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강경으로 잇고 로봇으로 봉합
작은 생명의 내일을 연다
- EDITOR. 김건희
- PHOTO. 지호영
들어가는 글

저출생 시대에 한 아이의 탄생은 가족을 넘어 사회의 미래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모든 아이가 건강한 몸으로 세상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식도와 위가 이어지지 않아 첫 수유부터 호흡 곤란을 겪는 아이가 있고 담즙이 지나가는 길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채 태어나는 아이도 있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에게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은 부모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 순간 아이 곁에서 진단과 수술과 회복을 함께 책임지는 진료과가 소아외과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외과 오채연 교수는 담도폐쇄증과 선천성 담관낭종, 식도폐쇄증, 소아 탈장, 선천성 항문직장 기형 등 소아 선천성 질환과 복부·흉부 외과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무흉터 단일공 수술센터에서도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 오 교수를 만나 선천성 기형의 진단과 치료 과정, 식도폐쇄증과 담관낭종 수술, 그리고 소아외과 의료진이 지켜가는 마음에 대해 들어봤다.
선천성 기형에는 어떤 질환들이 있나?
선천성 기형은 말 그대로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형을 뜻한다. 소아외과에서는 흉부, 복부, 골반 부위에 생긴 문제 가운데 외과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을 주로 다룬다. 대표적으로 식도가 막혀 있는 식도폐쇄증이 있고, 담즙이 지나가는 길이 막히는 담도폐쇄증, 담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담관낭종도 있다. 항문이 막힌 쇄항, 횡격막탈장, 소장폐쇄도 소아외과에서 치료한다. 서혜부 탈장 역시 넓게 보면 선천성 기형에 속한다.
식도폐쇄증이나 담관낭종 같은 선천성 기형은 왜 발생하나?
소아외과에서 만나는 선천성 기형은 대부분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엄마나 아빠의 잘못으로 생기는 병은 절대 아니다. 대개 임신 4주에서 10주 사이, 아주 미세한 발달 이상이 생기며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많은 산모가 임신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시기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우연한 요소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보는 만큼 부모들이 죄책감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계기로 진단되나?
식도폐쇄증은 태아가 삼킨 양수가 위장으로 내려가지 못해 산모에게 양수과다증이 나타나거나, 산전 초음파에서 태아의 위장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의심할 수 있다. 출생 후에는 입에서 위까지 입위관을 넣어보는데, 관이 위까지 들어가지 않으면 가능성이 높다. 담관낭종은 태아 때부터 담관이 늘어난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출생 후 서서히 늘어나면서 발견되기도 한다. 황달이나 복통이 나타나면 복부 초음파나 MRI로 담관 모양을 확인해 진단한다.
신생아 수술은 의학적 판단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수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부모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오 교수는 산전 진단 단계에서 산모를 만나면 예상되는 질환과 출생 후 검사 과정, 수술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한다고 했다. 실제 수술을 받은 아이가 지금 몇 살이 됐고 어떻게 지내는지도 함께 들려준다. 그는 "소아외과 질환은 수술이 잘되면 아이가 문제없이 자라는 경우가 많아, 구체적인 사례가 보호자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첫 수유에서 드러나는 식도폐쇄증 신호
식도폐쇄증은 어떤 증상으로 처음 발견되나?
식도폐쇄증은 산전 진단을 받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산전 진단이 쉽지 않은 질환이기도 하다. 식도가 막혀 있기 때문에 아이가 침을 삼켜도 위장으로 내려가지 못한다. 그 결과 침이 입안에 고이고 넘치면서 거품이 많이 생긴다. 수유를 하면 사레가 들고 숨을 잘 쉬지 못할 수 있으며,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나 빠른 호흡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이가 수유 중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이상 신호로 판단해야 한다.
식도폐쇄증은 진단 후 어떤 과정을 거쳐 수술로 이어지나?
우선 식도가 막힌 부위까지 작은 관을 넣고 침을 계속 흡인해 아이가 안정적으로 숨 쉴 수 있도록 돕는다. 이후 수술 전에는 동반 기형과 심장 기형 여부를 확인한다. 이는 마취 위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큰 문제가 없으면 보통 출생 후 3일 안에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식도와 기관지 사이의 비정상 통로인 기관식도누공을 막고, 위쪽 식도와 아래쪽 식도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이 잘 이뤄지면 아이는 이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신생아 식도폐쇄 수술에 적용되는 흉강경 수술은 어떤 장점과 한계가 있나?
흉강경 수술은 가슴을 크게 열지 않고 작은 구멍을 통해 카메라와 기구를 넣어 시행하는 방식이다. 신생아의 흉강은 매우 좁아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공간에서 수술한다고 보면 된다. 이 수술은 개흉 수술에 비해 흉곽 변형과 근육 손상을 줄일 수 있고, 회복이 빠르며 미용적인 장점도 있다. 반면 수술 난도는 매우 높다. 아이가 작을수록 더 어렵고, 환자를 신중하게 선별해야 한다. 또 마취과와 신생아중환자실팀이 아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하므로, 외과 의사 한 사람의 기술만으로 가능한 수술은 아니다.
담관낭종은 왜 반드시 수술해야 하나?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담관을 그대로 두면 담관염이 생길 수 있고 췌장염이 반복되기도 하며, 담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가 지속되면 간이 섬유화돼 딱딱해질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담도암 위험도 높아진다. 증상이 없는 신생아라도 수술 시기를 정해 치료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상 생후 3개월에서 6개월 사이 수술이 권고되며,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이 시기에 수술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수술 이후까지 함께 보는 소아외과
수술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가장 어려운 과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담관낭종을 주변 장기를 다치지 않게 완전히 떼어내는 일이다. 담관이 위치한 간문부는 간문맥과 간동맥, 십이지장, 췌장 가까이 있어 해부학적으로 매우 복잡하다. 염증이 지나간 뒤에는 주변 조직과 유착이 생겨 손상 없이 박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두 번째는 재건 과정이다. 담관낭종을 제거한 뒤 남은 작은 담도에 소장을 연결해야 하는데, 소아는 담도가 작아 복강경 봉합이 특히 까다롭다. 담관낭종 수술과 식도폐쇄증 수술은 소아외과 수술 가운데서도 난도가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소아 담관낭종 수술에서 로봇수술은 어떤 경우에 도움이 되나?
소아에서 로봇수술은 복강경 수술의 한계를 일부 보완할 수 있는 도구다. 소아 복강경 수술은 3㎜ 기구로도 가능하지만, 로봇수술은 최소 8㎜ 절개와 더 넓은 수술 공간이 필요해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다만 3차원으로 확대된 시야를 제공하고 기구가 관절처럼 움직여 정밀한 봉합에 강점이 있다. 담관낭종 수술처럼 작은 담도와 장을 정확히 이어야 하는 수술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아주 작은 아이는 수술 공간 확보가 어렵고 비용 부담도 있어, 환자의 체중과 질환 상태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에서는 소아외과 환자를 어떻게 협진하나?
산전 진단에서 선천성 기형이 강하게 의심되면 산부인과에서 산모를 의뢰한다. 출산 전 상담을 통해 예상 질환과 출생 후 검사, 수술 방법을 설명하고 실제 수술받은 아이들의 사례도 함께 전한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고, 수술 전에는 신생아팀과 영상의학과, 소아외과가 함께 다학제 회의를 연다. 영상 검사를 토대로 수술 전 관리, 수술 방식, 수술 후 관리 방향을 논의한다. 산전 상담부터 수술 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긴밀한 협진 체계가 중요한 이유다.
수술 후에는 어떤 추적 관리가 이뤄지나?
수술이 끝났다고 치료의 전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식도폐쇄증과 담관낭종은 평생 추적 관찰이 필요한 질환이다. 수술이 잘됐더라도 후유증이 드물게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식도폐쇄증은 식도협착이 생길 수 있어, 아이가 밥을 잘 먹는지와 삼킴에 어려움은 없는지를 꾸준히 살펴야 한다. 담관낭종은 연결 부위 협착이나 드문 종양 발생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음파 검사를 1~2년에 한 번 정도 시행하며 장기적으로 경과를 본다.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오래 지켜보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
수술을 받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다시 외래를 찾는 순간이다. 담관낭종 수술을 받은 아이가 몇 년 뒤 초등학교에 입학한 모습으로 외래에 오거나, 여러 차례 수술을 견뎌낸 미숙아가 잘 걷고 말하며 성장한 모습을 확인할 때 소아외과 의사로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소아외과는 아이가 아픈 순간만 마주하는 진료가 아니라, 회복하고 자라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일이기도 하다. 한 번의 정확한 수술로 아이가 먹고 자라고 학교에 가며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