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이 경련, 어디까지가 응급일까
- EDITOR. 박정연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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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갑자기 몸을 떨거나 의식을 잃으면 보호자는 큰 충격에 빠진다. 하지만 모든 경련이 심각한 뇌질환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일부는 즉각적인 응급처치와 전문 진료가 필요한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경련의 원인을 구분하고, 응급 상황을 놓치지 않는 일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변정혜 교수와 함께 소아경련의 원인과 올바른 대응법을 짚어봤다.
소아청소년과는 감염, 소화기영양, 알레르기, 신경 등 여러 분과로 나뉘는데, 그중 소아신경은 태어난 아이가 기능을 획득하며 자라나는 발달 전반을 다룬다. 변 교수의 전문 분야인 경련은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과도한 전기 신호를 일으키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뇌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과도하게 흐르는 것을 발작이라고 하고, 그 발작 가운데 운동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경련이라고 부른다.
경련의 양상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팔다리를 심하게 떠는 것뿐 아니라, 갑자기 한곳을 멍하게 바라보거나, 눈동자가 돌아가거나, 입술을 반복적으로 실룩거리거나, 몸의 일부만 떠는 증상도 경련의 한 종류일 수 있다. 변 교수는 "보호자가 '경련은 무조건 온몸을 떠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으면 놓치기 쉬운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열성경련과 뇌전증은 다르다
특히 영유아는 성인보다 경련에 더 취약하다. 이유는 뇌의 미성숙에 있다. 아기는 뇌 신경의 수초화가 약 15% 정도만 진행된 상태로 태어난다. 수초화는 신경섬유를 감싸는 절연 덮개가 형성되는 과정으로, 신호 전달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뇌의 항상성이 잘 유지되지 않아 경련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신경계 질환의 유병률은 생후 1세 이전과 60세 이후에 가장 높다. 어린 시기가 그만큼 신경학적으로 민감한 때라는 의미다.
아이들이 경련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은 열성경련이다. 열성경련은 생후 6개월에서 5세 사이 아이들에게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며, 감기나 독감, 장염 등으로 고열이 생겼을 때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체온이 오르면서 경련이 나타나는데, 대부분 몇 분 이내에 멈추고 특별한 후유증 없이 회복된다.
하지만 열이 없는 상태에서도 경련은 발생할 수 있다. 변 교수는 저혈당이나 저나트륨혈증 같은 대사 이상, 분만 과정에서의 저산소성 뇌 손상, 뇌의 구조적 기형, 외상, 뇌전증 등을 다양한 원인으로 들었다. 뇌염이나 수막염 같은 중추신경계 감염도 중요한 원인이다. 특히 고열과 함께 심한 두통, 구토, 의식 저하, 보채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단순 열성경련이 아니라 감염성 질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보호자가 단순히 "열이 있어서 그랬겠지"라고 넘기기보다 아이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는 이유다.
많은 보호자가 아이가 한 번만 경련해도 곧바로 뇌전증을 떠올리며 불안해한다. 그러나 두 질환은 분명히 다르다. 열성경련은 일반적으로 발열과 함께 발생하며 대부분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반면 뇌전증은 반복적인 비열성 경련이 특징인 질환으로, 뇌의 전기적 이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변 교수는 뇌전증 진단 기준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별한 원인 없이 경련이 두 번 이상 반복되거나, 한 번만 발생했더라도 뇌파에서 뚜렷한 뇌전증 양상이 보이거나, 뇌 구조에 이상이 있으면 뇌전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아 경련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변 교수는 "소아 뇌전증의 60~70%는 약물 치료로 호전된다"고 했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고 뚜렷한 병소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다만 수술은 부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는 "측두엽은 비교적 분리돼 있고 수술적 접근이 발달해 절제 효과가 좋은 편이지만, 전두엽이나 후두엽은 혈관이나 운동 영역 문제로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재발률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경련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은 언제 응급실을 찾아야 하느냐다. 변 교수가 제시한 기준은 분명했다. 바로 5분이다. 경련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경련이 끝난 뒤에도 의식이 명확하게 돌아오지 않거나, 아이가 축 처진 채 반응이 없거나, 호흡이 불안정하고 입술 색이 파랗게 변하는 경우 역시 응급상황이다. 생후 6개월 미만 영아에게 처음 발생한 경련이나, 열 없이 나타나는 경련도 반드시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
문제는 겉으로 보기에 경련이 끝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발작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경련 뒤 아이가 축 처지는 것은 흔하지만, 실제로는 눈만 경련하는 등 비정상 전기 신호가 남아 있을 수 있다. 변 교수는 "반드시 반응이 있는지, 의식 상태가 돌아왔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병원에 와서 발작이 끝난 상태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 경련의 원인이 뇌수막염이나 저나트륨혈증, 저칼슘혈증처럼 교정이 필요한 문제일 수 있다는 점도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로 들었다.
경련이 일어났을 때 보호자의 초기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를 안전하고 평평한 곳에 눕히고, 고개와 몸을 옆으로 돌려 기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변 교수는 "경련을 하면 침이나 토사물이 나올 수 있는데 삼킴이 안 되기 때문에 기도를 막아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개와 상체를 한쪽으로 돌려 침이나 토사물이 흘러나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변의 유리잔, 뜨거운 물, 식기, 젓가락처럼 아이가 다칠 수 있는 물건을 치우는 것도 필요하다.

경련 5분이 넘으면 '응급' 상황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도 주의가 필요하다. 변 교수는 "소아는 심장 문제보다 열성경련이 훨씬 많아 경련 상태에서 심폐소생술은 우선순위가 아니다"며 "경련 중에는 횡격막 자체가 수축하고 있어 인공호흡으로 폐를 팽창시키기도 어렵고, 오히려 기도 흡인이 될 수 있어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기도 확보와 주변 정리를 제외하고는 섣불리 손대기보다 빨리 병원으로 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다.
열성경련 가운데서도 더 세심하게 봐야 하는 경우가 있다. 변 교수는 '복합 열성경련'을 꼽았다. 경련이 15분 이상 지속되거나, 하루에 두 번 이상 발생하거나, 한쪽만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뇌전증을 동반한 경련은 아닌지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변 교수가 중요하게 본 것은 아이의 발달 상태다. 그는 "발달 지연이 있는 열성경련 환자의 33%가 뇌전증으로 간다"며 "그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 복합 열성경련 가운데서도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좋지 않은데, 한쪽만 경련한다는 것은 뇌에 특정 병소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발달이 느린 경우 대개 유전적 원인이 많은데, 유전자가 뇌 발달을 더디게 하면 그만큼 뇌가 쉽게 흥분해 뇌전증의 소인도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발달 질환이 있는 아이가 뇌전증을 함께 갖는 비율도 30% 이상이다.
예후는 어떨까. 변 교수는 "소아 뇌전증 가운데 발달이 정상이던 아이에게 나타나는 소아기 양성 뇌전증은 일정 나이가 되면 저절로 없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약 60%는 잘 조절되고 예후도 좋지만, 20~30%는 약을 두 가지 이상 써도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행한다. 다만 뇌전증을 불치병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변 교수는 "뇌전증에서 완치라는 개념을 자주 쓰지는 않지만, 의학적으로 말하는 임상적 완치는 10년간 경련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경련의 원인을 정확히 찾고 발달 상태를 장기적으로 추적하려면 초기 평가 이후의 지속적인 관리 체계도 중요하다. 변 교수는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의 강점으로 통합적인 발달 관리 시스템을 들었다. 유전자 검사부터 비디오 뇌파검사, 진정 MRI까지 한 번에 신속히 검사하고 판독해 퇴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소아신경과 긴밀히 협조해야 하는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소아재활의학과 전문의들도 함께 있어 다학제 진료가 가능하다.
조기 진단부터 장기 추적까지 함께 봐야
특히 변 교수가 공들이는 분야는 권역 모자의료센터를 통한 이른둥이(미숙아) 발달 관리다. 그는 "32주 미만이거나 1,500g 미만으로 태어난 극소 미숙아를 아주 정밀하게 발달 추적한다"고 했다. 생후 12개월까지는 2개월 간격, 12개월부터 3세까지는 6개월 간격, 이후 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1년 간격으로 관찰하며 필요한 발달·재활 서비스를 놓치지 않고 연계한다. 이른둥이는 저산소성 뇌 손상이나 뇌출혈에 취약한 발달 고위험군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검사 역량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변 교수는 "발달 지연이나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6,000개 이상의 유전자 패널을 검사해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며 "필요하면 전장엑솜·전장유전체 분석도 시행한다"고 했다. 검사 범위를 넓힐수록 더 많은 유전자를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어 진단 정밀도도 높아진다.
이 밖에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은 인지·운동·발달 검사를 직접 수행하는 임상심리실을 소아청소년과 안에 운영하고 있다. 변 교수는 "전국에 10곳이 안 될 정도로 드문 시설인데, 소아청소년과 안에서 운영해 발달에 대한 매우 충실한 돌봄이 가능하다"고 했다. 만성질환 아이와 보호자를 위한 소아 완화의료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변 교수가 유전자 검사를 강조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유전자 검사로 미리 진단을 받아두고 기다리면, 희귀 질환이라도 임상시험 참여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다 망가진 다음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핵심"이라며 "의사가 유전자 검사를 권유하면 받아두고 기다리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변 교수는 발달과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린 환자가 미래에 무궁무진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보면서 소아신경을 선택하게 됐다"는 그는 "적기에 빠른 치료로 아이를 건강한 성인으로 길러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충분한 수면을 꼽았다. 변 교수는 "소아에서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잠"이라며 "규칙적이고 충분하게 자는 것이 경련 재발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