의 속도로 레일을 질주한다. 한여름 무더위를 완벽하게 잊게 만드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올여름 삼척을 찾는다면 꼭 들를 곳이 있다. 바로 덕봉산이다. 한여름에 굳이 산에 오를 일 있을까 싶다. 하지만 여긴 올라야 한다. 경치도 경치지만 높이가 50m 밖에 되지 않아서다. 맹방해변 모래사장 끝에 돌출한 컵케익 모습의 이 산. 무려 55년간 해안 감시초소가 운영돼 접근불가였다. 그게 최근 풀렸고 가본 이들은 그 비경에 찬사를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삼척의 새 명소가 됐다. 모래사장엔 외나무다리가 놓였고 그 끝에 덕봉산 산책로가 연결된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옛 초소에 이르는데, 거기서 만나는 절벽 아래 바다풍광은 가히 별유천지 비인간이라 할 만하다. 촛대바위 못잖다 할 정도다.
외나무다리 뒤로 보이는 게 53년만에 개방된 덕봉산이다.
덕분에 삼척 맹방해변도 'BTS 성지'라 불린다.
맹방해변은 요즘 'BTS성지'로도 이름났다. 앨범 표지 사진을 여기서 촬영한 것인데 그래서 기념물도 있다. 표지에 등장한 서핑보드와 BTS라는 알파벳 조형물. 거기서 기념사진 촬영 여부는 오로지 여행자의 몫이다.
동해 산타 열차
한석규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이 열차. 한 여름에 탄다면 더더욱 그럴 텐데 삼척 여행길에 '외도'를 연출할 수 있는 관광 열차다. 그건 전국의 트래킹 코스 중 최고의 오지라 할 수 있는 '낙동강 세평 하늘길'(영동선 양원역~승부역)을 이 열차로 다녀오는 것이다. 열차는 분천(경북 봉화군)과 강릉을 오가며 태백과 봉화를 남북으로 종주한다. 그 중간에 오지 역 양원, 승부가 잇달아 연결돼 있는데 그곳은 낙동강 최상류의 깊은 협곡. 철길(과거 영암선)만 놓였을 뿐 아직도 도로를 놓지 못한 험지다. 트래킹 길도 2014년에야 냈다.
양원역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기적'의 무대. 이곳 화전민 마을 주민은 산길로 두 시간이나 걸어야 닿는 승부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불편에 역 설치를 탄원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그 염원은 1988년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연 노태우 전대통령에 의해 이뤄졌다. 그걸 주민들은 '기적'이라 불렸고 영화는 그 애환을 담았다. 열차는 두 역을 지나 철암역(태백시)을 지난 후 백두대간을 터널로 넘는다. 이어 삼척 땅에 들어선 뒤엔 동해역(묵호항)을 거쳐 북행한다. 트래킹을 하려면 동해역(삼척해변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서 분천행 동해 산타 열차를 타고 승부(혹은 양원)역에서 내린다. 그런 뒤 양원(혹은 승부)역에서 강릉행 동해 산타 열차를 타고 동해역에 되돌아온다.
낙동강 세평 하늘길
이 이름은 낙동강 협곡 오지역 승부의 한 역무원이 쓴 짧은 시에서 나왔다. 계곡의 소잡함을 자신이 일군 세평 꽃밭에 비긴 것.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산업의 동맥이다'이라는 글귀가 전문이다. 낙동강세평 하늘길의 길이는 5.6km로 1시간30분 걸린다. 코스 난이도는 최하로 분류된다.
태백 맛집
영월에서 삼척 가는 길에 반드시 들르는 곳이 태백. 이곳에는 여행객의 입에 오르내리는 '맛집'이 즐비하다.
'물닭갈비'는 30여 년 전 탄광 성업시절에 광원들이 들이마신 탄가루로 칼칼해진 목을 달랠 요량으로 닭갈비를 국물에 넣어 전골처럼 끓여먹던 데서 연유한 음식. 야채를 푸짐하게 올려주고 국물을 정성들여 내는 태백역 앞 '엄마손 태백 물닭갈비'를 추천한다.
◇ 웰빙 옹심이 콩나물밥옹심이는 감자전분으로 끓여내는 수제비로 강원도 전통음식. 여주인은 직접 담근 된장 간장과 이웃에서 말린 태양초만으로 음식을 하는데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또 옹심이며 감자전 모두 손님주문을 받은 즉시 만들어 낸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니 도착하기 전 미리 주문하길 권한다. 시래기된장국에 황태구이도 좋다. 태백시내 황지연못 옆에 있다. 아침식사도 된다.
- WRITER: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유튜브 '로드마스터' 크리에이터
- PHOTO: 조성하,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