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아래 혹, 그냥 넘기지 마라"
침샘암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백승국 교수.
귀 아래나 턱 아래에서 만져지는 작은 혹이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침샘에 생긴 변화는 생각보다 복잡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침샘암은 드문 두경부암이지만 조직형이 매우 다양해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백승국 교수에게 침샘암의 특징과 진단 과정, 수술 원칙, 수술 후 관리, 다학제 협진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귀 아래나 턱 아래에서 만져지는 혹은 단순한 염증이나 일시적인 붓기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침샘에 생긴 종양은 발생 부위와 조직형에 따라 성격이 크게 다르고, 같은 침샘암이라도 성장 양상과 전이 가능성, 치료 반응이 제각각이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초기에는 통증 없이 천천히 커지는 경우가 많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안면신경과 가까운 부위에 생기는 경우가 많아 진단과 수술에서 모두 정교한 판단이 요구된다.
백 교수는 침샘암을 두경부암 가운데서도 매우 다양한 얼굴을 가진 암이라고 설명한다. 수술 전 확진이 다른 암보다 쉽지 않은 데다, 치료 역시 수술을 기본으로 하면서 병리 결과와 재발 위험도에 따라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표적치료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침샘암은 단순히 드문 암이 아니라 진단부터 치료 전략 수립까지 다학제적 판단이 필요한 복합적인 질환에 가깝다.
방사선·화학물질 등 '직업적 노출'이 위험 요인
"침샘은 크게 주타액선과 부타액선으로 나뉜다. 주타액선은 이하선, 악하선, 설하선으로 이뤄지며 좌우에 각각 존재한다. 이들은 침을 만들어 입안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음식물 소화와 세균 방어를 돕는다. 이 가운데 이하선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악하선과 설하선이 이를 보조한다. 입안 점막과 입천장, 목구멍 등에는 작은 부타액선이 퍼져 있어 윤활 작용을 맡는다."
"침샘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생길 수 있지만, 종양은 이하선에서 가장 많이 생긴다. 다만 종양이 많다고 해서 암 비율까지 높은 것은 아니다. 이하선은 양성 비율이 높은 반면, 악하선·설하선·부타액선은 종양 발생은 더 드물지만 생기면 암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서 발생 부위에 따라 처음부터 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
"대부분 귀 아래나 턱 아래에서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져 내원한다. 초기에는 통증이 없고 천천히 커지는 경우가 많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하지만 갑자기 크기가 커지거나 통증, 의심되는 림프절, 안면마비가 동반되면 암을 의심해야 한다. 침샘암은 대체로 비교적 단단하고 분명한 덩어리로 만져진다. 특히 이하선 종양에서는 안면신경 문제가 중요하다. 안면신경이 이하선을 관통해 지나가기 때문에 종양이 신경을 누르거나 침범하면 얼굴 비대칭이나 눈·입 주변 움직임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악성 가능성을 더 신중히 살펴야 한다."
"그렇다. 대부분 종양은 초기에 아프지 않지만, 침샘암 가운데는 신경을 잘 침범하는 유형이 있다. 대표적으로 선양낭성암종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침샘 부위 종양이 유독 아프다면 암을 의심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명확하게 규명된 것은 아직 많지 않다. 과거 방사선 노출이나 특정 화학물질, 발암 물질에 대한 직업적 노출 등이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 흡연과 관련성이 있는 침샘 종양도 있다. 또한 만성적인 염증 상태나 침샘 자극이 장기간 반복되는 환경 역시 침샘 건강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임상적으로 보면 자극적인 식생활도 생각해 볼 지점이다. 맵고 짜고 단 음식은 침 분비를 강하게 자극하는데, 이 침이 원활히 배출되지 않으면 침샘과 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것이 직접적인 종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특히 비교적 어린 환자들도 보인다는 점에서 생활 습관과 환경 변화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 통계로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예전보다 침샘 관련 종양이나 질환을 더 자주 보는 느낌이 있다. 과거보다 더 어린 연령대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영상검사가 활발해지면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늘어난 영향도 있을 것이다."
"우선 초음파, CT, MRI를 통해 종양의 위치와 크기, 주변 구조물과의 관계를 확인한다. 여기에 세침흡인 세포검사나 코어 니들 조직검사를 더해 종양의 성격을 판단한다. 다만 침샘암은 수술 전 확진이 다른 암보다 어려운 편이어서, 검사는 단순한 결론을 내리기보다 수술 전략을 세우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귀 주변 감각 저하·안면신경마비 주의
"기본적으로는 수술을 많이 고려한다. 특히 이하선 종양처럼 흔한 경우에는 일단 수술을 염두에 두고 접근한다. 검사만으로 완전히 안심하기 어렵고, 작을 때 제거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무조건 바로 수술하는 것은 아니며, 검사를 통해 수술 여부와 범위를 결정한다."
"침샘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이다. 이 암은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우선 수술로 종양을 절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 병기, 조직학적 아형, 고악성도 여부, 림프절 전이, 신경 침범 여부 등을 종합해 추가 치료를 결정한다. 일부 특정 아형에서는 항암방사선치료나 표적치료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다."
"그렇다. 어떤 유형은 비교적 천천히 진행하고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어떤 유형은 림프절 전이나 원격 전이 가능성이 높고 예후가 좋지 않다. 고악성도 침샘암일수록 수술만으로 끝나지 않고 추가 치료가 필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최종 조직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비교적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아형이 나쁘거나 이미 림프절, 폐, 뼈 등으로 전이가 진행된 경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상진단과 치료 전략이 발달해 전체적인 치료 성적도 나아지고 있다."
"이하선 수술에서는 귀 주변 감각 저하가 비교적 흔하다. 수술 과정에서 감각신경 일부를 절제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볼이나 귓불의 감각이 둔해질 수 있다. 또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안면신경마비다. 수술 전 안면마비가 없었던 환자라면 신경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암이 신경을 감싸고 있으면 일부 절제와 재건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경부 림프절 절제술 후 어깨 통증이나 움직임 불편이 생길 수 있다. 또 이하선 심엽 종양 수술 후에는 첫 입을 먹을 때 귀밑, 턱 주변 침샘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는 퍼스트 바이트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고, 식사할 때 수술 부위 피부에 땀이 나는 프레이 증후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수술 중 여러 보완 방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귀 주변 감각이 둔해지면 뜨거운 바람이나 찬 기온을 잘 못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드라이어 사용 시 화상, 겨울철 야외 활동 시 동상에 주의해야 한다. 금주·금연 같은 생활습관 관리와 정기적인 외래 추적관찰도 중요하다."
"귀·턱 아래 혹,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암으로 진단되면 우선 5년을 기본으로 본다. 그 기간 동안 CT, 필요시 MRI, 혈액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시행한다. 이후에도 대개 10년 정도까지는 외래에서 수술 부위와 림프절 상태를 확인한다. 특히 선양낭성암종처럼 폐 전이가 매우 늦게 나타날 수 있는 유형은 더 장기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강점은 다학제 진료 체계다. 이비인후과뿐 아니라 영상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종양내과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환자 상태를 검토하고 치료 방향을 논의한다. 침샘암처럼 진단과 치료 판단이 복잡한 암에서 이런 시스템은 더욱 강점이 된다. 수술 경험도 충분히 축적돼 있고, 최근에는 로봇수술도 병행하고 있다."
"그렇다. 최근에는 NGS, 즉 유전자 변이 분석을 통해 환자별 암의 특성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정보는 재발하거나 표준치료 외 다른 선택지를 고민해야 할 때 큰 의미를 가진다. 표적치료나 면역치료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덩어리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귀 아래나 턱 아래에 혹이 만져진다고 해서 모두 암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염증이나 양성 종양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특히 크기가 점점 커지거나 통증, 안면신경마비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침샘암은 드문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몸의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EDITOR: 김건희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