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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반 깊숙한 전립선암 로봇 팔로 척척!
괄약근·발기신경 보존 탁월

전립선암은 진행이 느린 '순한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예외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전립선암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악성도가 높고 전이가 잘돼 조기에 검진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립선암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최첨단 로봇수술에 대해 고대안산병원 비뇨의학과 박재영 교수와 함께 알아봤다.

전립선은 방광 아래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장기로 남자에게만 있다. 위는 둥글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다가 맨 끝은 뭉툭하다. 정액을 생성해 정자의 운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전립선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함께한 세월이 길수록 커진다(전립선비대증). 나이가 들면서 커진 전립선이 요도를 눌러 소변 줄기가 가늘어진다. 요도가 열리고 닫히는 기능도 떨어져 소변 본 후 한참 지나 또 소변이 나오거나 졸졸 새기도 한다. 오줌발이 자존심인 남성들은 '나이 들어 기세가 꺾였다'고 한탄한다.

전립선비대증과는 별개로, 전립선에 암이 생긴 것을 전립선암이라 한다. 전립선암은 대개 뼈로 전이되기 때문에 전이가 심한 경우 뼈의 통증을 느껴서 검사하다가 우연히 전립선암을 발견하기도 한다.

60대 이후 전립선암 발병 급증

전립선암은 남성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평범한 암'이 됐다. 과거 각국의 대통령과 총리들이 가장 많이 걸리면서도 쉬쉬했던 질병이 바로 전립선암이다. 중국 덩샤오핑, 프랑스 미테랑 전 대통령, 남아공 넬슨 만델라, 일본 천황 아키히토 등이 모두 이 질환으로 고통을 겪었다.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나이 든 서양인에게 흔하게 발병한다고 해서 '황제의 암'이라고 불렸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15년 기준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연령을 살펴보면 70대가 42.9%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33.2%, 80대 이상이 13.1% 순이었다(중앙암등록본부 자료). 국내에서 지난 30년 동안 암 사망률이 가장 많이 증가한 암도 전립선암이다. 인구 10만 명당 전립선암으로 죽은 사람이 0.5명에서 5.2명으로 늘었다. 2018년 국내에서 전립선암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는 2000여 명.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오는 2040년 국내 전립선암 사망자 수가 7000여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인에게 전립선암의 조기 진단은 특히 중요하다. 외국인에 비해 악성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전립선암 위험도를 보여주는 '글리슨(Gleason) 점수(10점 만점)'가 7점 이상(중간~높음의 악성도)인 국내 환자 비율은 59%로, 일본(56%), 미국(44%)보다 더 높다. 악성도는 암 조직이 정상 조직과 달리 얼마나 독한지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초기 암이라도 악성도가 높으면 진행이 빠르고 다른 장기로 쉽게 전이된다.

전립선암 고위험군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다. 전립선암 환자의 10% 이상에서 유전적 성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력이 있으면 전립선암 발생 가능성이 증가해 아버지가 전립선암 환자일 경우 약 2배, 형제가 환자일 경우 약 3배 증가한다. 염증도 영향을 미친다. 대장암, 식도암, 위암, 간암 등 많은 암이 염증과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립선암을 정확하게 검사하려면 PSA 검사가 제일 중요한데,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이 심해도 PSA 수치가 증가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조직검사를 할 때도 전립선이 큰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암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전립선 크기를 줄이기 위해 약물 치료를 하는데, 약물로 쓰이는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한 경우 PSA 수치가 반 정도로 감소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맹점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전립선암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고령자 절반에게 전립선암이 잠재해 있고, PSA 수치가 높더라도 실제 암일 확률은 절반 이하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검사를 시행해 환자에게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실제로 병원을 찾은 남성 환자들이 가장 꺼리는 검사 중 하나가 '전립선 촉진(觸診)'이다. 전립선이 얼마나 딱딱한지, 암 덩어리가 있는지 보려면 의사가 항문으로 손가락을 넣어 직장을 통해 만져야 한다. 경직장 초음파검사도 항문에 기계를 넣어야 전립선 상태가 잘 보인다. 이때마다 환자는 통증을 호소하고 민망해한다. 무엇보다 항문은 대장과 가까워 대장균에 의한 감염 위험이 있어, 검진은 고위험군을 가려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내시경과 로봇 팔을 복강 안으로 넣어 암이 있는 전립선을 통째 떼어내는데, 이때 전립선 옆에 붙은 정관과 정낭도 함께 자른다.
전립선을 자른 후 요도와 방광을 실로 연결해 이어주면 수술은 모두 끝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것이 바로 전립선암을 예측할 수 있는 계산기다. 고대안산병원 비뇨의학과 박재영 교수는 고위험도의 전립선암을 한국인에게 맞게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계산기를 2017년 개발했다. 그는 앞서 2010년엔 전립선암을 예측하는 계산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진료에 사용하는 전립선암 위험도 계산기는 여섯 가지 위험요인을 따져 조직검사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한다. 또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저위험도의 전립선암까지 진단하고 치료하던 기존의 관행을 탈피해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암만을 검출해내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

박 교수는 "일부 병원에서는 전립선암의 악성도에 관계없이 수술 치료를 권하기도 하지만, 고대안산병원에서는 환자의 기대여명과 전신 상태를 고려하는 최신 치료지침에 근거해 최선의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지금도 진료 과정에서 전립선암 위험도 측정을 위해 PSA 검사와 함께 이 계산기를 활용한다.

로봇수술로 성기능장애·요실금 합병증 최소화

무엇보다 이 계산기는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를 되도록 줄이는 전립선암 치료의 최신 지견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는 차별화된 의의를 갖는다.

서구의 모든 가이드라인에서 PSA 검사의 전립선암 검출 능력의 한계를 지적한 만큼 이번 연구를 통해 전립선 조직검사의 효과적인 적용이 가능하다. 박 교수는 전립선암 예측 계산기 연구 논문으로 2010년 대한전립선학회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전립선암을 측정하는 계산기 연구 논문으로 2017년 대한전립선학회 우수 학술상을 수상했다.

고대안산병원 비뇨의학과 박재영 교수(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로봇수술팀.
2017년 전립선암 예측 계산기를 개발한 박 교수는 관련 논문으로 그해 대한전립선학회 우수 학술상을 수상했다.

조직검사를 통해 전립선암을 진단받으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뼈 스캔 검사 등을 통해 그 진행 정도를 파악한다. 다양한 검사 소견을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결정한다. 수술적 치료와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 항암약물 치료, 국소 치료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지만, 전립선암 치료에는 완치를 목적으로 한 수술적 치료의 예후가 가장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이 적합하지 않거나 환자의 치료 선호도에 따라 방사선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림프절 전이나 골 전이와 같이 전립선암이 진행된 경우나 수술 혹은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없는 경우 혹은 이러한 치료를 원하지 않는 경우라면 호르몬 치료가 가능하다.

대개 수술받는 환자의 전립선은 전립선비대증 때문에 일반 남성의 전립선보다 큰 상태가 된다. 전립선이 매우 큰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 혈관이 매우 발달해 수술 시 심한 출혈이 생길 수 있고, 해부학적 구조 파악이 쉽지 않아 수술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이 때문에 많은 전립선암 환자들이 수술 후 합병증을 걱정해 수술을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수술을 할 때 암 제거뿐만 아니라 수술 후 요실금과 발기부전 등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정밀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꺼리지 말고 수술을 받는 것이 향후 삶의 질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립선암 수술 중 가장 최근 도입된 로봇수술은 골반 깊숙이 위치한 전립선을 수술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배꼽 주변과 하복부에 8mm 크기의 구멍을 총 6군데 내고 이를 통해 카메라와 수술 기구가 달린 로봇 팔이 들어간다. 술기의 발달과 더불어 기능 및 종양학적 결과 면에서 성공적인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이 가능하다. 학계에서는 로봇수술의 효과와 장점으로 통증과 출혈량이 적으며, 섬세한 박리 및 정교한 방광요도문합술, 향상된 신경혈관 다발의 보존, 이에 따른 요자제 능력의 조기 회복과 성기능의 회복 등을 보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의 과반수가 로봇 시스템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50세부터 1년에 한 번 PSA 검사해야

박재영 교수는 "전립선암 수술이 필요하다면 꺼리지 말고 받는 것이 향후 삶의 질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립선암 수술은 가능한 한 요실금과 발기부전이 안 생기도록 괄약근과 발기신경을 잘 보존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전립선을 완전히 절제하고 방광과 요도를 잘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봇수술은 10배 이상 시야가 확대돼 있어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또한 절개 부위가 작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전립선암 수술의 절반 이상을 로봇수술로 시행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고대안산병원에는 배뇨 장애로 병원을 찾은 중·장년 환자의 복부에 다빈치 Xi 로봇으로 6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종양을 제거한 사례가 많다. 박 교수는 종양이 포함된 전립선 전체와 종양을 둘러싼 림프절 등을 완전히 제거하는 근치적 전립선 척출술을 로봇으로 집도한다. 병원 관계자는 "최근 로봇수술의 좋은 결과 덕분에 환자들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복강경수술의 제한점을 극복한 최신 사양의 4세대 Xi 다빈치 로봇수술기의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만큼 로봇수술을 활발히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봇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과거 복부 수술 경험이 있어 복강 내 유착이 심하거나 암이 전립선 피막이나 정낭까지 침범한 경우에는 로봇수술이 쉽지않다. 다만, 수술 술기가 발달함에 따라 전신마취와 개복수술이 가능한 환자라면 모두 로봇수술을 시도할 수 있다.

전립선암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어 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혈액검사를 통한 PSA 검사, 직장 수지 검사 및 경직장 전립선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전립선암의 위험성을 판단하므로 만 50세부터는 1년에 한 번, 전립선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만 40세부터 주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전립선암도 여느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관심을 갖는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전립선암을 예방하려면 먼저 식습관 조절이 필요하다. 육류 섭취를 줄이고 저지방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고 토마토의 라이코펜, 마늘의 알리신, 카레의 커큐민(인도산 강황에 주로 포함돼 있는 알칼로이드의 일종), 녹차의 카테킨 성분이 예방적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 EDITOR: 김건희
  • PHOTO: 김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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