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담도질환은 진단 시기가 중요
"몸이 보내는 신호 무시하지 마세요"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김효정 교수.
췌장·담도질환은 담석증과 담관염, 췌장염부터 췌장암과 담도암까지 폭넓게 포함하는 질환군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기 쉽지만, 최근에는 내시경 시술과 정밀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치료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김효정 교수는 췌장·담도질환의 주요 증상과 검사, ERCP를 중심으로 한 내과적 치료의 역할, 예방과 추적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대한췌장담도학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담석증 환자는 2011년 약 11만 명에서 2022년 약 24만 명으로 10여 년 사이 2배가량 증가했다. 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는 췌장암 신규 환자가 9,748명으로 전년보다 358명 늘었다. 증가 폭이 아주 큰 것은 아니지만, 질환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분명 주의가 필요한 수치다.
췌장·담도질환의 양상도 더 다양해지고 있다. 음주 습관과 기름진 식생활, 고령 인구의 증가는 담석증과 췌장염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췌장암과 담도암처럼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도 꾸준히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면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생활 습관 변화·고령화로 환자 증가
"대표적인 원인은 담석과 음주다. 담석은 담즙 성분이 농축되면서 돌처럼 굳어지는 현상으로, 담도가 막히는 가장 흔한 원인이 된다. 담석이 담도를 막으면 담즙의 흐름이 차단되면서 염증이 생기고 복통이나 황달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췌장질환에서는 음주가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반복적인 음주는 췌장 조직에 손상을 일으켜 염증 발생 위험을 높이고, 이러한 염증이 반복되면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만성 질환은 장기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생활 습관 변화와 고령화의 영향이 크다. 기름진 음식 섭취 증가와 비만, 고지혈증 같은 대사 질환이 늘면서 담석 발생 위험이 높아졌고, 음주 습관 역시 췌장질환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췌장·담도질환은 단기간에 생기기보다 오랜 시간 생활 습관과 환경 요인이 축적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들이 환자 증가의 주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췌장질환은 복부 중앙이나 윗배의 통증이 점차 심해지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통증이 등으로 퍼지기도 한다. 급성 췌장염의 경우 갑작스러운 심한 통증과 함께 구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담도질환은 식사 후,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오른쪽 윗배에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통증은 일정 시간 지속되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등이나 어깨 방향으로 퍼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통증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위장 장애로 넘기지 말고 담석이나 담도질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또 황달은 췌장·담도질환에서 매우 중요한 신호 가운데 하나다. 피부나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거나 소변 색이 짙어지는 경우, 담즙 흐름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의미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단순한 소화기 질환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췌장·담도질환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거나 다른 소화기 질환과 구분하기 어렵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많은 환자가 증상을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일시적인 복통으로 여기고 지나치면서 진단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췌장과 담도는 몸 깊숙한 곳에 있어 초기 병변이 있더라도 외부에서 쉽게 확인하기 어렵고, 일반적인 건강검진만으로는 작은 이상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급성과 만성의 차이도 중요하다. 급성 질환은 비교적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증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만성 질환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로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반복되는 양상을 보인다면 보다 적극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시행되는 것은 혈액 검사로, 췌장 효소나 간 기능과 관련된 수치를 확인해 장기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혈액 검사 결과는 질환 가능성을 평가하고 추가 검사의 필요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영상 검사 가운데 비교적 먼저 시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복부 초음파다. 초음파는 부담이 적고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어 담낭에 담석이 있는지, 담도가 확장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담도가 확장돼 있다면 내부 어딘가에 막힘이 있을 가능성을 뜻하기 때문에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이 때는 CT나 MRI를 시행한다. CT는 복부 장기의 구조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 급성 복통의 원인을 파악하고, 종양이나 염증의 위치와 범위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MRI는 더 정밀한 영상을 제공해 췌장과 담도의 세부 구조를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며, MRCP 같은 특수 촬영을 통해 담도와 췌관 내부 상태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내시경 초음파(EUS)는 내시경 끝에 초음파 장치를 달아 장기 가까이에서 영상을 얻는 검사로, 작은 병변을 발견하는 데 유리하다. 반면 ERCP는 검사뿐 아니라 치료까지 동시에 시행할 수 있는 시술이다. 담석을 제거하거나 좁아진 통로를 넓히는 데 활용할 수 있어 진단과 치료를 함께 담당하는 역할이 크다."
"내과적 치료는 단순한 약물 치료에 머무르지 않고, 질환의 원인을 직접 해결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담도나 췌관이 막힌 상태가 지속되면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염증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막힌 통로를 회복시키는 것이 치료의 핵심 원칙이다."
"ERCP는 내시경을 이용해 담도와 췌관 내부에 직접 접근해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시행할 수 있는 시술이다. 담석이 담도를 막고 있으면 결석을 제거해 담즙 흐름을 회복시킬 수 있고, 담도가 좁아진 경우에는 스텐트를 삽입해 통로를 넓히는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췌담도 시술, 특화된 전문의 경험 중요
"내시경 치료 기술의 발전은 췌장·담도질환 치료 방식을 크게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담도나 췌관에 문제가 생기면 복부를 절개하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많은 질환을 내시경 시술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내시경 초음파(EUS)를 이용한 신의료기술 시술은 기존에 수술적 치료가 필요했던 경우를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으며, 입원 기간을 줄이고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앞당기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그렇다. 영상 검사에서 불분명한 병변에 대해 암을 확진하는 진단법도 내시경 시술을 기반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 더불어 내시경을 이용한 암 치료 적용 역시 점차 늘고 있어, 진단과 치료 모두에서 내시경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췌담도의 해부학적 구조는 복잡하고 환자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시술자의 경험이 치료 결과와 합병증 발생 위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같은 진단, 같은 시술이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시술 시기와 절차, 접근 방법에 대한 최적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췌담도 시술은 특화된 전문 내시경 의사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췌장·담도질환 치료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밀 장비나 의료진의 숙련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치료 전 과정이 체계적으로 연결돼야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내과뿐 아니라 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여러 진료과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다학제 협진 구조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가장 적절한 치료 방침을 결정하고 있다. 특히 종양이나 합병증이 동반된 중증 질환, 기저질환이 많은 고령 환자에서 신속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시스템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재발률 높아 정기적 추적 관리 필요
"췌장·담도질환은 일부 예측하기 어려운 원인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생활 습관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일상적인 관리만으로도 질환 발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주 조절과 식습관 관리다. 특히 음주는 췌장질환 발생과 깊은 관련이 있다. 반복적인 음주는 췌장 조직에 손상을 일으켜 급성 췌장염의 대표적인 원인이 되며,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음주 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습관도 중요하다. 기름진 음식이나 고칼로리 식단 섭취가 지속되면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하고 담석 형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또 장시간 공복이 반복되는 불규칙한 식습관이나 급격한 체중 감소를 동반한 식단은 담즙 정체를 일으켜 담석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체중 관리 역시 중요하다. 갱년기 이후 호르몬 변화의 영향으로 늘어나는 복부비만과 내장지방은 성인병뿐 아니라 담석 발생 위험을 높이고, 췌장 및 담도계 종양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췌장·담도질환은 치료가 잘된 뒤에도 재발 가능성이 높다. 고령층의 담석 질환은 급작스러운 패혈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재발 위험을 줄이고 건강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인 추적 검사가 도움이 된다. 또 췌장염을 경험한 환자가 음주를 계속하면 재발하거나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
"췌장·담도질환과 관련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증상을 단순하게 넘기지 않는 태도다. 반복되는 복통이나 황달, 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있다면 이를 일시적인 문제나 위·장 질환으로만 여기기보다 췌장·담도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췌장·담도계 종양은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건강검진 때 챙겨보는 것도 중요하다. 반대로 진단 뒤 치료가 어렵다고 미리 겁을 먹거나 치료를 미루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훨씬 효과적인 치료법이 많아졌다. 약물 치료뿐 아니라 내시경적 치료, 영상 인터벤션 치료, 복강경·로봇수술까지 비교적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 완치 목적의 치료는 물론 완화 목적의 치료까지 다양하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지레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치료 방법을 찾아보고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 EDITOR: 김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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