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위협하는 '소리 없는 시력 도둑'
황반변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 EDITOR. 이종철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들어가는 글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최광언 교수

망막질환은 빛을 감지하는 눈 안쪽의 신경 조직에 이상이 생겨 시력 저하와 실명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황반변성과 망막박리, 당뇨망막병증, 망막혈관폐쇄 등이 꼽힌다. 이들 질환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노인성 실명 질환 1위로 꼽히는 황반변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망막질환의 연구 흐름을 보면 단순히 약효를 오래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치료가 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 중심에 최광언 교수 연구팀의 '차세대 정밀 약물 전달 플랫폼'이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연구사업 우수신진연구(2026년)'에 선정돼 난치성 망막질환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고 있는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최광언 교수를 만나, 황반변성의 정체와 기존 치료의 한계, 이를 극복할 미래 치료 기술에 대해 들었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어떤 질환인가?

황반변성은 눈 안쪽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퇴행성 변화가 생겨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황반은 사물의 색과 형태를 또렷하게 구분하는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부위다. 이곳이 손상되면 글씨를 읽기 어렵고, 사람 얼굴을 구별하기 힘들어지며,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50세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AMD)이 가장 흔하다.

왜 생기나?

황반변성은 눈 안쪽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퇴행성 변화가 생겨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황반은 사물의 색과 형태를 또렷하게 구분하는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부위다. 이곳이 손상되면 글씨를 읽기 어렵고, 사람 얼굴을 구별하기 힘들어지며,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50세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AMD)이 가장 흔하다.

주사 치료, 재발·반복 치료 등 한계 분명

환자가 스스로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은 무엇인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노안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변시증이 나타나고, 시야 중심부가 흐리거나 까맣게 가려지는 중심암점이 생길 수 있다. 글씨가 흔들려 보이거나 사람 얼굴을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다. 색을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뇌 사진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하나?

한쪽 눈씩 가려 봤을 때 다른 쪽보다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직선이 휘어 보이고, 사물이 찌그러져 보인다면 지체하지 말고 안과를 찾아야 한다. 황반변성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50세 이후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황반변성의 형태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지나?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으로 나뉜다.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성 황반변성은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리지만, 일부는 시력 손상이 급격한 습성으로 진행될 수 있다. 건성 황반변성은 현재 항산화 영양요법 등을 통해 진행을 늦추는 데 치료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습성 황반변성은 망막 아래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나 출혈과 부종을 일으키는 형태로, 방치하면 1~2년 안에 실명에 가까운 시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다. 다행히 습성 황반변성에는 눈 안에 직접 항체를 주입해 신생혈관의 성장을 억제하고 부종을 줄이는 항-VEGF(항혈관내피성장인자) 주사 치료가 있어 시력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데 효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주사 치료가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지만, 환자나 의료진 입장에서 느끼는 한계도 분명할 것 같다.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현재 시행되는 주사 치료는 분명 혁신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한계를 안고 있다. 첫째는 잦은 재발과 반복 주사의 부담이다. 황반변성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질환이라기보다 시력 유지를 위해 장기간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에 가깝다. 시간이 지나 주사 효과가 떨어지면 병변이 다시 재발할 수 있어 한 달 또는 몇 달 간격으로 오랜 기간 눈에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은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장기적인 의료비 부담도 키운다. 둘째는 치료 불응성이다. 전체 환자의 약 30%는 현재의 표준 치료제에 반응이 뚜렷하지 않거나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한다. 결국 이런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은 시력이 계속 나빠지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에 정부 지원 연구 과제로 선정된 연구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인가?

연구팀이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기술은 '차세대 정밀 약물 전달 플랫폼'이다. '생체 친화적 약물 전달 플랫폼', '능동 표적 치료 기술'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기존 치료가 약물을 안구 내에 무작위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면, 새로 개발하는 기술은 병변 부위, 즉 신생혈관이나 염증 부위만 선택적으로 찾아가 약물을 전달하는 능동 표적형 기술이다. 연구팀은 질환의 복합적인 발병 원인을 보다 근본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핵심 유전적 표적을 발굴하고, 우리 몸의 성분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 저면역원성 신소재를 약물 전달체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플랫폼' 다양한 안질환 적용 가능

최광언 교수는 "차세대 정밀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향후 다양한 난치성 안질환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체 유래 물질을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기존의 유전자 치료 전달체인 바이러스 벡터 등과 비교했을 때 어떤 장점이 있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 즉 저면역원성이다. 기존에 사용되던 바이러스 벡터나 지질 나노입자(LNP)는 치료 효과는 있지만, 안구 내에서 염증 반응이나 면역 반응을 유발할 위험이 있었다. 눈은 매우 민감한 기관이기 때문에 작은 염증도 시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가 연구하는 생체 친화적 전달체는 인체 내에 존재하는 성분과 기전을 활용하기 때문에 거부 반응이나 염증 반응이 거의 없다. 또 병변 부위만 선택적으로 표적하기 때문에 적은 용량으로도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반복 주사의 횟수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기술이 황반변성 외에 다른 망막질환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이 연구의 목표는 단순히 황반변성 치료제 하나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다양한 안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이 입증된다면 난치성 포도막염, 망막정맥폐쇄, 치료제가 거의 없는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에게도 맞춤형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환자 수가 적어 치료제 개발에서 소외돼온 희귀 난치성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연구가 상용화되기까지의 일정과 과정이 궁금하다.

현재는 연구 초기 단계로, 향후 5년간의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우선 3년 안에 소형 동물 모델을 통해 기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예정이다. 이후 4~5년 차에는 토끼나 영장류 같은 중대형 동물을 대상으로 약물이 안구 내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실제 치료 효과는 어떤지 검증하는 전임상 단계를 거치게 된다. 갈 길이 멀지만,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직접 지켜봐온 만큼 속도감 있게 연구를 진행하려 한다.

황반변성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황반변성은 노화라는 자연스러운 흐름과 맞닿아 있지만,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해 충분히 진행을 늦출 수 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실천해야 할 것은 금연이다. 또 신선한 채소와 생선 위주의 지중해식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영양제 선택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흔히 루테인만 찾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대규모 임상 연구인 AREDS2에 따르면 루테인, 제아잔틴(zeaxanthin)뿐 아니라 비타민 C·E, 아연, 구리 등이 복합적으로 배합된 항산화 영양제가 중기 황반변성에서 후기로의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증상이 없더라도 50대부터는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 자신의 눈 상태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 시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