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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WALK

한옥으로 떠나는 여행

'디귿집' 마루 한편의 진열장. 다기와 화병 등을 정갈하게 정리해두었다.

'호캉스'는 '호텔로 떠난 바캉스'의 줄임말이다. 멀리 떠나지 않은 채 번잡한 도시의 삶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휴가를 보내는 방법으로 꼽힌다. 호캉스를 즐기는 도시 여행자들에게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추천한다. 비슷비슷한 미니멀한 호텔식 인테리어에 질린다면, 마치 멀리 떠나온 듯한 고즈넉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에서의 하루가 더욱 맛깔날 것이다.

사람이 마주 보고 모이는 곳 디귿집

전통적 한옥 구조 중 하나인 ‘ㄷ’ 형태로 뻗어 있다.
별채의 노천 욕실에서 창을 열면 아담한 정원이 내다보인다.
좌식 침구와 깔끔한 화이트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룬 침실.

청년 사장님 이상현 대표는 게스트하우스 매물을 찾다가 들른 한옥에 한눈에 반했다. 독립해 혼자 살고 있던 그는 공용공간이 많은 한옥에 4인 가족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단란한 모습에 '이런 게 집이구나' 싶었다. 그리하여 "사람이 마주 보고 모이는 공간"을 꿈꾸며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고, 2년간 서촌에서 '디귿집'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8년 북촌으로 옮겨 두 번째 '디귿집'을 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ㄷ'자 형태로 지은 이 한옥은 건물의 끝자락이 마주 보며 중정을 감싸고 있다. 별채에 마련된 노천 욕실에서도 바깥 풍경이 보이고, 본채에서도 문을 열면 아담하게 꾸며진 정원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외관에서 풍기는 고풍스러운 느낌은 흡사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반가의 한옥에라도 들어선 듯하지만, 문을 열어보면 현대인들의 생활에 맞게 개조한 깔끔한 내부 구조가 반긴다. 한옥이라 하면 떠올리기 쉬운 실내생활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취약한 단열을 보강하고 심미성을 높이기 위해 천장의 대들보를 덮어 마감했는데, 이때 매입형 에어컨을 설치하고 전선 배관까지 넣어 가림으로써 좀 더 깔끔하게 완성했다. 이상현 대표는 이곳이 "단지 하루 머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마주 앉아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이 되길 바란다. '사시사색', '극락회', '다례체험' 등의 이름으로 다도를 배우거나 연극을 선보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총 3개의 객실, 6~12명까지 묵을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기에 단란한 모임 장소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2길 35-3
  • 숙박 인원: 6~12인(독채)
  • 가격: 45만~70만 원
  • 문의: blog.naver.com/digeuthouse

80년의 시간을 품은 집 혜화1938

'혜화1938' 전경. 약 80년 역사의 한옥을 개·보수해 호텔로 꾸몄다.

'운치는 있지만 현대인의 생활에 적합하지는 않은 불편한 옛날 집'. 한옥에 대한 이러한 편견을 깨는 것은 공간기획컴퍼니 한옥살림이 끊임없이 해온 일이다. 현대 한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를 탐구해온 이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현실로 옮겨낸 곳이 바로 한옥호텔 '혜화1938'이다.

약 80년간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새겨진 이곳은, 일제강점기 서울 한복판에 대량으로 세워진 주거지 중 하나였으며, 시대별 혼재된 건축양식을 반영하고 있다. 한옥 살림은 가능한 한 기존의 구조와 마감을 유지해 전통과 역사를 살리면서도 실용성과 실험성을 더해 오늘날의 쓰임에 맞도록 재해석해냈다.

녹색 타일이 시선을 사로잡는 욕실.
체크인 시 따끈한 차 한 잔과 함께 '혜화1938'에 관한 역사를 들려준다.

화장실을 내부로 끌어들여 넓고 쾌적하게 구성하고 녹색 타일로 마감했는데, 전통 한옥에서는 터부시돼 외부에 설치했던 공간을 매력적인 '파우더룸'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곳곳에 쓰인 다양한 색상과 여러 크기의 타일은 한옥의 목구조와 이색적인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마당에 콘크리트 궤적을 남기고 왕마사를 깔고, 분홍과 녹색을 기조색으로 활용하는 등 실험적인 시도로 묵직한 전통 한옥에 경쾌함을 더한 점도 눈에 띈다.

독채로 쓸 수 있는 호텔 공간은 프리미엄과 스위트로 나뉘어 있으며, 비즈니스 대관도 가능하다. 프리미엄은 바닥을 낮춰 공간이 시원시원한 느낌이 들게 했고 어린이나 노약자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스위트는 반 좌식이며, 공간마다 천장을 특색 있게 꾸몄다.

  • 주소: 서울시 종로구 성균관로16길 7
  • 숙박 인원: 4~8인(독채)
  • 가격: 평일 35만~45만 원, 주말·휴일 45만~55만 원
  • 문의: www.hyehwa1938.com

'미니멀'을 입은 한옥 지금 zikm

침실 전경. 대들보와 서까래를 덮어 마감하여 모던한 공간으로 완성했다.
본채와 별채 사이의 마당. 쉼표처럼 박혀 있는 돌은 수리 전에 쓰던 기왓장을 활용한 것이다.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아르텍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거실.

대학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는 집주인 김성곤 씨는 기왓장이 천막으로 덮인 채 빨간 벽돌로 둘러싸여 있던 집을 한옥인 줄 모르고 매매해 수년간 작업실로 써왔다. 보수를 위해 집을 뜯었다가 한옥의 구조가 드러나는 바람에 깜짝 놀랐는데, 그는 한옥이 가진 강한 조형적 특징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그러한 어긋난 인연이 현재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는 '지금(zikm)'을 한옥의 틀을 깨는 미니멀한 공간으로 완성하는 데 일조했다. 그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되 현대적인 삶과 자신의 미감에 맞는 담백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집을 수리했다.

회색 톤을 기조색으로 하고 가구를 최소화했으며, 붙박이장을 설치해 실용성을 더했다. 더불어 주춧돌이 드러날 정도로 바닥을 낮춰 낮은 천장고를 보완하고, 침실은 입식으로 꾸며 사용자가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게스트하우스 곳곳을 채운 디자인 가구 역시 '지금'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인데,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아르텍의 테이블과 의자, 후카사와 나오토가 디자인한 스탠드, 유화성 작가의 모자 조명, 이광호 작가의 스툴 등 한국의 전통미와 어우러진 모던 디자인이 이색적이다.

안방에 낸 통창을 통해 마당과 사랑채, 낙산성곽길까지 한눈에 담기는 모습이 일품이며, 꽤나 사색적인 이 풍경 때문에 영감을 얻고자 찾는 이들이 많다. '도심 속 휴식'을 꿈꾸는 이들에게 최적이라 할 만하다.

  • 주소: 서울시 종로구 낙산성곽서길 37
  • 숙박 인원: 1~6인
  • 가격: 25만~30만 원(독채)
  • 문의: zikm.kr
  • EDITOR: 이수빈 사진 제공 디귿집, 혜화1938,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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