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50주년' 기념 모금 이끈 나춘균 반도정형외과 원장 50년 의료의 길, 모교로 되돌린 나눔
"질병만이 아닌 사람을 치료해야"
나춘균 반도정형외과 원장.
나춘균 반도정형외과 원장(고려대 의과대학 의학과 70학번)은 1988년 개원 이후 40여 년 가까이 지역 의료 현장을 지켜왔다. 그는 오랜 임상 경험 속에서 '환자와의 소통'과 '의사의 책임'을 강조해 왔을 뿐 아니라, 모교와 의료원을 향한 꾸준한 기부와 동기회 모금을 통해 후학 양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의대 졸업 5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모교에 대한 감사를 행동으로 이어가고 있는 나 원장을 만나, 의사로서의 삶과 기부의 의미를 들어봤다.
"그 시절은 치열하게 배우고 경쟁하면서 많이 성장했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해부학 실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인체를 직접 마주하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의사라는 직업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고, 큰 책임을 지는 일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습니다. 질병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도 그때부터 갖게 됐습니다."
"의사는 충분한 지식과 기술을 갖춰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의학은 계속 발전하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배우지 않으면 환자에게 좋은 치료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윤리와 책임감입니다. 의료가 상업적인 방향으로 흐르면 환자의 신뢰를 잃게 되고, 결국 의료 전체의 신뢰도 흔들리게 됩니다. 또한 요즘 의료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의료진 간 협력과 소통도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환자들이 의학 지식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접합니다. 그래서 충분한 설명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환자로부터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또한 의료 장비도 크게 발전했습니다. 제가 학생 때는 내시경이나 MRI가 없었고 초음파도 화질이 좋지 않아서 의사의 경험과 추측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그에 맞는 설명과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고려대, 세계적인 의학적 성과 중심돼야"
"당시 고려대 의과대학의 뿌리를 두고 두 가지 견해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1938년에 설립한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또 다른 하나는 1928년에 설립한 '조선여자의학강습소'였습니다."
나 원장은 자료를 검토하고 논의를 거쳐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고려대 의과대학의 기원으로 정리했다. 그 덕에 '고려대 의과대학 역사를 10년 앞세운 회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2028년은 개교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런 역사적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모교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정립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교는 우리에게 교육과 기회를 준 곳입니다.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사회에 나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다면 그 일부를 학교에 돌려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의학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졸업 후 50년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시작했습니다. 의사로 살아온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결국 출발점은 모교였고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동기들과 함께 발전 기금 모금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모금'이라는 말 자체에 부담을 느껴 회장을 선뜻 맡으려는 사람이 없어서 결국 제가 맡게 됐습니다. 졸업생 수가 많지 않은 기수(34회)였기 때문에 목표금액을 낮추고,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모금 방식과 목표를 정했고, 이후에는 직접 전국을 다니며 동기들을 만났습니다. 제주, 대구, 부산, 대전 등 각지에서 개업 중인 동기들을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단순히 기금을 모으는 과정이라기보다 오랜만에 서로를 격려하고 다시 연결되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습니다. 그 결과 예상보다 훨씬 좋은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대부분의 동기가 참여했고, 처음 정한 기준보다 더 많은 금액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동기도 많았습니다. 모금 마감 시점을 5월로 잡았는데, 실제로는 2월 말에 이미 목표를 달성해 조기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은 안암·구로·안산 3개 병원 모두 연구중심병원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학병원들이 주로 규모를 확장하는 데만 집중하는데 그보다 기초 연구를 더 강화해 세계적인 의학적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준의 연구가 나와야 하고, 그 중심에 고려대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시절부터 충분히 배우고 경쟁하면서 성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의사가 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의사의 가치관을 제대로 세우고, 윤리적이며 책임감 있는 의사가 돼야 합니다. 진료 현장에서 질병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의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 EDITOR: 김경민
- PHOTO: 박해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