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감기인 줄 알았는데…
반복되는 증상, 소아암 신호일 수 있어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준은 교수.
봄철 응급실에는 감기와 장염, 각종 바이러스 감염으로 내원하는 소아 환자가 부쩍 늘어난다. 대개는 흔한 질환이지만, 드물게는 그 시작이 소아암 진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아암은 여전히 보호자에게 두렵고 낯선 질환이지만, 최근에는 치료 성적이 꾸준히 좋아지면서 충분히 치료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감염성 질환이나 성장통과 비슷해 쉽게 지나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의 증상이 반복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피검사를 포함한 기본 검사를 통해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준은 교수는 소아혈액종양·빈혈 전문의로, 소아혈액종양 클리닉에서 소아백혈병과 고형암 환아를 진료하고 있다. 소아암 치료 현장을 지켜온 박 교수는 "소아암은 초기 증상이 감염성 질환이나 성장통처럼 보여 지나치기 쉽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가 평소와 다른 아이의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 교수를 만나 소아암의 특징과 치료, 그리고 부모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점 등을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소아암은 소아기 아동에게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통칭하며, 크게 혈액암과 고형암으로 나뉜다. 혈액암은 혈액과 골수에서 생기는 암으로 백혈병이 대표적이고, 고형암은 특정 장기나 조직에 덩어리를 이루며 발생하는 암으로 뇌종양, 신경모세포종, 골종양 등이 해당한다. 성인에게 흔한 위암, 폐암, 자궁경부암 등은 소아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소아 특유의 빠른 세포 증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백혈병과 여러 희귀 고형암들이 주를 이룬다.
소아암의 특징, 가장 흔한 질환은 백혈병
국내에서는 매년 약 1,500명의 소아암 환자가 발생하며, 하루 평균 3~4명의 아이가 진단을 받는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질환은 백혈병으로, 전체 소아암의 약 30%를 차지한다. 백혈병은 골수에서 정상적인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무한히 증식하는 질환이다.
암세포가 골수를 장악하면 정상적인 혈액세포 생성이 억제되어 빈혈, 감염,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박 교수는 "소아 백혈병의 70~80%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며, 이는 성인 백혈병보다 항암치료 반응이 월등히 좋아 5년 생존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현대 의학에서 완치가 가능한 대표적인 암"이라고 설명한다.
소아암의 조기 발견이 어려운 이유는 초기 증상이 매우 비특이적이기 때문이다. 발열, 피로, 식욕 저하, 통증 등 흔한 증상으로 시작해 감기나 장염으로 오해하기 쉽다. 특히 소아는 정기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워, 증상의 경과를 통해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이 반복되는 증상과 회복 지연이다. 일반적인 감염성 질환은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되지만, 소아암은 증상이 반복되거나 점차 악화되는 양상을 띤다.
백혈병의 경우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열이나 고열이 계속되거나, 감기처럼 보였던 증상이 2~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정상 적혈구가 줄어 안색이 창백해지고 쉽게 피로해하거나, 혈소판 수치가 낮아져 코피나 멍, 좁쌀 같은 출혈반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경우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약국 약을 먹어도 열이 안 떨어진다"거나 "감기가 너무 오래간다"며 개인병원을 전전하다가 피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받고 소아혈액종양 클리닉이 있는 큰 병원을 찾는다.
소아 고형암 역시 응급실에서 처음 단서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뇌종양은 반복되는 구토와 두통, 보행 이상으로 나타날 수 있고, 복부 종양은 복부팽만이나 복부에 만져지는 덩이로 이어질 수 있다. 림프종은 발열, 체중감소로 나타나기도 한다. 박 교수는 "원인을 모르게 미열이나 피곤감을 느끼거나 환아가 경험하는 증상들이 의학적으로 설명이 잘되지 않을 때에는 단순한 감염이 아닌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을 한번쯤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기 아이들은 흔히 성장통을 겪지만, 한쪽 뼈만 지속적으로 아프거나 밤에도 통증이 심하고, 진통제를 써도 낫지 않거나 붓기까지 동반된다면 골종양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성장통은 대개 양쪽 다리에 나타나고 휴식이나 마사지 후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종양성 통증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지속되거나 점차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박 교수는 "아이가 통증 때문에 절뚝거리거나 일상생활을 못 할 정도라면 단순 근육통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행히 소아암은 치료 성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수술, 항암약물치료, 방사선치료, 조혈모세포이식 등 치료법이 발전했고, 감염 관리와 수혈, 항생제·항진균제 사용 같은 보조치료도 함께 향상되면서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여러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치료로 높은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고, 환자의 유전자 이상을 확인해 예후를 가늠하거나 치료 전략을 세우는 정밀의료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눈부시게 발전한 치료법과 높은 완치율
소아는 성인보다 장기 기능과 회복 능력이 좋은 경우가 많아 치료를 더 잘 견디는 경우도 있다. 박 교수는 "최근에는 미세잔존질환(MRD)을 활용한 정밀치료가 적용되면서 생존율이 더욱 향상되고 있다"며 "일부 고위험군이나 재발성 환자의 경우 CAR-T 세포치료와 같은 면역치료까지 활용되어 치료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설명한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고위험군이나 재발성 환아를 위해 'CAR-T 세포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전문 기관 중 하나다. 이는 기존 항암치료로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난치성 백혈병 환아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조혈모세포 이식 시 형제간 백혈구 항원이 일치할 경우 이식을 통해 완치율을 더욱 높이는 등 맞춤형 치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소아암은 보호자의 잘못이나 생활습관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며, 대부분의 경우 명확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 유전자 분열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예방이 쉽지 않다는 점도 특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상 신호를 빠르게 인지하고, 적절한 시점에 진단과 치료로 이어가는 것이다.
국내 소아암 치료 수준은 상향 평준화돼 있다고 생각된다. 학회 중심으로 표준화된 치료 가이드라인이 공유되고 있어, 어느 지역에서든 일정 수준 이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다. 아이에게 반복되는 고열, 원인 모를 창백함, 잦은 멍과 출혈, 지속되는 뼈 통증, 점점 커지는 림프절, 설명되지 않는 복부팽만이나 체중 감소, 두통과 구토 등의 증상이 이어진다면 응급실을 통해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소아암은 조기 발견이 쉽지 않지만, 치료가 시작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보호자가 '평소 아이와 다르다'는 감각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그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이 소아암 극복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준은 교수에게 직접 듣는 소아백혈병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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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아이에게 이런 병이 생겼을까요? 제가 뭘 잘못한 건가요?
부모의 생활 습관이나 음식, 예방접종과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습니다. 암을 유발하는 특수 화학물질이나 방사선 노출 등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 몸의 조혈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돌연변이가 발생한 것입니다. 죄책감을 내려놓고 아이와 함께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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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백혈병도 성인처럼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수인가요?
아닙니다. 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의 경우 80% 이상의 환아가 이식 없이 항암치료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합니다. 다만 유전자 검사 결과 예후가 좋지 않은 특정 고위험군 유전자가 발견되거나, 초기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 혹은 영아 백혈병의 일부 사례에서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결정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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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 중에 나타나는 부작용, 아이들이 견디기엔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요?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님 마음은 미어지시겠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이들은 성인보다 훨씬 잘 견딥니다. 세포 재생 능력이 빠르고 간이나 신장의 대사 기능이 젊기 때문에 회복 탄력성이 매우 높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탈모나 구토는 일시적인 증상이며, 치료가 끝나면 아이들은 금세 예전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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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나 자매가 있다면 그 아이들도 백혈병 검사를 받아야 할까요?
소아백혈병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전형적인 유전병이 아닙니다. 백혈병 환아의 형제가 같은 병에 걸릴 확률은 일반적인 아이들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일란성 쌍둥이이거나 특정 유전 증후군이 있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증상이 없는 형제에게 무리한 정밀 검사를 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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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중에 학교생활이나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가능한가요?
강한 항암제가 투여되는 초기 '관해유도' 시기나 특정 강화 요법 기간에는 외출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 2년간 이어지는 '유지요법' 시기에는 먹는 항암제로 치료하며 학교생활이 가능합니다. 사회성과 정서적 안정을 위해 담임선생님과 소통하며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이의 완치 이후 삶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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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 판정을 받은 후, 성인이 되었을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완치 후에는 대부분 정상적인 성장을 보이며 가임력에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과거의 고용량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내용에 따라 성인기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계 질환, 혹은 아주 드물게 이차암 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추적 관찰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치료 기법의 발전으로 이러한 장기 부작용도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 EDITOR: 고려대학교의료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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