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위험 높이는 당뇨망막병증,
시력 지키는 첫 단계는 정기 검진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안소민 교수.
최근 당뇨병 환자 증가와 함께 그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 환자도 급속하게 늘고 있다. 이 질환은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치료 적기를 놓치고 실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당뇨병 합병증 중 가장 무서운 질환으로 알려진 당뇨망막병증에 대해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안소민 교수를 통해 들었다.
국내 당뇨병 환자는 이미 600만 명을 넘어섰고, 이중 절반 이상이 당뇨망막병증을 동반하고 있다. 당뇨병에 걸려 15년 이상이 지난 환자 중 75% 이상에서 당뇨망막병증이 발병한다. 30년 이상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 중에서는 90%의 발병률을 보인다.
당뇨망막병증은 녹내장, 황반변성과 더불어 '3대 실명 질환'으로 꼽히며,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만이 시력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안소민 교수는 "당뇨병 환자라고 하더라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혈당 관리만으로도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뇨병으로 인해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어 시력이 저하되거나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는 질환이다. 망막은 카메라에 비유하면 필름과 같은 곳으로, 눈 속에 들어오는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신경 조직 중 하나다.
이 부위에는 많은 혈관이 있는데, 당뇨병으로 인해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있는 상태가 되면 혈관들이 미세하게 손상받게 되고, 그로 인해 출혈, 부종, 신생혈관 등이 발생하면서 시력이 저하되고 심하면 실명까지 이르게 된다. 당뇨병이 오래될수록, 그리고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을수록 당뇨망막병증의 위험은 커진다.
혈당 조절 안 되면 발생하는 질환
당뇨망막병증은 진행 정도와 신생혈관의 유무로 비증식성과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신생혈관은 새로 자라나는 비정상적인 혈관을 말한다.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은 신생혈관은 없는 상태로 망막의 미세혈관이 약해지고 손상되면서 작은 풍선 모양의 미세동맥류가 생기거나 점상 출혈과 같은 작은 출혈이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는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매우 경미하기 때문에 환자가 자각하기 어렵지만, 정기적인 안저 검사에서는 쉽게 발견된다. 이 단계에서 혈당과 혈압, 지질 관리와 같은 전신 상태 조절이 이뤄지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은 비증식성에서 더 진행된 단계로 망막에 혈액 및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신생혈관은 벽이 약해 쉽게 터져 유리체 출혈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갑자기 시야가 가려지고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비문증 같은 증상을 호소할 수도 있다. 또한 신생혈관이 섬유조직과 함께 증식하면서 망막을 당겨 견인성 망막 박리와 같은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하면 시력과 관련된 망막 중심부인 황반 부분에 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당뇨병성 황반 부종이라고 하는데, 시력이 떨어지거나 물체가 찌그러져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느껴진다면 이미 이 질환이 많이 진행된 경우다. 그래서 꼭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세 가지 모두 안과 질환인데, 원인과 부위가 다르다. 당뇨망막병증은 일단 당뇨병에 의해 생기는 질환이고, 망막 전체로 나타난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과 같은 변화에 의해 시신경이 손상되고 이로 인해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황반변성은 노화로 인해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 부위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당뇨망막병증은 전신 질환인 당뇨병으로 인해 생기는 합병증이고, 녹내장은 안압, 그리고 황반변성은 노화와 관련이 깊다.
당뇨병에는 1형과 2형이 있는데, 1형의 경우 5년 이내에 안과 검사를 하고 1년마다 정기적인 검사를 시행한다. 2형 당뇨병은 진단 시 이미 당뇨망막병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 진단을 받은 즉시 안과 검사를 하고 1년마다 정기검진이 필요하며, 상태에 따라 검진 기간은 더 짧아질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시력과 안저 검사다. 안저 검사는 망막, 시신경 등의 안저(안구 뒷부분)를 더 잘 관찰할 수 있게 돕는 산동제라고 하는 안과 검사용 약물을 넣어 동공을 인위적으로 확장시켜 눈 안쪽에 있는 망막 상태를 확인한다. 안저 검사를 통해 미세동맥류, 출혈, 삼출물, 신생혈관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보다 정밀한 평가를 위해서는 형광안저혈관조영술이 활용된다. 이 방법은 형광 조영제를 정맥에 주입한 뒤 특수 촬영 장비로 망막 혈관을 관찰하는 검사다. 혈액이 새는 부위나 혈관 폐쇄 여부, 신생혈관의 존재 등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빛간섭 단층촬영(OCT, Optical Coherence Tomography)이 활용되는데, 환자의 경과 관찰에 필요한 검사다. 망막의 단면을 고해상도로 촬영해 황반 부종 여부와 망막층의 구조적 변화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신생혈관 증식하면 적극 치료 필요
질병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 비증식 단계에서는 특별한 안과적 치료보다는 대체로 생활 습관 교정과 전신 질환 조절이 우선이다. 먼저 혈당을 철저히 관리하고, 혈압과 혈중 지질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망막 손상의 진행을 늦추는 핵심이다. 이 시기는 정기적인 안저 검사와 빛간섭 단층촬영을 통해 상태를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성 황반 부종이나 증식 단계로 진행하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는 대표적으로 안구 내 항혈관 내피성장 인자(anti-VEGF) 주사가 활용된다. 이 주사는 신생혈관의 형성을 억제하고, 황반 부종을 줄여 시력 저하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일부 환자에게는 염증 반응을 줄여 부종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 주사도 고려된다. 또한 레이저 광응고술 역시 증식형에 대한 표준 치료로 쓰이고 있다.
망막의 허혈 부위를 레이저로 태워 산소 요구량을 줄이고, 신생혈관의 성장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레이저 치료는 질환 진행 억제와 합병증 예방에 목적이 있다. 질환이 더 진행해 유리체 출혈이나 견인성 망막 박리가 동반되면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데, 이를 유리체 절제술이라고 한다. 출혈로 혼탁해진 유리체를 제거하고, 당겨진 망막을 제자리로 안정시켜 시력을 보존하는 수술이다. 이 수술은 과거에는 전신 마취로 시행했지만, 지금은 국소 마취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수술을 못 받는 환자는 거의 없다.
안구 내 주사는 주사 자체로 인해 출혈, 충혈, 통증 등이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또 효과는 크지만, 반복적인 시술이 필요하며, 드물게 안압 상승이나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감염의 위험성 때문에 주사 후에는 물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레이저 치료는 보통 큰 합병증은 없지만 일시적으로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 수술의 경우 아주 드물게 감염이 발생하거나 출혈이나 망막 박리와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해 비수술적 치료 단계에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다. 특히 당뇨 진단을 받은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무조건 1년에 한 번 이상 안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과 질환은 나이와 관계가 깊기 때문에 40세 이상인 경우에는 1년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을 하고, 가족력이 있으면 더 신경을 쓰기 바란다. 또 만 4세 이하의 소아라면 반드시 시력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너무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삼가고,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중간중간 눈이 쉴 수 있게 휴식을 취하기 바란다. 또 실내조명은 밝게 하고, 햇빛이 강한 날 야외 활동 시에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나 모자를 꼭 착용해 주기 바란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