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산 위험 큰 쌍둥이 수혈증후군
조기 진단·내시경 수술로 두 생명 지킨다

  • EDITOR. 김건희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들어가는 글

고려대 안산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장 산부인과 김호연 교수.

일란성 쌍둥이 임신은 두 생명을 함께 품는 기쁨과 동시에 각별한 관찰이 필요한 고위험 임신이기도 하다. 특히 태반을 하나만 공유하는 경우 발생하는 쌍둥이 수혈증후군(Twin-to-Twin Transfusion Syndrome, TTTS)은 두 태아 사이의 혈류 균형이 무너지며 생존까지 위협하는 중증 합병증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장인 산부인과 김호연 교수는 "쌍둥이 수혈증후군은 두 태아 모두 심각한 위험에 놓이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쌍둥이 수혈증후군은 태반을 하나만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에게서 발생한다. 원래 한 태아는 하나의 태반을 통해 자라지만, 단일융모막 쌍둥이의 경우 태반 안에서 혈관을 함께 쓰게 된다. 이때 혈관 연결이 비정상적으로 형성되면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혈액이 계속 이동한다. 한 태아의 혈액이 다른 태아에게 지속적으로 넘어가는 구조가 생기는 것이다.

이 경우 혈액을 보내는 태아는 양수가 줄고 성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반대로 혈액을 받는 태아는 양수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심장 부담이 커진다. 김 교수는 "한쪽만 힘든 상황이 아니다. 피를 주는 태아와 받는 태아 모두 심각한 위험에 놓인다"며 "뇌를 포함한 신경학적 손상까지 생길 수 있고 생사를 오갈 수 있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혈류 불균형이 부르는 위험 신호

쌍둥이 임신 자체도 조산, 임신성 고혈압, 임신성 당뇨 같은 합병증 위험이 크다. 그중 단일융모막 쌍둥이는 이융모막 쌍둥이에 비해 합병증 위험이 더 높다. 쌍둥이 수혈증후군은 두 태아 사이의 혈류 균형이 무너지는 질환이어서 위험성이 더욱 크다. 한쪽 태아는 혈액을 빼앗기고, 다른 한쪽 태아는 혈액을 과도하게 받는다. 시간이 지나면 성장 장애와 심장 부담이 함께 진행된다.

임신부에게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혈액을 받는 태아 쪽의 양수가 많아지면 임신 주수에 비해 배가 지나치게 불러온다. 김 교수의 설명처럼 임신 20주 정도인데도 만삭처럼 배가 커지거나, 숨쉬기 어려워 앉아서 자야 할 정도로 불편해지는 경우도 있다. 복부 팽만이 심해지면 조기 진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쌍둥이 수혈증후군은 일정 확률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다만 최근 다태임신 증가 추세는 함께 살펴봐야 할 배경이다. 난임 시술과 고령 임신이 늘면서 다태임신 자체가 증가했고, 한 배아 이식 뒤 배아가 분할되며 쌍둥이 임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었다. 김 교수는 "쌍둥이는 대중매체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지만, 의학적으로는 여러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며 "임신부와 가족에게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태아 출생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이 질환에 대한 의료적 관심을 높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2025년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 ISSUE&FOCUS에 따르면 국내 전체 출생아 수는 2000년 64만89명에서 2023년 23만28명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다태아 출생은 1만768명에서 1만2,622명으로 늘었다.

최근 보조생식술의 활용이 증가하면서 다태임신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다배아이식에 따른 이융모막 쌍둥이의 증가뿐 아니라, 자연임신에 비해 높은 단일융모막 쌍둥이 발생률 또한 임상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쌍둥이 수혈증후군은 태반을 하나만 공유하는 단일융모막 쌍둥이의 약 10~15%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에서도 최근 쌍둥이 임신 증가가 진료 현장에서 체감된다. 김 교수는 "분만의 8~9%가 다태임신"이라고 말했다.

쌍둥이 수혈증후군은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늦게 발견되면 치료 시기를 놓쳐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기에는 초음파에서 질환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어, 임신 1분기에 태반을 하나만 공유하는 단일융모막 일란성 쌍둥이인지 확인하는 일이 우선이다.

김 교수는 "단일융모막 쌍둥이로 확인되면 2주에 한 번 정도 초음파를 보면서 한쪽 태아의 양수가 줄고 다른 쪽 태아의 양수가 늘어나는지, 방광이 보이는지, 도플러 혈류에 이상은 없는지를 반복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부가 비교적 일찍 느낄 수 있는 신호는 배가 임신 주수에 비해 지나치게 빨리 불러오는 느낌이다. 실제로 임신 12~14주 무렵부터 배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뚜렷한 자각 증상은 많지 않아 증상만으로 판단하면 발견이 늦어질 수 있다. 특히 한 태아의 양수가 거의 없으면 양막이 밀착돼 보여 초음파로 구분하기 쉽지 않은 만큼, 경험 많은 의료진의 반복적인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

레이저 수술로 막는 비정상 혈류

쌍둥이 수혈증후군은 킨테로 병기(Quintero staging system)에 따라 1~5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두 태아 사이에 양수량 차이가 생긴 상태이고, 2단계는 혈액을 보내는 태아의 방광이 초음파에서 보이지 않는 단계다. 3단계는 도플러초음파에서 혈류 이상이 확인되는 경우, 4단계는 태아수종이 생긴 상태, 5단계는 한쪽 또는 양쪽 태아가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병기가 항상 1단계에서 2단계, 3단계로 차례차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1단계에서 갑자기 3단계나 4단계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며 "병기가 낮다고 안심할 수 없고, 변화 속도를 자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 방향은 병기와 임신 주수, 태아 상태를 함께 고려해 결정한다. 1단계에서는 경과를 관찰하거나 양수감압술을 시행할 수 있다. 다만 병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어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2단계부터는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하며, 대표적인 방법이 태아 내시경 레이저 수술이다.

태아 내시경 레이저 수술은 임신부의 복부와 자궁에 약 3~5㎜ 크기의 작은 통로를 만든 뒤 태아 내시경 카메라를 자궁 안으로 넣어 시행한다. 이후 태반 표면에서 두 태아의 혈관이 만나는 부위를 찾아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혈관을 레이저로 지져 차단한다. 김 교수는 "한쪽 태아에서 다른 쪽 태아로 계속 혈액이 이동하는 길을 차단하면 두 태아가 각각 더 안정적으로 혈류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필요할 경우 과도하게 많아진 양수를 줄여 자궁 안 환경을 안정시키기도 한다.

수술 시기도 중요하다. 태아 내시경 레이저 수술은 보통 임신 16~26주 사이에 시행한다. 16주 이전에는 자궁과 태아가 너무 작아 유산이나 조산 위험이 크다. 반면 26주가 지나면 태아가 커지고 생존 가능성이 증가하며 연결된 혈관도 굵어져 수술 중 혈관 손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 시기 이후에는 조산을 포함한 다른 치료 전략과 비교해 수술 이점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조기 진단과 적절한 전원 시기가 맞아야 한다. 김 교수는 "임신부가 병원에 도착한 시점과 수술 가능한 임신 주수가 치료 결과에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에는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레이저 수술로 큰 혈관 연결을 소작해도 아주 미세한 혈관이 남을 수 있고 재발 가능성도 있다. 김 교수는 "수술 후 20~30% 정도에서는 TAPS라고 부르는 쌍둥이 빈혈-다혈구증 연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TAPS는 미세한 혈관 연결을 통해 한쪽 태아는 빈혈을 보이고 다른 태아는 혈색소가 올라가는 상태다. 의료진이 초음파와 도플러검사를 통해 두 태아의 혈류 상태와 빈혈 여부를 살피는 이유다.

태아 내시경 레이저 수술은 자궁에 접근하는 침습적 치료이기 때문에 감염과 조기양막파수 그리고 조기진통 위험도 있다. 김 교수는 "수술 후에는 1~2주 정도 입원해 관찰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출산 전까지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산부인과와 신생아 치료팀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해진다.

고려대 안산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는 고위험 임신부 전용 입원실과 신생아중환자실, 분만실, 수술실을 연계해 운영한다. 출산 직후 신생아에게 집중 치료가 필요하면 소아청소년과 신생아팀이 즉각 대응할 수 있다. 마취과와 소아외과, 소아심장, 소아신경 등 관련 진료과 협진도 함께 이뤄진다.

2025년에는 의료진용 전원 의뢰 애플리케이션인 고려대 안산병원 권역모자센터 현황 관리 시스템도 개발했다. 지역 의료기관이 24시간 전원 의뢰를 할 수 있고 병원 내부에서는 고위험 임신부 현황을 관련 진료과가 함께 확인하며 신속하게 공유한다.

김 교수는 "고려대 안산병원은 경기 서남권에서 고위험 임신부와 신생아를 책임지는 거점 병원"이라며 "지역 산부인과와 오랫동안 협력해 왔고 고위험 환자가 신속하게 전원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고 말했다. 병원 전체 분만 중 고위험 분만 비율은 약 80%에 이른다.

고위험 임신부의 범위는 넓다. 35세 이상 고령 임신부와 다태임신 임신부 그리고 고혈압, 당뇨, 조산, 전치태반 같은 질환을 가진 임신부가 포함된다. 최근에는 고위험 임신부 비율 자체가 늘고 있다. 김 교수는 "전국적으로 10년 전에는 고위험 임신부가 약 15%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30%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며 "고령 임신과 난임 시술 증가라는 사회 변화가 진료 현장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역모자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 지원 아래 협력병원 네트워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네트워크에 포함된 병원은 물론 인근 지역 산부인과와도 긴밀하게 협력한다. 병상과 인력이 가능하면 전원 요청을 최대한 수용하고 치료가 끝난 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환자는 다시 지역 병원으로 회송하는 체계도 운영한다.

임신부 잘못으로 생기는 질환 아냐

김호연 교수는 "쌍둥이 수혈증후군은 임신부나 가족의 잘못으로 생기는 질환이 아니므로 자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위험 임신 진료는 한 병원만 잘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지역 산부인과가 위험 신호를 빨리 발견하고 권역모자의료센터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순환 구조가 임신부와 태아의 안전을 지키는 기반이 된다. 쌍둥이 수혈증후군을 진단받은 임신부와 가족은 큰 불안과 죄책감을 느끼기 쉽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쌍둥이 임신은 큰 기쁨인데 합병증을 진단받으면 임신부와 가족이 많이 놀라고 불안해한다"며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하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쌍둥이 수혈증후군은 임신부나 가족의 잘못으로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김 교수는 "그런 자책은 임신부에게도 태아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조기에 태반이 하나인 쌍둥이인지 확인하고 상급종합병원에서 빨리 진료를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둥이 수혈증후군이 발생하더라도 태아 내시경 레이저 수술을 시행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김 교수는 "한 태아가 생존할 확률은 수술 후 약 90%이며 두 태아 모두 생존할 확률도 70~80% 정도다"라며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위험 임신과 분만을 담당하는 의료진에게 산과 진료는 늘 긴장과 책임이 따르는 영역이다. 김 교수는 "산과는 24시간 대기가 필요하고 법적 부담도 큰 분야"라며 "그럼에도 의료진은 생명을 지키는 기쁨과 자부심으로 현장을 지킨다"고 말했다.

임신부 상태도 좋지 않고 태아나 신생아 상태도 좋지 않을 때는 의료진의 마음도 무겁다. 그러나 많은 아이가 치료를 거쳐 건강하게 태어난다. 김 교수는 "28주에 양막이 터져 오랜 기간 입원했던 임신부가 34주에 아이를 낳고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잘 마친 뒤 몇 년 후 건강하게 자라 병원을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며 "그때 인사하는 아이를 보면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권역모자의료센터 구성원들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일한다"는 김 교수는 "힘든 분야지만 작은 생명이 건강하게 세상에 나오는 순간을 함께 만든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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