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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위협하는 자가면역질환,
조기 관리가 관건이다

이영호 교수(1)

고려대 안암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영호 교수.

자가면역질환은 인체의 면역체계가 자기 몸을 공격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예전에는 희귀 질환으로 분류됐으나 최근에는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젊은 연령대에서 환자가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었다. 다양한 발병 양상에 대한 정밀한 진단과 치료 방법이 도입됐지만 완치가 어렵다. 고려대 안암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영호 교수에게 자가면역질환의 진단과 치료 방법, 주의점을 들어봤다.

자가면역질환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80종이 넘으며 발병 양상도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관절을 침범하는 류마티스 관절염, 피부와 장기를 동시에 침범하는 전신홍반성 루푸스, 소화기계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척추와 관절이 굳는 강직성 척추염, 피부 각질 세포의 과도한 증식으로 나타나는 건선 등이 있다. 이 질환은 한 가지 장기에 국한되지 않고, 눈·피부·신장·폐·신경계 등 거의 전신을 침범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점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 자가면역질환인 강직성 척추염(자가면역·만성 염증성 관절 질환) 환자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사이 27.7% 늘었다. 2021년까지 이 질환으로 진단받는 환자는 5만을 넘어섰다. 이 질환에 걸린 환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2~3배 많고, 특히 20~40대 남성이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56%)을 차지했다.

면역 세포의 공격에 의해 피부, 관절, 신장, 폐, 심장, 뇌 등 전신 여러 장기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전신홍반성 루푸스 환자는 2만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질환으로 진단 받는 환자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10배가량 높다고 분석된다. 이처럼 자가면역질환이 젊은 층에서 빈발하면서 삶의 위협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완치가 쉽지 않고 평생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과 지속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영호 교수는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하고 있다. 이 교수의 진료와 연구 대상은 주로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쇼그렌 증후군, 혈관염, 베체트병 등이다. 이 교수는 임상 진료와 함께 면역학적 기전 규명, 바이오마커 발굴, 맞춤형 치료법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젊은 환자 비중 커지는 난치성 질환

자가면역질환은 어떤 질환인가.

면역체계는 본래 외부 침입자인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을 식별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자가면역질환에서는 면역체계가 자기 조직을 외부 침입자로 오인해 공격한다. 이런 잘못된 공격이 반복되면 조직과 장기에 만성 염증이 생기고 기능이 손상된다. 즉, 면역이 자기 자신을 적으로 착각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이 질환은 단일 조직만 공격하는 게 아니라 전신 여러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특정 HLA(Human Leukocyte Antigen·사람 백혈구 항원)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은 정상인보다 발병 위험이 큰 데, 여기에서 바이러스 감염이나 세균 감염이 면역 균형을 무너뜨리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Epstein-Barr Virus)나 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CMV)에 감염된 뒤 자가면역질환이 촉발되는 사례가 보고됐다.

호르몬 변화, 특히 여성 호르몬의 영향도 커서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많은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여기에 흡연, 만성 스트레스, 특정 약물 노출 같은 생활 환경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유전적 조건만으로 병이 생기는 건 아니고 여기에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스트레스, 흡연, 약물 노출, 호르몬 변화 등이 촉매 역할을 한다"며 "자가면역질환은 불리한 유전형과 외부 자극이 만나서 발병하는 복합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자가면역질환(1)
류마티스관절염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자가면역질환이 유독 여성과 젊은 성인에게서 흔하게 발병하는 이유는?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에스트로겐이 면역세포를 자극하고 자가항체 형성을 촉진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여성, 특히 생식 능력이 있는 연령대에서 자가면역질환 발병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일부 질환에서는 남성과 여성 비율이 9:1 정도 된다고 보는 보고도 있다.

이 질환의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

초기 증상은 발병 원인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비특이적이다. 피로, 미열, 체중 감소 같은 전신 증상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이후 관절 통증·부종·강직, 피부 발진, 탈모, 구강 건조증, 안구 건조증, 근육통, 장 증상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증상만으로는 자가면역질환을 직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장기간 병명을 알지 못한 채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다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도 있겠다.

그렇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많은 환자가 내과, 정형외과, 피부과, 신경과 등 여러 과를 전전하다가 결국 류마티스내과에서 진단을 받는다.

유전자·환경 요인 맞물려 발병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여러 검사를 조합해서 진단을 내린다. 우선 혈액검사를 통해 ANA(Antinuclear Antibody·항핵항체), antidsDNA(DNA의 이중 가닥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자가항체), 항 CCP(Anti-Cyclic Citrullinated Peptide Antibody·시트룰린화 단백질에 반응하는 항체) 등 자가항체와 CRP(C-Reactive Protein·C-반응 단백), ESR(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적혈구 침강속도) 지표를 보고 염증 수치를 확인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초음파·MRI·CT 등 영상학적 검사와 조직검사도 병행된다. 또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감별 진단을 거치고 여러 검사의 결과를 종합해 최종 진단을 내린다. 진단이 늦으면 손상된 조직이 회복되기 어렵기에 조기에 의심하고 전문의를 찾는 게 중요하다.

이영호 교수(2)
고려대 안암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영호 교수가 자가면역 질환에 대한 맞춤형 치료와 다학제 협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질환의 치료는 완치를 목표로 하기보다 증상을 억제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증상 완화, 염증 억제, 조직 손상 최소화, 합병증 예방에 치료의 초점을 맞춘다. 약물치료는 스테로이드를 비롯해 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포스파미드 등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항TNF-α 항체, 인터루킨 억제제, JAK 억제제 같은 표적치료제도 널리 쓰이고 있다. 환자 스스로의 생활 관리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은 관절과 근육의 강직을 막고 금연·절주는 면역 균형을 돕는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단, 스트레스 관리 역시 필수다. 또한 예방 접종, 감염 관리, 정기 감별 진료 등이 필수적이다. 이런 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은 단일 진료과가 아닌 류마티스내과·신장내과·피부과·신경과 등이 협력하는 다학제 진료 체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받을 때 주의할 점이나 위험 요소는 무엇인가.

면역억제 치료는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감염 예방이 중요하다. 백신 접종 상태를 점검하고, 고위험 감염 예방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또 약물 부작용 감시가 필요하다. 간독성, 골수억제, 신장 독성 등의 증상이 악화되거나 부작용이 의심되면 즉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또한 생활요법을 소홀히 하면 재발이나 악화 가능성이 커진다.

다학제 협진 속에서 정밀의료·장내 미생물 연구로 새 치료 길 제시

최신 연구나 치료 흐름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최근에는 맞춤형·정밀의료 쪽으로 연구가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유전자 분석, 단일세포 분석, 면역세포 프로파일링 등을 통해 개별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과 용량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다. 또한 장내 미생물과 자가면역질환의 연관성 연구도 주목받는다. 미생물 균형을 조절하는 프로바이오틱스, 세균총 조절 치료 등이 차세대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자가면역 뇌염에서는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군이 있고, 조기 진단과 빠른 면역 치료가 예후를 좌우한다는 보고도 있다.

자가면역질환(2)
장내 미생물과 자가면역질환의 연관성도 최근 연구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질환이 젊은 연령대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환자들은 학업이나 직장 생활에서 반복적인 치료와 증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가정생활과 사회활동에도 제약을 받는다. 장기간 약물 복용과 정기 검진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피로·통증으로 인한 우울과 불안 같은 정신건강 문제도 동반되기 쉽다. 치료 순응도가 떨어지면 병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보험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약제 접근성과 의료비 부담은 개선 과제로 남아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이 이 질환 치료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의료진의 풍부한 진료 경험과 환자 중심 진료 환경이다. 우리 병원 류마티스내과는 자가면역질환 환자에 대한 풍부한 임상경험을 갖추고 있다. 여러 진료과와의 긴밀한 협업 체계가 구축돼 있어 내과, 신장내과, 신경과, 피부과, 영상의학과 등과 함께 다학제적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임상시험 및 연구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 환자들이 최신 치료 옵션에 접근할 기회도 많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고려대 안암병원이 다학제 협진 체계 뿐만 아니라, 임상 및 연구 역량, 첨단 의료 인프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보다 나은 치료와 관리의 길을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병원은 환자 안전과 첨단 의료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JCI)의 인증을 여러 차례 획득했고, 국내 최초로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을 도입하여 맞춤의료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기반 위에서 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 표준 진료에 더해 맞춤형 치료 접근이 가능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자가면역질환은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승부처"라며 "환자 스스로 생활 습관을 돌보는 동시에, 전문 의료진과의 협력 속에서 정밀 치료를 추구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 EDITOR: 김건희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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