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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지금 다시, 잡지

잡지 시장의 뼈대를 이루던 굵직한 잡지들이 휴간과 폐간의 수순을 밟아가는 이때, 새로이 등장하는 잡지가 있다. 좁은 독자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매 호 세밀한 눈으로 주제를 선정해 단행본처럼 좀 더 긴 생명력을 추구한다. 잡지를 사양하는 시대에, 저마다의 돌파구를 찾아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잡지와 그것을 꿋꿋이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밝고 유쾌하게 행복한 일을 그려나간다" <베어> 서상민 편집장

<베어> 의 창간 배경이 궁금하다.

우리 상황에 맞는 사회문제를 세련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당시 주변의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부터 자영업을 하는 친구까지, 모두 일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인생에서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싶었다.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담는다. 취재하며 만난 이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나?

처음 했던 인터뷰가 '밀로커피 로스터스'의 황동구 대표였다. 이전까지 바리스타들의 움직임을 한 번도 유심히 본 적이 없었기에 그의 물 흐르듯 유연하고 정확한 몸짓에 굉장히 놀랐다. 또한 존경스러운 성품, 성실함, 일에 대한 진지함은 물론이고 커피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는 마치 연애를 하는 사람처럼 들떠 있었다.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열정적으로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배울 점이 많다. 그분들과 인터뷰하며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가장 최근호인 'cat' 편이 나오기 전, 폐간을 고민했다고 들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고양이 덕분이다. <베어>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밥을 주는 길냥이가 다리를 심하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그 고양이를 치료해주면서 많은 위안을 얻었고, 결국 고양이를 구해주려다가 고양이가 나를 구한 꼴이 되었다. 그 후에 우연히도 많은 기회가 생겨났다.

<베어>에서 다루는 일은 어떻게 선정하나?

초기에는 직업의식을 보여줄 수 있는 '커피'나 '꽃' 같은 주제를 다뤘고, 그다음엔 의식주를 거쳐 점점 더 다양한 주제로 확장하고 있다. 주제와 함께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도 정한다. 빵이 주제라면 노동 문제, 자본주의의 한계와 노력까지 담으려는 식이다. 최근에는 '빛'이나 '추억'같이 추상적이거나 '고양이'처럼 재밌는 주제도 다뤘다. 행복한 일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가능한 한 재미있게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베어>가 그리는 앞으로가 궁금하다.

다음 호는 '그림책'이 주제다. 국내 그림책 작가를 많이 소개할 예정이다. 새로운 호를 준비할 때마다 매번 '우리가 얼마만큼 변해야 할까?' 고민한다. 기본적으로 독자의 요구가 바뀌면 그것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어는 변화하고 있고 더 변화할 것이다. 가능한 한 밝고 유쾌하게 행복한 일을 그려나가고 싶다.

<베어>는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휴먼 매거진이다. 멋진 평일을 보내기 위한 잡지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행복한 '일' 그리고 '사람'에 포커스를 맞춘다. 2015년 6월 'coffee'를 시작으로 현재 13호 'cat'까지 발행됐다.

"도시를 큐레이션한다" <어반 리브> 김태경 편집장

기존 여행잡지나 여행책과는 화법이 달라 보인다.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있나?

<어반 리브>만의 10가지 기준(콘셉트, 철학, 분위기, 태도, 인지도, 지역성, 가격 등)으로 선정한 각 도시의 공간과 사람들을 찾아 담아내고 있다. 여행이라는 포괄적인 의미에 <어반 리브>만의 큐레이션 코드를 가미해 좀 더 세밀한 여행의 경험을 제안하려 한다.

여행지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는 눈이 즐겁다. 도시마다 느낌을 잘 담아내기 위해 기울인 특별한 노력은?

아무래도 사진과 디자인이 다른 여행 책들과의 차별점이 될 것이다. 표기식, 정멜멜, 맹민화 등 매 호 다른 사진가를 선정해 작업하고, 북 디자인도 룩북 스튜디오, 스튜디오 고민 등 필드에서 인정받는 프로들과 함께 그 호만의 느낌을 담아 작업한다. 이 지점이 내밀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콕 집어 추천하고 싶은 호는?

창간호였던 '교토&오사카' 편이 가장 애정이 간다. <어반 리브>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도시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잡지 사양의 시대, 잡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잡지 사양의 시대라고 하지만, 역으로 수많은 잡지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실 <어반 리브>를 만들면서도 특별한 방식을 더하지는 않는다. 책은 독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만드는 우리가 만족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창작자 역시 독자의 범주에 둠으로써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전해주고 싶은 것이다. 다행히 이런 의도를 독자들도 좋아해주셔서 지속해서 발행하고 있다.

<어반 리브>, 여섯 번째 도시는 어디인가?

염두에 두고 있는 도시는 베를린, 시드니, 상하이, 그리고 서울이다. 아직 100% 오픈할 수는 없지만 하반기부터 새로운 형태로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어반 리브(URBAN LIVE)>는 도시의 삶을 경험하는 여행잡지다. 한 호당 한 도시를 선정해 지역 경제의 가장 작은 단위인 상점과 로컬 브랜드를 통해 도시를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교토&오사카' 편을 시작으로 '방콕', '도쿄', '홍콩', '뉴욕'까지 총 5권이 발행됐다.

"독자들이 계속 읽어주면 빛이 난다" <릿터> 서효인 책임편집자

문예지 역시 살아남기 힘든 잡지 사양의 시대, <릿터>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잡지 사양의 시대라는 말에는 전체적으로 동의하지만, 그것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각각의 잡지 모두가 어떤 필요성이 있을 것이고, 취향을 중심으로 잡지를 소구하는 층이 좁고 깊어진 이때가 잡지의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릿터>는 문예지를 통해 문학에 더 많은 투자를, 더 효율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회사의 정책에서 시작됐고, 더 많은 독자가 필요했던 문학 자체의 운동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릿터>가 강조하는, 기존 문예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거인의 정수리에 올라선 난쟁이'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이전까지의 문예지와 문학잡지가 있었기에 지금의 <릿터>가 있을 수 있었다.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넓은 판형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디자인, 지금·여기 독자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커버스토리 선정, 젊은 작가에게 더 자주 부여되는 지면의 기회, 그리고 페미니즘을 비롯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문학적 동조와 옹호다.

<릿터(Littor)>는 40년 전통의 계간 문예지 <세계의 문학>을 종간한 민음사가 2016년에 새로 선보인 격월간 문학잡지다.
문학을 뜻하는 'literature'와 '~하는 사람'이라는 접미사 'tor'를 합성한 제호로서, 읽고 쓰는 '릿한' 사람을 위한 잡지를 표방한다.
문학잡지 하면 떠오르는 고루함을 깨는 신선한 표지로 이목을 끈다. 표지 디자인 콘셉트가 궁금하다.

콘셉트는 책 위의 책, 그 위에 또 다른 책이 겹쳐 있는 모습에서 왔다. 표지에 작품 말고도 위에 선이 있는데, 멀리서 보면 책 3권이 쌓여 있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 열혈 독자들은 책상에 책을 쌓아놓고 보기도 한다. 그 쌓아놓음의 자리에 <릿터>도 함께 있고 싶다. 표지 작품은 커버스토리 주제를 넓은 의미에서 재해석해주길 젊은 시각예술 작가에게 청한다.

콕 집어 추천하고 싶은 호가 있다면?

13호 여성서사 특집이다. 반은 의도적으로 문학 담론을 다루는 특집을 피해왔는데, 13호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문학을 다룰 수 있었다. 고전을 다시 쓴 짧은 소설을 실었는데, <운수 좋은 날>, <날개>를 다시 쓴 작품은 몇 번을 읽어도 작품 자체로도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글이다. 표지도 커버스토리 주제와 잘 맞고, 전체적으로 모험심과 안정감 모두를 충족시키는 호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릿터>의 계획은?

어떤 특별한 계획보다는 지속적으로 퀄리티를 유지하며 내는 것 자체가 결단이고 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만들겠다. 독자들이 계속 읽어주면, 그것으로 족하고 그것으로 빛이 날 것이다.

  • EDITOR: 이수빈 이미지 제공 베어, 어반리브, 릿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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