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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TRAVEL

세상의 모든 블루, 몰타

해안가 도시 어디에서나 환상적인 물빛을 만날 수 있는 몰타.

몰타는 작은 나라다. 공화국을 구성하는 6개 섬을 모두 합쳐도 제주도 면적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처럼 작은 나라 몰타가 거느린 모든 것들은 풍성하다.
몰타를 둘러싼 지중해는 넉넉하게 푸르고, 날씨는 모자람 없이 화창하며,
문화 유적은 측량할 수 없을 만큼 웅숭깊다. 옹골진 섬나라 몰타에 다녀왔다.

골목을 이루는 풍경

몰타는 미지의 나라다. 어디에 붙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인지도가 훨씬 높은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을 기준 삼으면 남쪽으로 약 90km 떨어져 있다. 몰타는 오로지 섬으로만 이뤄져 있다. 몰타(Malta), 고조(Gozo), 코미노(Comino)를 비롯한 6개의 섬이다. 수도인 발레타(Valletta)는 몸집이 가장 큰 몰타섬에 있다.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는 날씨의 축복을 넘치도록 받는다. 연간 300일 이상 하늘은 맑고, 눈부신 햇살이 내리쬔다.

'태양의 나라'라는 별칭도 그래서 얻었다. 한여름에는 가끔 기온이 40℃를 웃돌지만 습도가 낮아 그늘로 몸을 피하면 금세 시원함이 느껴진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몰타섬에 숙소를 정한다. 느긋하게 머물며 이웃 섬인 고조와 코미노를 당일치기로 다녀온다. 몰타섬의 숙소는 보통 해안도시에 몰려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발레타 맞은편에 자리한 슬리에마(Sliema)다. 호텔뿐만 아니라 상점과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고조와 코미노를 돌아보는 페리가 출발하는 곳이라 많은 여행자들이 북적인다.

슬리에마의 한 호텔에서 묵을 때, 숙소를 몇 발짝 벗어났더니 탁 트인 지중해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곳에서 바라본 바다는 비교적 다소곳했다. 물살은 활발하게 내뻗지 않았고, 파도는 으르렁거리지 않았다. 먼바다에서 죽 잇따라 흘러와 석회암 해변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누군가는 바위에 비스듬히 누워 책장을 넘겼고, 또 누군가는 바위에 엉덩이를 붙인 채 낚싯대를 드리웠다. 그늘에 몸을 묻고 혼곤한 잠 속으로 빠져드는 이들도 있었다.

몰타 최고의 전망대로 일컬어지는 발레타의 어퍼 바라카 가든은 지중해를 굽어보기 좋은 장소다. 높은 지대에 탐스러운 정원을 꾸며놓았는데, 가장자리에 서면 고요한 바다와 천연의 항구, 그리고 건너편 도시들인 쓰리 시티(Three Cities)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중해와의 밀착 만남을 원한다면 곤돌라 탑승을 추천한다. 직접 타본 몰타의 곤돌라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배 양쪽에 묶인 노는 장식용에 불과했고, 실제 배를 움직이는 것은 인공 모터였다. 사공이 노를 젓지도, 유창하게 가곡 한 자락을 뽑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육중한 유람선보다 훨씬 운치가 있었다. 수면에 바짝 붙은 배에서 낮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일요일 아침의 늦잠처럼 평화로웠다.

몰타의 옛 수도인 임디나의 성 바울 성당.
섬세하게 조각된 다양한 여인상을 전시한 발레타의 국립고고학박물관.
이탈리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몰타에는 피자집이 많다.
임디나의 골목, 골목을 돌아보는 마차 투어.

발레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물이 초기 바로크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성 요한 대성당이다. 벽면 전체가 금과 은으로 장식된 내부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17세기 바로크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카라바조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국립고고학박물관은 신석기시대의 유물을 전시한다. 다산의 상징으로 보이는 뚱뚱한 여인상과 풍만한 가슴을 강조한 일명 '몰타의 비너스'가 돋보인다.

쓰리 시티의 일원인 비토리오사(Vittoriosa)는 도시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만큼 조붓하다. 성 요한 기사단의 정착지였던 이곳을 두 번에 걸쳐 산책했는데, 역시 골목 탐방이 가장 매혹적이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가느다란 길과 길에서 아이들은 천진하게 뛰어다녔고, 베란다의 빨래는 나른하게 졸고 있었으며, 이름 모를 예술가는 밤늦도록 자신의 작업에 몰두했다. 어느 가정집 앞에 놓인 노란빛과 연둣빛의 가스통조차 눈길을 사로잡았다. 은근하게 차오른 감흥을 잠재울 길이 없어 노천 카페에서 차디찬 맥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군계일학의 바다

물빛의 감동은 고조와 코미노섬이 안겨주었다. 고조섬으로 이동하는 동안 배 위에서 물끄러미 바라본 지중해는 잡티 하나 섞이지 않은 '완벽한 푸름'이었다. 섬 서쪽 해안에는 아치형의 거대한 바위 아주르 윈도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길고 긴 시간 동안 파도의 촉수가 석회암 가운데를 갉아먹어 '세상을 보는 창'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아치를 이루는, 상대적으로 얇은 부분의 침식 속도가 빨라 이태 전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고래에 드문 걸작을 탄생시킨 주인공도 자연이고, 그것을 거두어가는 주체 또한 자연인 셈이다.

코미노섬을 둘러싼 블루 라군도 군계일학의 바다였다. 남색에 근접한 짙은 푸름과 옥색에 가까운 연한 푸름이 혼재해 오래 눈길을 주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코미노에서 뱃길을 되짚어 몰타섬으로 귀환하는 도중 고도가 낮아진 태양 덕분에 하늘과 바다가 모두 붉게 물들었다. 해거름에 홍조를 띤 몰타의 바다가 애틋했다.

고조섬의 아주르 윈도. 두 해 전 상판 부분이 주저앉았다.
몰타섬과 고조섬을 이어주는 페리에 탑승한 관광객들.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도 물빛이 가장 아름다운 섬 코미노.

만일 몰타에서 일요일을 맞게 된다면 섬 동남쪽의 어촌 마사슬록(Marsaxlokk)으로 향해보자. 일요일 오전이면 어김없이 어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문패는 어시장이지만 해산물을 비롯해 온갖 종류의 농산물과 공산품이 집결한다.

울긋불긋한 차양 아래 수많은 노점상들이 좌우로 도열하고, 그 사이로 난 통로를 따라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익숙한 생선도 있고 생소한 물고기도 있지만 전반적인 어물전의 풍경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 뒤편 잔잔한 바다에는 루츠라고 불리는 작은 배들이 점점이 떠 있다. 몰타 전통의 고기잡이배들인데, 알록달록하게 칠을 해놓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산뜻해진다.

옛 수도 임디나(Mdina)의 성채는 몰타에서 제일 높은 곳에 걸터앉아 있다. 그래 봤자 살짝 배가 나온 둔덕 수준이지만. 예전에는 거주지의 고저가 신분의 높낮이를 의미했다. 임디나가 귀족들의 삶의 터전이었다는 얘기다. 도시의 가장 큰 건축물인 성 바울 성당은 사도 바울의 일생을 표현한 천장화가 압권이다. 지하에는 몰타에 기독교를 퍼뜨리다 숨진 성직자들이 영면하고 있다.

성당을 나와 빈번하게 쳐들어온 적의 화살을 피하고 몸을 숨기기 쉽도록 일부러 좁고 구부러지게 설계한 임디나의 골목골목을 소요했다. 이따금씩 관광객을 태운 마차가 소로를 느릿느릿 지나갔다. 초콜릿 케이크가 유난히 맛있다는 카페 폰타넬라에 자리를 잡았다. 케이크는 진하고 감미로웠으며, 카페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은 활달했다. 며칠 후면 이 나라를 떠나야 하는데 아무래도 '몰타앓이'가 이미 시작된 것만 같아서 적이 불안해졌다.

Travel Information

에어몰타를 비롯한 여러 항공사들이 로마, 파리, 런던 등의 도시에서 몰타섬까지 비행 편을 제공한다. 몰타공항에서 슬리에마까지는 차로 25분 정도 걸린다. 몰타섬 곳곳을 다닐 때는 버스가 유용한데,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두는 편이 좋다. 몰타 택시에는 미터기가 없다. 승차 전 행선지를 밝히고 요금을 흥정해야 한다. 고조와 코미노섬을 한꺼번에 다녀올 때는 1인당 35~40유로인 현지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 WRITER & PHOTO: 노중훈(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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