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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최대로,
최근 방사선치료의 진화

이경화 교수(1)

고려대 구로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경화 교수.

두경부암 치료에서 방사선치료는 다른 암 치료보다 특별하다. 목소리, 삼킴, 호흡 등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보존하거나 치료 효과를 높이는데 방사선치료가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정밀 방사선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에만 방사선을 전달하는 치료 방식이 시행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경화 교수를 만나 방사선치료의 원리와 효과, 부작용, 최신 치료 기술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방사선치료란 높은 에너지를 지닌 방사선을 이용해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키고, 세포 분열을 막아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법이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회복 기전이 떨어지기 때문에 같은 양의 방사선에도 더 큰 손상을 받는다. 방사선은 직접적으로 암세포에 작용해 DNA를 끊거나, 간접적으로 세포 안의 물 분자를 분해해 활성산소를 만들어 DNA 손상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두경부암에서 방사선치료는 국소적으로 암을 제어하는데 효과적이며, 음성 기능과 연하 기능, 외형 등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이경화 교수는 "방사선치료가 두경부암 수술, 항암치료와 함께 치료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정밀 방사선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치료 성적과 기능 보존 모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성과로 환자의 생존율뿐만 아니라 발성과 삼킴 기능, 일상생활로의 복귀까지 포괄하는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두경부암에서 방사선치료가 중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신체 부위에 암이 생기면 눈에 보이거나 영상 검사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퍼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 마진(Margin)을 넓게 두고 절제하는 것이 수술의 원칙이다. 하지만 두경부는 그럴 수 없다. 이 부위의 암을 충분히 떼었다가는 말하기, 삼킴, 호흡, 미각 등과 관련된 기능이 망가지고, 외모 손상이 커져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후두부는 수술로 목소리를 완전히 잃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기능 보존을 위해 넓게 절제하는 것이 어려운데, 병리 검사 결과를 보면 재발 위험인자인 암세포가 현미경 절단면에 남아 있거나 절단면에 가까운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이럴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방사선치료를 해서 미세한 암세포나 남아 있다고 예상되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쓰인다. 또 수술이 어렵거나 아예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이 경우에도 방사선치료가 수술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방사선치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병기에 따라 다르다. 후두암의 일종인 성문암의 경우, 아주 초기인 경우에는 방사선 단독 치료만으로도 90% 이상의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어서 수술이 어렵거나 목소리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수술 대신 시행한다. 진행된 두경부암의 경우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할 때 5년 생존율이 40~6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HPV 관련 구인두암의 경우 방사선치료의 효과가 특히 뛰어나며, 최근에는 이 환자군에서 치료 강도를 줄여도 좋은 성적을 낸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방사선치료 계획은 어떻게 수립하나.

두경부암 방사선치료는 암의 발생 부위와 병기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며, 환자 개개인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다학제팀이 최종 결정하고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방사선치료는 암 세포의 국소 진행 정도가 심해서 구조상 암세포를 충분히 제거하기 어렵거나, 수술 이후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해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그리고 수술 후 재발을 막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두경부암 초기 병기에서는 수술 또는 방사선 단독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고, 진행된 병기에서는 항암제와 병행하는 항암·방사선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

모든 두경부암 환자가 방사선치료를 받을 수 있나.

두경부암의 방사선치료에서 절대적인 금기는 거의 없다. 특히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으면 예후가 좋지 않아 꼭 필요한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방사선치료를 하는 편이다. 하지만 너무 고령이거나 전신 상태가 너무나 안 좋은 경우, 그리고 방사선치료를 끝까지 버티지 못하는 경우는 무리해서 진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심하게 진행된 두경부암은 방사선치료는 물론이고 수술, 항암 모두 힘들다.

최근에는 80, 90대의 고령 환자가 많이 온다. 특히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은 아프다는 말을 잘 안 하다가 병원에 오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분들은 이미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많다. 그런 경우라면 수술이나 항암치료는 못해도 조금이라도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방사선치료만이라도 시도해 본다. 이때는 일반적인 고선량을 쓰지 않고 선량을 줄이는데, 증상 완화에는 효과가 있다.

방사선치료가 결정되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치나.

방사선치료는 정밀한 계획 수립이 필요한데, 먼저 환자는 치료 전 모의 치료라는 준비 과정을 거친다. 모의 치료에서는 CT, MRI, PET 등 정밀 영상을 통해 암세포의 위치와 범주, 주변 정상 조직을 정확히 확인하고, 이후 환자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조사 위치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맞춤형 고정 마스크를 만들어 방사선치료를 받는 자세로 치료 계획용 CT를 촬영한다. 이렇게 확보된 영상 자료를 토대로 방사선종양학과의 의료진과 의학물리팀이 협력해 암세포에 도달하는 방사선의 방향, 강도, 조사 범위를 세밀히 설계한다. 이 과정은 일주일 정도 걸린다.

방사선치료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두경부암의 경우 보통 5~7주간, 평일 기준으로 매일 10~15분 정도 치료를 받는다. 방사선치료는 환자가 정확히 같은 자세를 유지하도록 고정 장치를 착용하고, 치료 전에 치료 기기에 부착된 간이 영상 검사를 통해 위치를 확인한다. 치료는 방사선치료실에서 진행되며, 환자가 누워 있는 동안 외부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상태를 확인한다. 환자는 방사선을 직접 느끼지는 않지만, 치료를 거듭할수록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다양하고 정밀한 치료방법

꾸밈 사진(1)

현재 두경부암에 가장 널리 쓰이는 표준 치료는 세기조절 방사선치료(IMRT, Intensity Modulated Radiotherapy)다. 여러 방향(또는 회전)에서 방사선을 쏘되, 한 빔 안의 미세 구역별 세기를 조절해 암세포에는 높은 선량을, 주변 정상 조직에는 낮은 선량을 줄 수 있다. 이같은 방식으로 침샘을 보호해 구강건조증을 감소시키고, 성대와 연하근 기능을 보존해 목소리의 변화나 삼킴 장애와 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그 외에 CT 영상을 기반으로 암세포의 모양에 맞게 방사선을 조사하는 전통적 방식의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3DCRT, 3D Conformal Radiotherapy), IMRT의 진화된 형태로 방사선 장비가 회전하면서 종양을 둘러싸듯 선량을 전달하는 입체 세기조절 회전 방사선치료(VMAT, Volumetric Modulated Arc Therapy), 치료 직전 또는 치료 중에 X-ray, CT, 표면/광학 영상 등을 이용해 환자와 종양의 위치를 확인하고 미세하게 자세를 보정한 뒤 방사선을 정밀하게 조사하는 영상유도 방사선치료(IGRT, Image Guided Radiotherapy)가 있다.

방사선치료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

치료 초반에는 통증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지만 치료가 시작되고 1~2주 후부터 급성기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장 많이 고생하는 질환이 점막염이다. 환자의 80% 이상이 경험하는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방사선치료의 범위, 선량, 항암 병행 여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암의 국소 병기가 높아 항암치료와 병행하여 넓은 부위를 고선량으로 치료하는 경우 음식물을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이 생긴다. 그 다음으로 치료받는 피부 주위가 붉어지거나, 심한 경우 피부가 벗겨져 진물이 날 수 있는 피부염이 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그 외에 구강 건조, 후두 부종, 미각 변화, 피로감 등이 있는데, 이런 급성기 부작용들은 대부분 치료가 끝난 후 2~4주 안에 모두 호전된다. 반면 만성기 부작용인 입마름(구강 건조), 삼킴 장애, 피부 경화, 갑상선 기능 저하 등이 수개월에서 수년 사이에 서서히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나.

물론 있다. 일단 식사를 못하기 때문에 도저히 치료를 받지 못하겠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종종 있다. 하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나중에 더 힘든 상황이 오기 때문에 되도록 끝까지 치료를 받도록 권유한다. 수술은 한 번에 끝나는데, 방사선치료는 보통 30회가 기본이고, 뒤로 갈수록 점점 더 힘들어진다.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가끔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잘 받는다.

환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금연과 절주는 필수이고, 구인두암의 원인이 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를 예방하려면 백신 접종이 도움 될 수 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경부암에 걸렸다고 하면 일단 치료 전에는 충분한 영양과 수분을 챙겨 몸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고, 좋은 영양상태와 규칙적인 생활로 치료를 잘 견딜 준비를 해야 한다

최대한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피부에는 꼭 보습제를 발라야 한다. 치료 중 피부가 붉어지거나 따가워도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재생되므로, 자극을 피하고 보습을 꾸준히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방사선치료가 끝나면 구강건조증, 충치, 잇몸 염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구강 위생을 깨끗이 하고 보통 이상의 관심으로 관리해야 한다.

두경부암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

두경부암 치료는 매우 힘든 과정이지만 치료를 마치면 상대적으로 완치율이 높은 편이다. 다른 암에 비해 폐나 간 등으로의 원격 전이는 드문 편이고, 국소 부위와 경부 림프절만 잘 조절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과 끝까지 상의하며 치료 계획대로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 EDITOR: 김은식
  • PHOTO: 홍중식,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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