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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축적된 최적 치료법,
환자의 일상까지 고려한다

조재구 교수(1)

두경부 모형도 앞에 서 있는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조재구 교수.

머리와 목은 호흡, 발성, 식사 등 일상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기관이다. 머리와 목에서 발생하는 두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단순한 생존 문제를 넘어 삶의 질 전반, 특히 사회생활과 직결된다.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조재구 교수를 만나 최신 치료법을 물어봤다. 조 교수는 "치료 후 환자가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두경부암 치료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조재구 교수의 전공 명칭은 이비인후·두경부외과다. 흔히 이비인후과라고 부르지만, 이과(귀), 비과(코), 두경부(목)를 아우르며 종양과 암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분야다. 코나 목, 입안, 후두 등 점막에 생기는 암뿐 아니라 침샘, 갑상선 같은 기관에 발생하는 암까지 진료 대상에 포함된다.

두경부외과는 크게 종양을 중심으로 보는 분야와 음성(목소리)을 중심으로 보는 분야로 나눈다. 다만 아직은 음성만 전담하는 전문가는 드물고, 대부분이 두 영역을 함께 다룬다. 조 교수 역시 종양과 음성 진료를 동시에 맡고 있다.

조 교수의 연구 관심사는 후두다. 후두 이미지를 활용해 음성 질환을 판별하는 방법을 찾고,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스템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의료 현장에 AI와 영상 분석을 접목하면 더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술 발전의 흐름과 보조를 맞추며 환자의 치료 성과를 높이는 것이 그의 목표다.

머리와 목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쓰는 기관이다. 두경부암은 다른 암과 어떤 점에서 다를까.

두경부에서 생기는 종양이나 암은 생명과 직접 연결되기도 하지만 치료 이후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준다. 먹고 마시는 기능은 물론이고 말하는 기능까지 포함돼 있어 단순히 생존 문제를 넘어 직업적 생활, 나아가 삶의 질 전반과 관련된다. 그래서 우리는 치료 이후 환자의 삶의 질을 특히 중요하게 본다.

10년 사이 환자 47% 증가

흉부외과나 일반 외과에서 다루는 간암·폐암 같은 경우와는 차이가 있겠다.

그렇다. 간암이나 폐암은 생사를 가르는 문제라 치료 이후의 삶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두경부암은 생존도 중요하지만 이후 환자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수술 범위를 가능한 한 줄이려고 한다. 범위가 넓어질수록 부작용이 크고 기능 손상이 남기 때문에 기능을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결국 기능 보존을 위한 최소 침습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환자의 생존을 지키는 건 기본이고 치료 이후 삶의 질까지 지켜줄 수 있는 치료가 두경부외과의 가장 큰 특징이다.

흡연(1)
흡연은 두경부암의 위험요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두경부암 환자 수'는 44만 6,322명으로 집계됐다. 2013년 30만 2,960명에서 10년간 47.3% 증가했다. 통계가 보여주듯 두경부암은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주요 암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음주와 흡연에 장기간 노출되는 생활 습관, 특히 사회·경제적 여건이 취약한 계층에서 발병률이 높다. 치료를 마친 뒤에도 술·담배를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재발과 합병증 위험이 뒤따른다.

국내 두경부암 환자는 10년간 크게 늘었다. 가파른 증가세의 배경은?

먼저 암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길어졌다. 다른 암들은 발생률이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인데, 두경부암은 그렇지 않다. 수술, 항암제, 방사선치료가 모두 좋아졌음에도 완치율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만큼 병을 안고 사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전체 환자 수가 계속 쌓이는 것이다. 둘째는 생활 습관의 문제다. 두경부암은 술, 담배와 굉장히 밀접하다. 특히 잦은 술자리와 흡연같은 생활패턴이 그대로 암 발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생활패턴이 유지되는 한 두경부암은 줄기 어렵다고 본다.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하고, 술도 줄이는 게 필요하다. 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방사선치료까지 마쳤는데도 흡연을 이어가는 분들이 절반 이상이다. 술·담배는 중독이기 때문에 끊기 어렵지만, 두경부암 예방과 치료에서 가장 절실하게 강조되는 부분이다. 음식은 특별히 가릴 필요가 없다. 술과 담배만은 반드시 끊으라고 계속 당부한다.

바이러스 요인, 젊어진 발병 연령

조재구 교수(2)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조재구 교수가 두경부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두경부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엡스타인-바(EBV)로 꼽힌다. EBV는 흔히 감기처럼 옮는 바이러스라 우연히 감염돼 비인강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HPV는 성생활과 직접 연결된다.

조 교수는 "최근 학계에서도 HPV 관련 두경부암 비중 증가가 관찰된다는 보고가 나온다"며 "술·담배로 인한 암보다 HPV 감염으로 생기는 암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 연령대도 바뀌었다. 조 교수가 진료 현장에서 경험한 바를 토대로 볼 때 과거에는 60대 이후 환자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30~40대 환자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발병 연령이 10~20년 젊어진 것이다.

두경부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게다가 감기와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목이나 입안이 아프거나 목소리가 변하는 정도로 시작하지만 실제로는 종양이 상당히 자란 상태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증상이 2~3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두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환자 대부분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 즉 보통 3기나 4기에 병원을 찾는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목이나 입안이 아프거나 목소리가 변하거나 하는 증상인데, 이런 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종양이 어느 정도 커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2~3주 이상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에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두세 달이 지나서야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감기와 혼동하기 쉬운 초기 증상

병이 조금 더 진행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목에 만져지는 혹이 대표적이다. 두경부암은 목 림프절(임파선)로 전이가 잘 되는데, 림프절에 전이가 생기면 곧바로 두경부암 3기로 분류한다. 혹이 커지면서 삼킬 때 이물감이나 삼킴 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일반 의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꾸밈사진(1)
목소리가 자주 잠기거나 갈라지고 쉬는 것도 관련이 있나.

그게 바로 전형적인 후두암의 초기 증상이다.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성대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흡연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목소리의 갈라짐, 잠김, 쉼 같은 증상이 계속되면 반드시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

두경부암의 진단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먼저 증상이 있는 부위를 내시경으로 들여다보거나 손으로 만져 확인한다. 필요하면 조직 검사를 하는데, 외래에서 국소 마취로 바로 시행할 수도 있고 전신 마취가 필요한 경우에는 입원해 검사를 한다. 모든 종양이 그렇듯 가장 중요한 건 조직 검사다. 조직 검사에서 암이 확인되면 전신 전이 검사를 진행한다. 두경부암은 목 림프절 전이가 흔하고, 폐·간·뼈 같은 혈류가 많은 장기로도 전이가 잘 된다. 또 특징적인 점은 술과 담배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그래서 술과 담배가 닿는 점막, 예컨대 식도나 위, 대장, 폐 등에서 2차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식도암 환자에서 인두암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두경부암 환자는 전체 점막과 폐까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다학제 치료와 재활 지원

전신 전이 검사는 얼마나 걸리나.

외래에서 하면 2~3주 정도 걸리지만 입원하면 5일 정도에 끝낼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에서는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면 바로 입원시켜 전신 전이 검사를 진행한다. 전이가 확인되면 곧바로 다학제 진료에 들어간다. 두경부암은 수술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항암·방사선치료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관련 교수들이 모여 치료 방침을 논의한다. 우리는 보통 월요일마다 다학제 진료를 열고 주중에 검사와 결과가 끝나면 바로 회의를 통해 치료 계획을 세운다.

과거에는 광범위 절제 수술이 많아 후유증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흐름이 달라졌나.

그렇다. 전공의 시절과 비교하면 확실히 바뀌었다. 예전에는 턱뼈를 가르고 들어가 수술을 했지만 이제는 그런 수술이 거의 없다. 입을 벌리고 구강 안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늘었고, 이를 도와주는 내시경과 로봇 같은 장비가 도입되면서 훨씬 더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육안으로 크게 벌리지 않아도 병변을 놓치지 않고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발전이다. 절개 범위를 줄이면서도 병변을 정밀하게 확인·절제하게 된 것이다. 환자의 수술 상처가 줄어 회복이 빨라지고 일상 복귀 시점도 앞당겨진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구강 내 접근 수술을 다른 병원보다 2~3년 먼저 시작했다.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2004년부터 두경부암 다학제를 운영해왔다. 다학제를 통해 의료진 스스로 배우고 환자 상황에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다. 특히 목소리를 쓰는 직업을 가진 환자에게는 항암·방사선치료가 더 적합할 수 있다.

환자가 회복 과정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건 목소리 상실보다 음식 삼킴 장애다. 이를 돕기 위해 고려대 구로병원은 연하(음식 삼키기)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환자가 삼키는 요령을 익히고 조금씩 입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치료진에게도 가장 기쁜 순간이 된다.

조 교수는 "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때까지 옆에서 함께하는 것이 두경부외과의 가장 큰 책무"라며 "수술·항암·방사선·재활을 아우르는 다학제 진료, 최신 장비와 기술, 그리고 끝까지 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의 의지가 우리 병원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 EDITOR: 김건희
  • PHOTO: 홍중식,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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