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추억의 멜로디와 붉은 욕망 사이

  • EDITOR. 황승경
  • 이미지 제공. ㈜케이티지니뮤직,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오디컴퍼니㈜

들어가는 글

여름의 공연장은 뜨거운 감정으로 채워진다. 뮤지컬 '그날들'은 익숙한 노래를 통해 잊고 있던 시간을 다시 불러내고, 뮤지컬 '드라큘라'는 죽음마저 넘어선 사랑의 욕망과 슬픔을 핏빛 무대 위에 펼쳐낸다. 하나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 쌓아온 기억의 무대이고, 다른 하나는 브램 스토커의 고딕 서사를 판타지 로맨스로 확장한 대형 뮤지컬이다. 서로 다른 이야기와 분위기를 지녔지만, 두 작품은 모두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가 끝내 놓지 못하는 사랑은 무엇이며, 한 사람의 마음을 오래 붙드는 기억은 어디에서 오는가.

노래가 기억을 깨우는 순간 뮤지컬 '그날들'

좁은 빛과 그림자가 인물 사이의 긴장과 비밀스러운 사건의 분위기를 드러낸다. 2014년 공연 사진.

뮤지컬 '그날들'이 2026년 여름 다시 관객을 만난다. 이번 공연은 3년 만의 복귀이자 일곱 번째 시즌이다. 2013년 초연 이후 누적 공연 600회 이상, 평균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은 한국 창작 뮤지컬을 대표하는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번 시즌은 KT지니뮤직과 함께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돌아와, 익숙한 감동 위에 또 다른 무대의 결을 더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1992년 청와대 경호실과 2022년 현재를 오가며 전개된다. 청와대 경호실에서 함께 일하던 정학과 무영은 성격은 다르지만 누구보다 가까운 동기다. 정학이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이라면, 무영은 자유롭고 유연한 성격을 지녔다.

두 사람은 때로 부딪히고, 때로 서로를 의지하며 같은 시간을 지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중 수교를 앞두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성을 보호하라는 비밀 임무가 내려진다. 그러나 중요한 날, 무영과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경호부장이 된 정학 앞에 또 다른 실종 사건이 벌어진다. 대통령의 딸 하나와 수행 경호원 대식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현재의 사건을 쫓는 과정에서 정학은 오래전 묻어두었던 기억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같은 장소, 비슷한 상황, 되풀이되는 불안 속에서 과거는 더 이상 지나간 시간이 아니게 된다. 이렇듯 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이면서도, 한 사람이 끝내 내려놓지 못한 후회와 그리움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2026 '그날들' 커넥트 현장- 유선호, 산들, 윤시윤, 박규원, 류수영, 최진혁, 김정현, 장유정(왼쪽부터).
2014년 공연 사진.

익숙한 노래가 새롭게 들릴 때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유는 이야기만큼이나 음악에도 있다. 공연 내내 김광석의 목소리로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은 노래들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다.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그날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사랑이라는 이유로' 같은 곡들은 이미 관객에게 익숙하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이 노래들은 단순한 추억의 배경음악에 머물지 않는다. 인물의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노래를 통해 흘러나온다.

그래서 관객은 노래를 들으며 줄거리를 따라가는 동시에, 자신의 시간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기억, 끝내 말하지 못한 마음,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인물들의 이야기와 겹쳐진다. 이 노래들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유명해서가 아니다. 꼭 필요한 장면에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같은 곡이라도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부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2026년 공연 트레일러 캡처. 사라진 사람과 남겨진 기억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예고한다.

이번 시즌의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정학 역에는 엄기준, 류수영, 최진혁, 김정현이 출연한다. 정학은 과거의 상처를 안은 채 현재를 지키는 인물이다. 배우에 따라 차갑고 단단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고, 감정을 삼키며 버텨온 사람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무영 역에는 박규원, 윤시윤, 산들, 유선호가 캐스팅됐다. 무영은 밝고 자유로운 인물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사라진 사람으로 기억되는 존재다. 생동감과 쓸쓸함을 동시에 품어야 하는 역할인 만큼, 배우마다 다른 무영을 만나는 재미도 클 것으로 보인다.

그녀 역은 이지수와 박새힘이 맡는다. 이름과 신원이 베일에 싸인 이 인물은 사건의 출발점이자 작품 전체의 비밀을 쥔 존재다. 여기에 운영관 역의 서현철, 이정열, 고창석을 비롯해 사서, 대식, 상구, 하나, 수지와 앙상블 배우들이 더해지며 청와대라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채운다. 경호실 특유의 긴장감, 인물들 사이의 유머, 과거와 현재를 잇는 멜로드라마가 어우러지며 이 작품은 무겁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 관객이 편하게 따라갈 수 있는 드라마로 완성된다.

결국 이 작품은 오래된 사건을 통해 지금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무대 위 인물들은 사라진 사람을 찾고, 관객은 노래 속에서 잊고 있던 감정을 다시 만난다. 올여름 '그날들'은 익숙한 멜로디와 탄탄한 이야기로 다시 한번 관객의 기억을 조용히 흔들어 놓을 것이다.

기본 정보

그날들 포스터
  • 공연 일정 2026년 6월 9일(화) ~ 2026년 8월 23일(일)
  • 공연 시간 화·수·목 19:30 / 금 14:30, 19:30 / 토·공휴일 14:00, 19:00 / 일 14:00 / 매주 월요일 공연 없음
  • 공연 장소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 러닝 타임 165분(인터미션 20분 포함)
  • 관람 등급 8세 이상 관람가
  • 예매 문의 NOL티켓 1644-2620, 티켓링크 1588-7890

핏빛 사랑이 다시 깨어나는 밤 뮤지컬 '드라큘라'

10주년 공연 사진(전동석). 붉고 푸른 조명이 교차하는 무대 위, 드라큘라가 묘비와 철문 사이에 홀로 서 있다.

뮤지컬 '드라큘라'가 2026년 여름 다시 관객을 만난다. 이번 공연은 3년 만의 귀환이자, 새로운 10년을 여는 여섯 번째 시즌이다. 2014년 한국 초연 이후 1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은 누적 관객 54만 명을 돌파하며 오디컴퍼니를 대표하는 메가 히트작으로 자리잡았다. 10주년 공연 이후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번 시즌은, 관객이 기다려온 판타지 로맨스의 강렬한 귀환이라 할 만하다.

이 작품은 브램 스토커의 소설을 바탕으로,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를 그린다. 죽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긴 시간을 건너온 드라큘라는 미나를 만나며 오래전 잃어버린 사랑의 기억을 다시 마주한다.

그는 인간의 시간 밖에 머무는 인물이지만,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 뜨겁고 절박하다. 미나는 현실의 삶과 알 수 없는 끌림 사이에서 흔들리고, 조나단과 반 헬싱, 루시를 비롯한 인물들은 각자의 사랑과 두려움, 신념 속에서 드라큘라의 세계와 맞선다.

죽음과 시간을 건너는 판타지 로맨스

이 작품의 매력은 단순히 흡혈귀라는 소재에만 있지 않다. 드라큘라는 어둡고 아름다운 고딕 판타지를 빌려, 사랑이 어디까지 사람을 붙들 수 있는지 묻는다. 드라큘라의 사랑은 숭고해 보이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한 사람을 향한 절대적인 마음은 깊은 헌신이 되기도 하고, 상대를 끝내 놓지 못하는 집착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그려내는 사랑은 달콤한 낭만에 머물지 않는다. 사랑은 구원이면서 저주이고, 기억이면서 상처이며, 끝내 벗어날 수 없는 운명처럼 무대 위에 남는다.

이 작품이 오래 사랑받아온 이유는 이 강렬한 서사를 무대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에 있다. 2014년 한국 초연 당시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을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논레플리카 방식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대본과 음악을 바탕으로 하되, 무대 디자인과 연출, 안무를 한국 프로덕션의 감각으로 다시 창조한 것이다. 특히 4중 턴테이블과 거대한 기둥들이 교차하는 무대는 인물의 심리와 장면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을 드라큘라의 어둡고 매혹적인 세계 안으로 끌어들인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도 이 작품의 힘을 완성하는 중요한 축이다. 그의 선율은 인물의 감정을 곧바로 끌어올린다. 드라큘라의 고독과 갈망, 미나의 혼란과 끌림, 인물들 사이에 놓인 긴장과 대립은 강렬한 넘버를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음악은 단순히 장면을 장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욕망과 두려움이 노래가 되는 순간, 관객은 인물의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무대는 보는 공연인 동시에,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는 경험이 된다.

주인공 드라큘라는 배우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연출한다. 김준수는 흰 셔츠와 붉은 머리, 강렬한 시선으로 욕망과 고독을 표현한다.
신성록은 푸른 어둠 속에서 차갑고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시즌의 캐스팅도 기대를 모은다. 드라큘라 역에는 신성록, 김준수, 전동석, 고은성이 이름을 올렸다. 드라큘라는 압도적인 존재감과 섬세한 감정선을 동시에 요구하는 역할이다. 배우에 따라 그는 차갑고 치명적인 존재로 보일 수도 있고, 긴 세월 동안 사랑을 잃고 방황해 온 외로운 인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미나 역에는 조정은, 박지연, 김환희가 캐스팅됐다. 미나는 드라큘라의 사랑을 다시 깨우는 인물이면서도, 현실의 삶과 운명적인 끌림 사이에서 흔들리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여기에 반 헬싱, 조나단, 루시를 비롯한 인물들이 더해지며 작품은 사랑과 복수, 욕망과 희생이 뒤엉킨 거대한 드라마로 확장된다.

결국 이 작품은 어둠 속에서 사랑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드라큘라는 괴물인가, 사랑을 잃은 자인가. 미나는 구원받는 인물인가, 스스로 선택하는 인물인가. 영원한 사랑은 아름다운 약속인가, 끝내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가. 이 질문들이 무대 위에서 음악과 빛, 피와 그림자, 격정적인 감정으로 되살아난다.

올여름 드라큘라는 다시 깨어난다. 붉은빛의 무대, 장대한 음악, 죽음을 초월한 사랑의 서사는 관객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이다. 그날들이 익숙한 노래로 잊고 있던 시간을 깨운다면, 드라큘라는 어둠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사랑의 열기를 보여준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올여름 공연장을 뜨겁게 채울 것이다.

기본 정보

빵야 포스터
  • 공연 일정 2026년 7월 10일(금) ~ 2026월 10월 18일(일)
  • 공연 시간 화·목·금 19:30 / 수 14:30, 19:30 / 토 14:00, 19:00 / 일 13:00, 18:00 / 매주 월요일 공연 없음
  • 공연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
  • 러닝 타임 165분(인터미션 20분 포함)
  • 관람 등급 14세 이상 관람가
  • 예매 문의 NOL티켓 1544-1555, 티켓링크 1588-7890, LG아트센터 서울 1661-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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