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평생 건강 좌우하는 백신,
접종 미루면 면역 방어망 뚫린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영준 교수.
면역은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이자 '보이지 않는 방패'다. 면역 체계를 돕는 백신은 태어날 때부터 성장기까지 아이의 몸이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병원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백신 예방 접종 지연 사례가 나타난 가운데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영준 교수를 만나 소아 면역에 대해 물어봤다.
우리나라 영유아 국가예방접종 통계에서 완전 접종률은 91~97% 수준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종종 백신 기피나 지연 접종으로 인해 감염병 재확산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생후 2개월 미만의 영아가 백일해 감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다시 떠올랐다. 최 교수는 "소아의 면역은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최전선으로 이제 백신은 부모의 선택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몸에는 외부 침입자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여러 시스템이 있는데, 그 핵심이 면역체계다. 아이의 면역체계는 성장하면서 점진적으로 갖추게 된다. 스스로 면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외부 병원체와의 접촉을 통해 소위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능력을 학습하게 된다. 보통 0세에서 만 2세까지가 면역 발달의 핵심 시기로 다양한 병원체를 통해 면역세포가 훈련받으면서 면역 기억이 형성된다. 이후 유아기와 학령기를 거치면서 면역 반응이 균형을 잡게 된다. 그때까지 면역 체계를 발달시키는 것이 예방 접종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 병원체로부터 몸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막이다. 백신은 면역체계에게 병원체를 '기억'하게 만들어 아이 몸이 병원체에 감염되면 신속하고 강력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도록 돕는다. 백신 접종으로 형성된 집단 면역은 단순히 개인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사회 전체의 감염 확산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한다.
12세까지 17개 감염병에 대한 예방 접종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일정표에 따르면 출생부터 12세까지 총 17개 감염병에 대해 17개 백신으로 예방접종을 받는다. 가장 먼저 B형 간염(HepB) 백신은 출생 직후 1차 접종을 시작으로 생후 1개월에 2차, 생후 6개월에 3차 접종을 완료한다. 만약 산모가 B형 간염 보균자일 경우 아기는 출생 후 12시간 이내에 1차 접종과 함께 면역글로블린(HBIG)을 함께 맞는다. 결핵(BCG) 백신은 생후 4주 이내에 맞게 된다. 생후 2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는 다양한 백신을 집중적으로 접종한다.
DTa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백신과 폴리오(IPV) 백신, 폐렴구균(PCV) 백신은 생후 2개월, 4개월, 6개월에 접종한다. 로타바이러스(RV) 백신은 종류에 따라 RV1 백신은 생후 2개월과 4개월, RV5 백신은 2, 4, 6개월에 접종한다. 생후 12개월이 넘어가면 새로운 질병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수두(VAR) 백신은 생후 12~15개월에 1회, A형 간염(HepA) 백신은 생후 12개월에 1차 접종을 하고 6~18개월 이내에 2차 접종을 완료한다.
MMR(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은 생후 12개월에 1차 접종을 하고, 만 4~6세에 2차 접종한다. 일본뇌염 백신은 12개월 이후 접종을 시작하는데, IJEV(불활성화 백신)와 LJEV(약독화 생백신)가 있어서 의사와 상의한 후 접종한다. 11세~12세에는 Tdap/Td(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백신을 접종하고, 이 시기의 여아에게는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을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한다.
일단 이상 반응에 대한 불안인데, 대부분의 부작용은 미열이나 접종 부위의 통증 같은 경미한 증상이다. 백신은 전임상, 1상, 2상, 3상을 거쳐서 환자에게 주는 것이지만 100% 완전 무해한 것은 없다. 다른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접종했을 때 붓거나 열이 날 수 있지만 백신으로 인한 심각한 이상 반응은 매우 드물고, 감염으로 인해 합병증에 걸릴 위험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 백신은 소아가 접종하기까지 수많은 테스트와 철저한 안전 관리를 통해 전달된다.
그럼에도 백신보다 자연면역이 강하다고 오해하거나 영아 사망의 원인을 모를 때 백신과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아기가 처음 태어나서 6개월간 보통 7~8개의 백신을 맞게 되는데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백신과 연관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1990년대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 필드 박사의 'MMR(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의 자폐증과 염증성 장질환과의 연관 관계' 논문이다. 이 논문은 과학적 근거 부족과 연구 윤리 위반 등의 문제는 물론 과학을 가장한 기만극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mRNA 백신의 기전은 기존 백신처럼 병원체의 단백질을 직접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를 만드는 mRNA(유전정보)를 주입해 스스로 항원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몸에 있는 면역세포들이 그것을 인지해 우리 몸을 훈련시키는 데, 쉽게 말해 우리 몸을 백신 공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아데노바이러스 벡터(ChAdOx1)를 기반으로 한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 있는데, 이것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체내에서 생산하도록 유도해 면역 반응을 이끄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명 공학 기술이 지금 쓰고 있는 소아 백신과 접종 방식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지금 쓰고 있는 백신은 100년 이상 지속된 플랫폼에서 나온 것이고 각각의 플랫폼마다 장단점이 있다. 다만 mRNA 백신 같은 기술들은 생산 속도와 변이 대응력이 뛰어나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독감, 로타바이러스 등 다양한 소아 감염병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 기술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단백질 재조합 백신, DNA 백신 등 다양한 플랫폼이 구축되었고, 이제는 감염병뿐만 아니라 암,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등을 예방하거나 조절하는 '치료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최근 많은 나라에서 보건안보(Health Security)에 대해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건안보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감염병과 같은 공중보건 위기를 예방·탐지·대응하기 위한 모든 활동과 제도다. 그와 함께 백신 생산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특히 보편 백신의 경우 국내 생산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맞아야 하는 백신 접종 방식도 바뀔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수많은 백신을 접종하는 데 그것을 하나로 모으는 '콤비네이션' 백신 기술이 발전할 것이다. 주삿바늘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 접종도 코에 뿌리는 방식, 피부에 직접 붙이는 패치형 백신이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공중 보건과 직결된 아이의 건강 보호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해 가장 엄정한 과학적 잣대로 평가했다는 것을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보여주고, 그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연구 성과는 물론 부작용 사례도 정확히 공개하고 과학적 근거를 통해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적기 접종이다. 각 백신은 정해진 접종 시기가 있는데, 이것을 잘 맞춰야 아이에게도 좋고 공중 보건에도 유익하다. 백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꺼려지는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편하게 질문을 해 주면 좋겠다. 예방 접종은 한 번의 주사가 아니라 평생 건강을 설계하는 첫걸음이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