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환자들
숨 한 번을 위한 사투
- EDITOR. 박정연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들어가는 글

엄마 뱃속에서 280일을 보낸 아기는 탯줄이 끊기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와 마주한다. 이제는 스스로 숨 쉬고, 심장을 뛰게 하고, 젖을 빨아야 한다. 그 위태로운 첫 적응을 돕는 곳이 신생아 집중치료실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최병민 교수는 30년간 세상에서 가장 작은 환자들의 첫 숨을 지켜왔다.
"엄마 뱃속에서 나온 아기에게 바깥세상은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기들을, 적응할 때까지 도와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다." 최 교수의 세부 전공은 신생아학, 그중에서도 신생아 혈역학이다. 혈역학은 혈액이 심장과 혈관을 통해 어떻게 흐르고, 그 흐름이 생명 유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피는 분야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호흡과 순환은 생존의 핵심이다. 숨을 쉬지 못하면 산소를 얻을 수 없고,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으면 그 산소와 혈액을 온몸에 보낼 수 없다. 그 적응을 돕는 곳이 신생아 집중치료실이다.
쪼그라드는 폐,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출생 직후 신생아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관문은 호흡이다. 최 교수는 호흡계 적응에 실패하는 대표 질환으로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을 꼽았다. 주로 미숙아에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은 출생 직후 폐가 제대로 펴지지 못하고 자꾸 쪼그라들면서 진행성 호흡부전이 생기는 병이다. 미숙아는 전신 장기의 발달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데, 폐도 예외가 아니다.
최 교수는 폐의 원리를 풍선에 비유했다. 폐는 폐포라는 작은 공기주머니들로 이뤄져 있다. 폐포가 풍선처럼 부풀어야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낼 수 있다. 그런데 이 작은 풍선이 다시 쪼그라들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물질이 있다. 바로 폐표면활성제다.
문제는 미숙아의 경우 폐포 자체가 작고, 폐표면활성제도 충분히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폐포가 자꾸 주저앉고, 숨 쉴 공간이 줄어든다. 아기는 출생 직후부터 호흡곤란, 청색증, 가슴이 쑥쑥 들어가는 함몰 호흡을 보일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행히 치료법은 있다. 1980년대 개발된 인공 폐표면활성제다. 증상이 있는 미숙아의 폐 안으로 약물을 넣어주면 몇 분 안에 호흡이 좋아진다. 대개 생후 첫날 치료하지만, 상태가 심하면 두세 차례 반복 투여하기도 한다.
인공 폐표면활성제와 신생아 집중 치료의 발전은 많은 아기의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 과거에는 생명을 위협하던 호흡곤란증후군도 이제는 치료 가능한 질환이 됐다. 그러나 과제는 남아 있다. 치료 과정에서 기흉이나 간질성 폐기종이 생길 수 있고, 장기적으로 산소 치료가 필요한 기관지폐 이형성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숙아에게 흔한 뇌실 내 출혈, 미숙아 망막증, 괴사성 장염, 동맥관 개존증 같은 합병증도 함께 살펴야 한다.
쪼그라드는 폐혈관, 지속성 폐동맥 고혈압증
호흡만큼 중요한 것이 순환이다. 최 교수가 또 하나의 대표 질환으로 꼽은 것은 '지속성 폐동맥 고혈압증'이다. 이 병은 신생아 질환 중에서도 특히 까다롭고 위험하다.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폐로 숨을 쉬지 않는다. 산소는 태반을 통해 공급된다. 그래서 태아의 폐혈관은 저항이 높게 유지되고, 혈액도 폐로 많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출생 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아기가 숨을 쉬기 시작하면 폐혈관 저항이 떨어지고, 혈액이 폐로 흘러가 산소를 받아야 한다. 지속성 폐동맥 고혈압증은 이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병이다. 폐혈관 저항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높게 유지되면서, 혈액이 폐로 충분히 가지 못한다. 결국 산소가 부족해지고 심한 청색증이 나타난다.
원인은 다양하다. 횡격막 탈장이나 선천성 심질환으로 폐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경우, 태변 흡입 증후군이나 자궁 내 저산소증으로 폐가 손상된 경우,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이나 폐렴 같은 폐 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저체온증, 저산소증, 심근 기능 이상이 겹치면 상태는 더 악화된다.
이 병은 주로 만삭아에서 생후 24시간 안에 심한 청색증으로 나타난다. 확진은 심장 초음파검사로 폐동맥 고혈압 소견을 확인해 이뤄진다. 치료의 핵심은 산소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악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기계 환기, 고농도 산소 투여, 일산화질소 흡입 치료, 혈압과 혈장량을 유지하기 위한 약물 치료가 함께 이뤄진다.
최 교수는 이 질환을 "아기가 가진 병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처치를 굉장히 잘해야 하는 병"이라고 말했다. 특히 폐 형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집중 치료에도 사망률이 높다. 생존하더라도 만성 폐질환, 신경학적 후유증, 난청 등이 남을 수 있다.
끝까지 지켜낸 생명, 살아내는 힘
위중한 신생아가 태어나면 의료진은 즉시 움직인다. 고위험 신생아는 출생 직후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의료진은 마스크와 백을 이용해 호흡을 유지시키고, 필요하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호흡이 돌아오면 선천성 기형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뒤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옮긴다. 이후부터는 분 단위의 관찰이 이어진다. 심박동수, 호흡수, 산소포화도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을 빠르게 교정한다. 필요하면 인공호흡기를 달고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그러나 의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생명을 완성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힘, 특히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들이 가진 경이로운 생명력이다. 최 교수는 의료진이 행하는 치료와 처치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며, 그 선을 넘어 생존을 완성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아기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 현장에서 마주한 생명의 신비를 '의사가 할 수 있는 일'과 '아기가 해야 하는 일'의 조화로 설명했다.
"우리가 인공호흡기를 연결해 아기의 폐 속 가장 깊은 곳, 작은 폐포까지 산소를 밀어 넣어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산소를 받아들이고 몸 안의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내뱉는 '가스 교환'이라는 핵심적인 호흡 과정은 아기가 스스로 해내야만 하는 영역입니다." 영양 공급의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와 간호사가 아기의 위장 속으로 모유를 넣어줄 수는 있지만, 영양분을 흡수해 자신의 피와 살로 만드는 것도 아기의 몫입니다."
최 교수는 "아기들은 우리가 아주 조금만, 정말 필요한 적시에 손을 잡아주면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위대한 자생력과 경이로운 힘을 발휘하여 결국 스스로 생존해 낸다"고 말했다.
이렇듯 의료진은 결정적인 순간에 아기의 몸이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다수 아기가 그 작은 도움을 붙잡고 스스로 고비를 넘어선다. 낯선 바깥 환경에 조금씩 적응하며, 어른들이 예상하지 못한 생명력으로 제힘을 회복한다. 물론 모든 아기가 그렇게 이겨내는 것은 아니다.

너무 미숙하거나, 약물과 치료에 반응하지 못하거나, 이미 손상이 큰 상태로 태어난 아기들도 있다. 최 교수는 "최근 의학의 발달로 생존율은 많이 높아졌지만, 오랜 치료가 필요한 경우 신경학적 발달 장애 같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목표는 단순히 병을 고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최 교수는 진짜 목표를 "아기를 엄마가 집에서 혼자 키울 수 있는 상태까지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퇴원 기준도 까다롭다. 호흡이 안정적인지, 심장이 문제없이 뛰는지는 기본이다. 그다음에는 아기가 모유를 잘 먹는지, 소화를 잘 시키는지,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고 있는지를 본다. 젖을 빠는 힘도 중요하다. 스스로 먹고 소화할 수 있어야 집으로 갈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기준이 있다. 보호자가 아기를 돌볼 준비가 돼 있는지다. 엄마와 아기가 서로 돌보고 돌봄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퇴원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고려대 안산병원 고위험 신생아 센터는 보호자와 아기의 접촉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한다. 면회 시간에는 부모가 인큐베이터 속 아기를 직접 보고, 퇴원이 가까워지면 실제 돌봄에도 참여한다. 캥거루 케어도 수시로 진행한다.
캥거루 케어는 상태가 안정된 아기를 엄마나 아빠의 맨살 위에 올려 피부를 맞대게 하는 방법이다. 부모와 아기의 애착을 높이고, 정서적·생리적 안정을 돕는다.
신생아 영상 판독에 AI 접목 연구 중
최 교수는 진료뿐 아니라 연구에서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신생아 영상 판독에 인공지능, 즉 AI를 접목하는 연구다. 현재 관련 정부 과제를 여러 건 진행하고 있으며, 매년 두세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신생아에게 영상 판독은 특히 중요하다. 성인은 CT나 MRI를 찍기 위해 검사실로 이동할 수 있지만, 신생아는 작고 약하다.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아기를 여러 검사실로 옮기는 일도 쉽지 않다. 그래서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는 침상에서 바로 찍는 단순 가슴 엑스레이 한 장이 중요한 진단 자료가 된다. 문제는 그 한 장에 많은 판단이 담긴다는 점이다. CT나 MRI처럼 여러 각도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필름 한 장을 얼마나 빨리 정확히 읽느냐가 치료 방향을 가를 수 있다.
최 교수가 개발하고 있는 것은 신생아 흉부 엑스레이를 AI가 더 빠르고 정확히 판독해 의료진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더 정확하고 빠른 진단으로 아기에게 더 확실한 치료를 결정할 수 있도록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성인 영상 판독 분야에서는 AI가 이미 널리 연구되고 있지만, 소아, 특히 신생아 영역은 아직 데이터 구축부터 쉽지 않은 분야다. 최 교수는 국내외에서 드문 신생아 영상 AI 판독 연구를 진행해왔고, 관련 논문도 신생아 분야 국제 학술지에 여러 편 게재했다. 추가 연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조금 늦게 태어난 만큼 기다려 달라"
25년간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지켜온 최 교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환아를 물었다. 뜻밖에도 그의 답은 "잘 치료한 아기"가 아니었다.

"잘 치료해서 완벽하게 성장하고 발달하는 아기들은 의료진과 보호자 모두 걱정 없이 병원을 떠난다. 오히려 치료가 잘 안된 아기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가 떠올린 것은 신경학적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아기와 그 가족이었다. 병원에 왔을 때 이미 심장 박동이 없어 겨우 살려냈지만, 뇌 손상으로 스스로 숨 쉬지 못하고 젖병도 빨지 못해 집에서도 인공호흡기를 달고, 튜브로 영양을 공급받으며 살아간다. 최 교수는 그런 아기들을 돌보는 부모들의 헌신을 오래 기억하고 있었다.
한 아기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결코 한 사람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다. 최 교수가 고위험 신생아 센터의 가장 큰 자부심으로 꼽은 것도 팀워크였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24시간 아기를 돌보는 일은 의사 한 명, 간호사 한 명이 하는 일이 아니다. 모든 구성원이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함께해야 한다." 어렵게 태어난 한 생명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까지, 의사와 간호사, 보호자와 병원 시스템이 함께 움직인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그래서 가장 작은 환자를 돌보는 곳이자, 가장 많은 손길이 모이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미숙아 부모들에게 꼭 기억해야 할 두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는 '교정연령'이다. 미숙아는 예정일보다 한 달, 두 달 일찍 태어난 아기다. 그러니 발달을 볼 때도 실제 태어난 날이 아니라 원래 태어났어야 할 시점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 최 교수는 "엄마들은 출생일을 기준으로 '우리 아기가 옆집 아기보다 늦다'고 걱정한다. 왜 빨리 안 클까, 왜 키가 작을까, 왜 체중이 안 늘까 조바심을 낸다"며 "하지만 교정연령 만큼 기다려 주면 아기들은 충분히 따라온다. 여유를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둘째는 많이 안아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아기가 손 탄다고 안아주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특히 아픈 아기들에게는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오래 입원한 아기들은 부모와 애착을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퇴원 후에는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눈을 맞춰줘야 한다. 그래야 그만큼 그 가족의 행복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당부에는 신생아를 평생 지켜본 최 교수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생명은 의료기술만으로 자라지 않는다. 산소와 약물, 인공호흡기와 모니터가 아기의 첫 고비를 넘기게 한다면, 그 이후의 성장은 기다림과 돌봄, 그리고 품 안의 온기로 이어진다.
최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며 "아기를 안아주는 일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약한 생명을 살려내는 일에 오랜 세월을 바친 한 의사가 부모들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처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