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심장이 보내는 위험 신호
운동 중 실신, 부정맥 의심해야

  • EDITOR. 박정연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들어가는 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주성 교수.

아이가 갑자기 가슴 두근거림을 호소하거나, 뛰어놀다 어지럽다며 주저앉는 일은 흔히 일시적인 컨디션 문제로 넘기기 쉽다. 하지만 쉬고 있는 상태에서도 심장이 갑자기 매우 빠르게 뛰거나, 흉통과 실신이 동반된다면 소아부정맥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부정맥은 흔히 성인 질환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태아기부터 신생아, 영유아, 청소년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한다. 증상이 짧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고, 어린아이일수록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해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일부 부정맥은 드물게 심장 급사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약물 치료부터 전극도자절제술, 냉각절제술 같은 시술, 수술까지 다양한 치료 방법이 확립돼 있어 정확한 진단만 이뤄지면 대부분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주성 교수를 만나 소아부정맥의 특징과 부모가 알아야 할 신호, 최신 치료 흐름에 대해 들어봤다.

소아부정맥은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

부정맥은 심장이 정상적인 리듬을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뛰는 상태를 말한다. 너무 빠르게 뛰는 빈맥, 너무 느리게 뛰는 서맥, 불규칙하게 뛰는 경우가 모두 포함된다. 흔히 성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신생아, 영유아, 청소년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하고, 태아 시기부터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소아는 연령에 따라 정상 심박수가 다르고, 부정맥의 종류와 경과도 성인과 차이가 크다.

성인 부정맥과는 어떻게 다른가?

가장 큰 차이는 발병 시점이다. 고령에서는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퇴행성 변화로 심방세동 같은 부정맥이 잘 생긴다. 반면 소아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의 전도 체계에 이상이 있어 부정맥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소아에서 가장 흔한 상심실성 빈맥도 사실은 출생 시점부터 그런 기질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다. 유전성 부정맥처럼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출생 전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모르고 방치하면 합병증 생길 수 있어

어린아이일수록 증상을 파악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 특히 학동기 이전 소아는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할 수 없기 때문에 부정맥이 있어도 보호자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신생아도 부정맥이 생길 수 있는데 말을 할 수 없으니 뒤늦게 발견된다. 보통은 잘 못 먹거나, 보채거나, 이유 없이 처지거나, 토하고 식은땀을 흘리는 등 비특이적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청진 과정에서 심박수가 너무 빠른 것이 확인돼 우연히 진단되는 경우가 흔하다. 보호자가 평소 아기의 심장 박동수를 확인하지 않으니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모르고 오래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부정맥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상심실성 빈맥 같은 경우 짧게 지나가면 특별한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 문제는 보호자가 모르는 사이에 며칠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그러면 심장 기능이 떨어지고 여러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신생아 부정맥은 더 오래 지속되고 약을 써도 잘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제때 발견해서 치료하면 대부분 원래 기능으로 회복된다.

응급실로 가야 하는 신호는 무엇인가?

심한 두근거림에 어지럼증이나 실신이 함께 나타나거나, 흉통과 호흡곤란이 동반되거나,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서 아이가 창백해지고 처지는 경우에는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운동 중 실신은 위험한 부정맥의 신호일 수 있어 반드시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가족 중 젊은 나이에 돌연사한 사람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꼭 알려야 한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기본은 심전도 검사다. 다만 부정맥은 증상이 나타날 때만 이상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아 진단에 한계가 있다. 몇 분 이내로 지속되는 부정맥이라면 증상을 느끼고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끝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정 시간 심장 박동을 기록하는 홀터 검사를 활용한다. 예전에는 24시간만 가능했는데, 요즘에는 패치 형태로 2주까지 측정할 수 있어 진단율이 많이 높아졌다. 그래도 그 사이에 증상이 없으면 잡히지 않는 한계는 여전히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추가로 시행하는 검사가 있나?

시술 단계로 가면 전기생리학 검사를 시행한다. 다리 정맥을 통해 전기 카테터 3~4개를 심장에 직접 넣어 심장의 전기 신호를 분석하는 검사다. 일반 심전도나 홀터 검사로는 한계가 있는 부정맥의 종류와 기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 검사로 원인 부위를 정확히 찾은 다음 시술로 치료에 들어간다.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크게 약물 치료와 시술로 나뉜다. 약물 치료는 근본적인 완치가 아니라 부정맥이 생길 가능성을 낮추는 예방 목적의 치료다. 그래서 부정맥이 있다고 모든 환자가 약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 체중, 부정맥 빈도, 한 번 발생했을 때의 지속 시간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근본적인 치료는 시술이다.

약물 치료에는 어떤 약이 쓰이나?

항부정맥 약제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소아에서 가장 흔히 쓰는 것은 베타차단제다. 그 밖의 여러 항부정맥 약제도 경우에 따라 사용한다. 약 선택은 단순하지 않다. 1세 미만에서는 쓰면 안 되는 약도 있고, 하루 복용 횟수, 가루약 조제 가능 여부, 간에서 대사되는지 신장에서 대사되는지 등에 따라 기저질환이 있는 아이에게 적합한 약이 달라진다.

시술은 어떤 환자에게 권하나?

상심실성 빈맥은 약물로 완치되지 않고,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없어지지도 않는다. 시술을 해야 완치가 되는 질환이다. 다만 발생 빈도, 지속 시간, 환자가 얼마나 불편해하는지에 따라 시술 시점을 결정한다. 보통 체중이 20~30kg을 넘기면 시술을 권장하지만, 한두 살이라도 증상이 너무 심하면 위험을 감수하고 시술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시술 방법을 설명해달라.

현재는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과 냉각절제술, 두 가지를 주로 한다.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은 고주파로 열에너지를 가해 문제가 되는 부위를 소작하는 방식이다. 냉각절제술은 반대로 조직을 영하 70~80도까지 냉각시켜 병변을 만드는 방식이다. 시술은 보통 정맥 수면마취로 진행한다.

소아 흉부외과와 협업으로 수술도 가능

냉각절제술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이라고 들었다.

맞다. 전극도자절제술은 열로 조직을 비가역적으로 손상시킨다. 만약 정상 전도로 같은 심장의 중요한 부위에 손상이 가면 되돌릴 수 없다. 반면 냉각절제술은 가역적으로 작용한다. 에너지 적용 중 전도 장애 등 주변 조직 손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 즉시 중단해 영구 손상 전에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전한 시술이라는 의미다. 다만 재발률은 전극도자절제술보다 다소 높다. 그래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위험한 부위에 시술이 필요할 때 냉각절제술이 좋은 선택지가 되는 식이다. 대부분의 시술은 여전히 전극도자절제술로 이뤄진다.

이주성 교수는 "신생아 부정맥은 약을 써도 잘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제때 발견해서 치료하면 대부분 원래 기능으로 회복된다"고 말했다.

최근 주목하는 차세대 시술이 있다면?

가장 각광받는 것은 펄스장 절제술이다. 성인 심방세동 치료에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유럽 등 외국에서는 이미 활발히 쓰이고 있고, 국내에서도 올해 5월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되면서 시술 횟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펄스장 절제술은 태우거나 얼리는 방식이 아니라, 짧은 전기 자극으로 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 조직만 비교적 선택적으로 손상시키는 방법이다. 그래서 식도, 혈관, 신경 같은 주변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는 성인 심방세동에만 쓰이지만, 소아의 상심실성 빈맥이나 심실 빈맥 치료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외국에서 진행 중이다.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아부정맥 치료에서도 하나의 옵션이 될 것으로 본다.

완치 개념은 어떻게 봐야 하나?

상심실성 빈맥의 경우 시술 후 전기생리학 검사에서 더 이상 부정맥이 유발되지 않으면 시술이 성공한 것으로 본다. 다만 시술 후 오랜 기간이 지난 뒤에도 재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재발하더라도 다시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큰 장점은 효과가 비교적 명확하다는 점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의 진료 체계에서 강점은 무엇인가?

소아 흉부외과 의료진이 있어 필요하면 바로 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부정맥 치료가 시술이나 약물로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1세 영아에게 심박동기를 삽입해야 할 경우 가슴에 넣을 공간이 부족해 배에 넣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성인은 시술로 끝나지만, 어린아이는 수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경우 소아 흉부외과 의사와 상의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끝으로 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소아 심장병이라고 하면 너무 무겁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정맥이든 선천성 심장병이든, 요즘은 대부분 치료를 받으면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진단 기술도 좋아졌고, 시술과 수술 모두 예후가 많이 개선됐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의심되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미루지 말고 전문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