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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과 같은 듯 다른 소아수술

고령 임신과 출산, 고위험 임신 비율이 높아지면서 선천성 장기 기능 이상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선천성 기형을 조기 발견하고 조기 치료하는 곳이'소아외과(Pediatric Surgery)'다.
고대구로병원 소아외과 나영현 교수는 "소아외과는 환아들에게 미래를 선물하는 곳"이라고 했다.

30대 주부 김모 씨는 얼마 전부터 세 살 된 아들의 아랫배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옷을 갈아입히거나 목욕을 시킬 때마다 아이의 사타구니 주변이 왠지 이상하게 불룩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들이 별다른 불편을 호소하지 않아 좀 더 지켜보려던 차에 예방접종을 하러 간 병원에서 "서혜부 탈장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와 검사를 받았더니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김씨의 아들은 수술 후 건강하게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지금도 김씨는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소아외과는 18세 미만 소아와 청소년의 수술을 담당하는데, 의료 기술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진단 및 치료 시점이 점점 더 앞당겨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담도가 비가역적으로 확장되는 담관낭종은 대부분 선천성으로, 아이가 증세를 호소하는 3~10세 무렵에야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산전 초음파 등으로 담관낭종을 확인하고 출생 직후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다. 담관낭종은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방치하면 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 아니다"

나영현 교수는 "응급 상황에 좀 더 전문적이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술팀을 만드는 것 이 목표"라고 말했다.

소아외과에서는 성인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질환 외에도 선천성 질환이나 기형같이 주로 소아에게 나타나는 질환을 담당한다. 소아 탈장, 선천성 거대 결장증, 선천성 항문직장 기형, 선천성 담도폐쇄, 횡격막 결손증, 소장 무공증 등 소아 외상과 소아 종양을 다룬다.

소아는 해부·생리학적으로 미성숙하므로 발달 단계에 맞춘 치료가 필요하다. 고대구로병원 소아외과 나영현 교수는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다. 소아 질환 중에는 성인과 다른 질환이 많고 신체 대사 과정, 성숙도, 손상 반응이 성인과 다르므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탈장은 소아외과에서 다루는 대표적 질환이다. 태아가 엄마의 자궁에서 자라는 동안, 남아의 고환과 여아의 난소는 태아 뱃속에 위치해 있다가 임신 기간 중 이동한다. 이때 고환 또는 자궁원인대가 지나온 길을 초상돌기라고 하며, 정상적인 이동이 끝나면 이 길은 저절로 닫힌다. 하지만 간혹 이 길이 닫히지 않은 채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다. 이때 닫히지 않은 초상돌기로 뱃속 장기가 빠지는 것이 서혜부 탈장이다. 신생아 1~5%에게서 나타나며 여아보다 남아가 5배가량 많다. 특히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난 미숙아는 서혜부 탈장 발생 빈도가 16~25%나 된다.

"소아탈장은 아이를 씻기거나 옷을 갈아입힐 때 특정 부위가 불룩하게 나오는지 살펴보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누워 있을 때에는 잘 드러나지 않으므로 선 상태에서 특정 부위가 다른 부분보다 도톰하게 올라오는지 확인하면 된다. 사타구니 쪽 좌우 높이가 다르다거나 남아는 고환과 음낭 부근이 불룩하면 병원으로 와야 한다."

탈장 치료는 복강경 수술로 장기가 빠지는 길을 막는 원리다. 탈장 발생 부위를 절개해 배 바깥쪽에서 길을 막는 것과 복강경으로 배 안쪽에서 탈장이 발생한 길을 막는 두 가지 수술법이 있다.

이 밖에 식도, 십이지장, 소장 등 소화기계 폐쇄도 소아외과에서 다루는 질환이다. 소화기계 폐쇄는 신생아의 담즙성 구토, 복부 팽만, 태변 미배출 등의 증상으로 발견할 수 있다. 그중 식도폐쇄증은 음식물이 넘어가는 식도에 생기는 기형으로 식도가 막혔거나 기도와 식도가 연결된 경우도 있다.

1,500~3,000명에 한 명 꼴로 식도폐쇄증을 갖고 태어난다. 소화기계 폐쇄 중에서 십이지장 폐쇄가 비교적 흔한 편이며, 임신 중 태아 초음파를 통해 이를 진단할 수 있다.

이런 질환이 발견되면 즉각적이고 안전한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 나 교수는 "많은 보호자들이 환아의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복강경이나 최소 침습 수술을 받게 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안전이 우선이고 미용적인 고려는 그 다음이기 때문에 개복수술로 문제 부위를 즉각적이고 안전하게 해결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복강 내 한 부분에만 문제가 있으면 다행인데 대개 문제들이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담도 폐쇄라고 하면 단순히 담도에만 문제가 있는 것인지, 동반된 다른 기형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5세 이하 소아는 복강이 정사각형에 가까워 횡절개를 통해 복강 전체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미세한 아기 혈관 잘못 건드리면 위험

성인에게는 간단한 수술도 유아에게 시행될 때는 상황이 달라지므로 소아 질환의 경우 반드시 소아외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아기의 장기와 조직은 구조가 작고 연약하기 때문이다. 나 교수는 "수술 부위를 보려고 대개 주변 장기를 옆으로 밀어놓고 수술을 시행한다. 성인은 간 등이 상대적으로 단단해서 주변부 수술을 위해 밀어놓아도 문제가 되지 않으나 신생아는 간이 특히 연약해 주변부 수술을 위해 세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소아 환자를 수술 중인 고대구로병원 소아외과 나영현 교수팀.

장기뿐 아니라 미세한 혈관도 조심히 다뤄야 할 부분이다. "성인의 주요 혈관은 눈에 띄게 굵어서 수술하면서도 조심하기가 쉽다. 또 수술 과정에서 일부 혈관이 손상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기의 혈관은 정말 미세하게 보이지만 그 혈관이 주변 장기와 연결된 주요 혈관일 수 있다. 이것을 잘못 건드리면 출혈이 생기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소아 수술용 도구는 성인용보다 더 정교하다. 봉합용 실도 더 가는 것을 쓴다. 특히 고대구로병원 소아외과는 복강경 및 로봇수술 장비 등 첨단 치료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를 이용해 최소 침습 수술을 시행해 흉터를 최소화하고 빠른 회복을 유도한다. 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소아 환자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등 다양한 진료과와 협진해 종합적인 관리와 치료를 제공한다. 임신 중 발견할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한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가 있다는 점도 고대구로병원의 또 다른 장점이다.

가장 어려운 수술이 무엇인지 묻자, 나 교수는 환아 상태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장기에 난 구멍은 봉합하고 끊어진 것은 연결하면 되지만 있어야 할 장기가 없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식도 상·하부의 간격이 너무 커서 연결이 쉽지 않은 경우, 항문이나 비뇨생식기가 아예 없거나 합쳐진 채 태어난 경우엔 하나하나 새로 만들어줘야 한다.

나 교수의 목표는 응급 상황에 좀 더 전문적이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수술팀을 만드는 것이다. 나 교수는 "소아외과는 환아들에게 미래를 선물하는 곳"이라며 "소아에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해외연수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 EDITOR: 이민주
  • PHOTO: 김성남, 고대구로병원,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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