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 아이 눈 건강 적신호
근시는 시작, '골든타임' 놓치지 마라

  • EDITOR. 이종철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들어가는 글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서영우 교수.

최근 디지털 기기의 보급과 학업 부담 증가로 소아·청소년의 눈 건강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과도한 사용, 눈의 지속적인 피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근시 발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이를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단순한 시력 저하를 넘어 영구적인 시각 장애나 실명으로 이어질 위험도 높아진다.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서영우 교수는 안과 질환의 조기 발견 중요성을 강조하며, 아이들의 시력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예방·치료 가이드를 제시했다.

근시는 눈으로 들어온 빛이 망막보다 앞쪽에 초점을 맺으면서 생기는 굴절 이상이다. 가까운 물체는 비교적 잘 보이지만 먼 물체는 초점이 흐려져 잘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눈의 앞뒤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면 빛이 망막에 정확히 도달하지 못해 독서나 운전, 수업과 업무 등 일상 전반에 실제적인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서 교수는 "최근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근시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이를 단순한 시력 저하가 아니라 향후 더 심각한 안과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추세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최근 국내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은 70~80%에 이를 정도로 높고, 이 가운데 고도근시 비율도 20% 안팎에 달해 보다 적극적인 예방과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성장기에는 대부분의 아이들 눈이 자연스럽게 자라며 길어지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근시가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안구 길이의 성장이 과도하게 진행되면서 근시가 나타납니다. 한 번 길어진 안구는 대개 다시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근시는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드물고, 치료나 관리 없이 방치하면 계속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근시를 방치했을 때다. 근시 진행이 계속되면 단순한 시력 저하를 넘어 '병적 근시'로 악화할 수 있고, 안구 건강에 치명적인 합병증을 부를 수 있다. 특히 안구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면서 망막이 얇아져 생기는 망막박리,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는 녹내장, 시력의 핵심 부위인 황반이 손상되는 근시성 황반변성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인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서 교수는 "2050년에는 전 세계 19세 이하 청소년의 90%가 근시를 앓고, 그중 30% 이상이 고도근시로 진행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만큼 상황이 엄중하다"며 "이는 앞으로 경제활동인구의 대다수가 고도근시로 인한 안질환 위험군에 속하게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근시는 단순히 안경으로 교정하면 되는 불편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책이라는 설명이다.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최신 치료법으로는 저농도 아트로핀 안약, 밤에 착용하는 드림렌즈(각막 굴절 교정 렌즈), 근시 진행 억제 안경, 매일 착용하는 근시 억제 소프트렌즈 등이 있다. 각각의 치료법은 서로 다른 원리로 근시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아이의 나이, 생활 습관, 안구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고, 이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저농도 아트로핀 안약은 여러 기전을 통해 안구의 비정상적인 성장을 억제한다. 근시 진행 억제 효과가 우수한 치료법으로 평가되지만, 동공이 확장되고 수정체의 조절 기능이 떨어지면서 개인에 따라 눈부심이나 근거리 시력 저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약물 농도가 높아질수록 이런 이상 반응이 생길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아이의 안구 상태와 적응도를 고려한 적절한 농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시 억제 치료, 생활 습관이 중요

드림렌즈, 또는 오쏘케이(Ortho-K)로 불리는 각막굴절교정렌즈는 잠자는 동안 착용하는 특수 하드렌즈다. 각막 중심부를 완만하게 눌러줘 낮 동안에는 안경이나 별도의 렌즈 없이도 비교적 선명한 시력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각막 형태를 조절해 안구 성장을 억제함으로써 근시의 급격한 진행을 늦추는 예방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렌즈가 각막에 직접 닿는 방식인 만큼 세척과 소독 등 위생 관리에 소홀하면 각막염이나 각막궤양 같은 심각한 안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근시 진행 억제 안경이나 소프트렌즈가 있다. 이런 교정용 렌즈는 망막 중심부와 주변부에 맺히는 초점의 차이를 조절해 안구 길이 성장을 완만하게 만들고, 근시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아트로핀 안약 사용이 불편하거나 드림렌즈 착용·관리가 어려운 경우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서 교수는 치료 못지않게 생활 습관 개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햇볕을 쬐며 야외 활동을 하면 눈의 도파민 분비가 촉진돼 안구 성장 조절에 도움이 된다"며 "다만 근시가 이미 발생한 뒤에는 야외 활동의 예방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에 근시가 생기기 전에 충분한 야외 활동으로 눈 건강을 미리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리 작업 시 눈과 화면 사이 거리를 30~40cm 이상 유지하고, 20~30분마다 20피트(약 6m) 이상 떨어진 곳을 20초 이상 바라보는 '20-20-20 규칙'을 실천하며, 하루 2시간 이상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 권장된다.

"근시 진행 억제 치료의 핵심은 무엇보다 꾸준함입니다. 근시는 대체로 만 15세 전후까지 계속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치료도 그 시점까지 지속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히 근시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만 9세에서 10세 사이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이후 고도근시로의 이행을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른 눈의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아이가 스트레스 없이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최적의 치료법을 전문가와 상의해 꾸준히 실천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위협' 약시와 사시

약시는 안경이나 렌즈로 교정해도 시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시력 발달이 끝나기 전인 유아기와 아동기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시력 발달은 만 8~9세 무렵이면 거의 마무리되지만, 임상적으로는 만 5~6세 이전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대부분 정상에 가까운 시력까지 회복될 수 있다.

약시의 대표적인 원인은 심한 굴절 이상(원시·난시)과 양쪽 눈의 굴절 차이로 인한 굴절부등, 사시 등이다. 한쪽 눈의 시력이 유독 나쁘거나 두 눈의 시력 차이가 크면 뇌는 상대적으로 잘 보이는 눈의 정보만 더 받아들이고 시력이 떨어지는 눈의 시각 신호는 점차 억제한다. 약시는 이런 억제가 지속되면서 시력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긴다. 또 선천성 백내장이나 안검하수처럼 시야를 가리거나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 자극 자체를 방해하는 질환도 시력 발달을 늦춰 심한 약시로 이어질 수 있다.

"약시가 있는 눈은 시력 발달이 어느 정도 완료된 이후에는 치료가 매우 어렵지만,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안경 착용과 가림 치료를 함께 시행하면 정상에 가까운 시력으로 호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굴절 이상이 원인인 경우에는 정확한 안경 처방을 우선하고, 건강한 눈을 가려 약한 눈을 더 많이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가림 치료를 병행하게 됩니다. 하루에 몇 시간 동안 가릴지는 아이의 상태와 약시의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조기에 치료했을 때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사시는 안구가 정위치에 있지 않거나 안구 운동에 장애가 있는 상태를 통칭한다. 서 교수는 사시가 단순한 미용상의 문제가 아니라 '입체시'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입체시는 생후 2~3개월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사시가 있으면 두 눈에 맺히는 상이 달라져 입체시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할 수 있다. 그는 특히 생후 6개월 이전에 발생하는 '영아내사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아내사시는 앞으로의 입체시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늦어도 생후 2년 이내에는 수술을 통해 눈의 정렬을 바로잡아 입체시 발달의 기회를 확보해 줘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사시 유형은 '간헐외사시'다. 평소에는 두 눈의 정렬이 정상이지만, 멍하니 있거나 피곤할 때 한쪽 눈이 바깥쪽으로 돌아간다면 간헐외사시를 의심해볼 수 있다. 서 교수는 "사시의 빈도와 각도, 동반 증상에 따라 치료 시기가 달라진다"며 "수술적 교정이 필요할 정도로 각도가 크고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면 수술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또 아이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는 이른바 '사경' 증상을 보인다면, 단순한 목의 문제가 아니라 눈 질환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태어날 때부터 특정 안구 근육에 마비가 있으면 시선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기울이는 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이 경우 목 검사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사시를 방치하면 단순한 시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외모와 자존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눈이 몰려 보이거나 바깥으로 돌아가는 경우, TV를 볼 때 계속 앞으로 다가가는 경우, 눈을 찡그리거나 자주 깜빡이는 경우, 햇빛이 강할 때 한쪽 눈을 찡그리며 뜨는 경우 등 아이가 뭔가 이상 증세를 보인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 보시길 바랍니다."

환아의 눈 상태를 확인하는 서영우 교수. 그는 "근시는 단순한 시력 저하가 아니라 조기 관리가 필요한 성장기 눈 질환"이라고 말했다.

아이 눈 건강 열쇠는 부모의 관심

서 교수는 소아 안과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로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을 꼽았다. 만 3세 무렵 영유아 검진을 할 때 안과 검사를 함께 받는 것이 좋고, 만 1세 이전이라도 이상 증상이 보이면 절대 시기를 놓치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 안과 질환은 단순한 시력 저하가 아니라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해 내 아이의 눈 건강을 오래도록 지킬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서 교수는 "아이의 건강한 눈은 부모의 세심한 관심과 전문가와의 꾸준한 상담, 그리고 조기 진단을 통해 지킬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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