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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간이식 현장

"나 살아야겠다. 간 좀 주라. 누가 줄래?" 드라마 '왜 그래 풍상씨'의 한 장면이다.
가족 중 누가 간을 기증하느냐가 관전 포인트. 이처럼 장기이식은 환자에게 새 삶을 전하는 반면 필연적으로 가족이나 타인의 희생을 수반한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최근 구로·안암·안산병원은 '간이식 통합진료팀'을 창설하고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에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간이식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몸의 오른쪽 상복부에 위치한 간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담즙산 및 빌리루빈,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와 호르몬의 대사 작용과 해독·살균 작용을 담당하는 장기다. 내부 장기 중 유일하게 간은 일부를 잘라내도 3개월 정도면 비슷한 크기로 재생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신장에 이어 두 번째로 살아 있는 사람 사이의 이식(생체이식)이 활발한 편이다. 국내 간이식의 70% 이상이 생체이식에 해당한다. 생체 간이식은 법적으로 19세 이상인 장기기증자(living donor)가 부부,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 4촌 이내 친족 및 타인에게만 기증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가족 구성원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는 드라마 소재로 간이식이 인기를 얻는 이유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간이식은 드라마만큼 흔한 수술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국내 간이식은 2017년 1,482건, 2018년에는 1,475건이었다. 전국 의료기관 수술의 합계임을 감안하면 높은 건수는 아니다. 고대구로병원 이식혈관외과 박평재 교수는 "국내에서 간이식 수술은 뇌사자 이식과 생체이식을 합쳐 1,000여 건 내외로 이뤄진다. 주요 상급종합병원에서 대부분의 수술을 담당하기 때문에 아주 보편화된 수술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이식혈관외과 박평재 교수는 "간이식 수술은 수술 자체도 어렵지만 수술 전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말기 간질환 환자에겐 마지막 치료법

간이식은 말기 간질환 및 간경화, 간세포암, 대사성 질환 등 각종 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서 필요한 치료법이다. 특히 간세포암 환자들은 대부분 기저 간질환을 동반하고 간경화가 진행된 경우가 많아 수술 등 치료 후 간부전 발생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기저 간질환으로 간경화를 동반한 간세포암 환자, 말기 간질환 환자, 대사성 질환 환자에게 간이식이 시행된다. 말기 간질환 환자의 마지막 치료법인 만큼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외과 수술 중에서도 최고난도로 여겨진다. 박 교수는 "간이식은 단연코 가장 고난도의 큰 수술 중 하나다. 이식 전문 의료진과 시설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병원들이 주로 맡는다"며 "수술 자체도 어렵지만 환자의 상태가 대부분 중증이고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어 수술 전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국내 간이식 분야 의료 수준은 훌륭한 편이다. 생체 간이식의 경우 1년 생존율이 90%이상, 5년 생존율도 80%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1년 생존율을 의미 있게 보는 이유는 이식 이후 1년이 가장 변화가 많기 때문이다. 암이나 여타 중증질환에서 흔히 5년 생존율을 사용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간이식 수술 이후 1년까지 면역 거부반응이 활발하고, 감염이나 합병증 위험도 높게 나타나 가장 많은 주의가 요구되지만, 1년 이후에는 대부분 상태가 완만하게 유지된다.

동일 혈액형 아니어도 이식 가능

생체 간이식의 시행 여부는 현실에서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드라마와 달리 가족 중 한 명이 기증에 나서더라도 고려할 점이 많다. 우선 기증자의 건강 상태, 수혜자(환자)와 기증자의 이식 적합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 이상적인 기증자는 건강하며 체중과 혈액형이 적합하고, 간의 구조와 기능이 정상이어야 한다. 최근에는 혈액형이 동일하지 않아도 기증이 가능하다. 혈액형이 맞지 않으면 면역 거부반응에 따른 장기 손상 등이 우려됐으나 혈액형에 대한 항체를 줄이기 위한 단클론 항체 치료, 혈장교환술, 면역억제요법 등의 발전으로 국내에서는 2007년 이후 혈액 부적합 간이식 성적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이식혈관외과 박평재 교수.

간의 크기도 중요하다. 기증하는 생체 부분 간의 무게는 수혜자 체중의 1% 이상 되는 것이 합당하며, 최소 0.8% 이상은 돼야 한다. 물론 간의 기증이 기증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수준을 충족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증자는 기증 시 정상 간 용적의 30% 이상 남겨둬야 하고, 1명의 수혜자에게 1개 이식편(부분 간)을 이식한다. 그러나 기증자의 간 비율이 부적합하거나 수혜자의 체구 등의 차이로 2명의 기증자로부터 각각 부분 간을 기증받아 1명의 수혜자에게 동시 이식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별로 간의 구조와 용적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의료진의 면밀한 진단과 상담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기증자의 자발성과 순수성이다. 간은 일부분을 잘라내도 3개월 만에 원래 크기의 80~90% 이상 재생되는 장기다. 다만, 기증 후유증이나 부작용의 가능성이 없지 않고, 간 기증은 평생 단 한 번만 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 의료진도 기증자의 자발성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다룬다. 박 교수는 "과거 국내 간이식 초창기에는 유교적 문화 등의 영향으로 떠밀리듯 간이식을 결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장기이식은 기증자 본인의 순수한 결정이 담보돼야 한다"며 "장기이식은 굉장히 철학적인 영역이다. 의료진도 장기 기증에 앞서 기증자에게 적절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증자의 기증 의사를 이중삼중으로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증자는 엄밀히 말하면 환자가 아니다. 기증자는 완전하게 건강해야 할 사람이고, 누군가의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타인의 건강을 해치는 상황은 도덕적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기증자의 건강에 대해서는 충분히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술 후 평생 면역억제제 사용

간이식은 매우 큰 수술인 만큼 수혜자도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식 수술을 할 때 새로운 장기로 바꾸어 넣는 과정에서는 막혔던 혈관이 다시 소통하면서 일어나는 조직 손상이 심장이나 폐에 부담을 주게 된다. 이러한 조직 손상은 수술 중 사망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심폐 기능이 매우 약한 환자에게는 간이식을 할 수 없다. 또 이식 이후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면역억제제의 사용 또한 감염성 합병증이나 종양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므로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지 적절한 평가와 이에 따른 이식 전 관리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만성간질환 등으로 병원 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본인의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다. 환자의 건강 상태가 어떠한지, 왜 간이식이 필요한지, 이식 이후 알아야 할 점 등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드린다"며 "간이식 수술 후 회복기간은 수술 전 상태가 좌우한다. 컨디션이 괜찮은 환자들의 경우 수술 3~4주 이내에 퇴원하지만 투석기간, 간성혼수 전력 여부 등에 따라 회복기간은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최근 고대의료원은 기존 구로·안암·안산병원에서 독립적으로 진행해온 간이식 프로그램을 하나로 일원화해 '간이식 통합진료팀'을 창설했다. 고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의 인적 교류 및 학술적 교류를 통해 간이식 분야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3개 병원 통합 최고의 수술과 안전한 회복 보장

박 교수는 "3개 병원 어디에서든 가장 높은 수준의 간이식이 가능하도록 간이식 수술팀을 최적의 인력으로 구성했다. 전문 의료진이 치료 프로토콜을 공유하고 수술을 할 때도 협력하고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간이식 건수로 경쟁하는 병원이 아니라 정교한 수술과 환자의 안전한 회복을 목표로 하는 병원을 지향한다"며 "일례로 생체 간이식의 경우 세 개 병원 합쳐 일주일에 한 번만 하는 원칙을 정했다. 높은 이식 성공률을 위해서는 이식 전후 환자 관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은 오롯이 간이식 환자 1명에게 최선을 다해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간이식 수술 이후에는 수혜자와 기증자 모두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식 이후에는 간기능 및 거부반응 평가, 이식수술과 관련된 합병증 등을 모니터링한다. 혈액검사의 경우 퇴원 후 1년 동안은 보통 1~2개월에 1회, 1년 이후에는 3~6개월에 1회 시행하고, 영상검사는 6~12개월에 1회 시행하는데 개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영양 공급도 중요하다. 간의 원활한 재생과 회복을 위해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되 건강보조식품이나 보양식, 진액, 음주같이 간에 부담을 주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간이식 수술 전 면역억제제 복용 등으로 감염에 취약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수혜자의 경우 개인위생에 철저히 신경 써야 한다.

  • EDITOR: 전미옥
  • PHOTO: 김성남,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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