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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노화 막는 여성호르몬
폐경은 결핍, 참지 말고 치료해요

당신은 몇 세까지 살 수 있을까. 요즘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평균 85.7세. 건강관리를 잘한다면 이보다 여러 해 봄꽃을 볼 수 있다. 남성은 서서히 노화하지만 여성은 일정 시점 이후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다. 바로 폐경기다. 그 시작은 심혈관질환, 골다공증과 골절, 인지장애와 우울증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와 겹친다. 아름답고 활기찬 삶을 오래 즐기고 싶다면 이 시기를 주의해야 한다. 대한폐경학회 회장인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김탁 교수에게 여성 폐경기에 대해 물었다.

폐경이란?

나이가 들면 난소도 노화해 배란과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분비되지 않는다. 생리가 없어지고 임신이 안 되는 폐경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폐경 나이는 49.7세다. 40세 이전의 조기 폐경은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이지만 40대 초반 폐경은 정상 범위다. 40~58세 폐경이 일반적이다.

폐경을 늦출 순 없나?

여성의 초경 시기는 영양 상태가 좋아져 최근 12세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폐경 시기는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노력을 해도 늦출 수가 없다. 다만 폐경이 빨라질 수는 있다. 난소를 제거하거나 방사능 노출, 흡연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폐경이 시작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화가 많이 나고 우울하다.

난소 노화로 나타나는 변화는?

대개 40대 중·후반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생리가 불규칙해진 때부터 생리가 완전히 없어진 뒤 약 1년까지가 폐경 초기다. 흔히 갱년기라 부르는 이 기간만 평균 4~7년이 걸린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잠이 잘 안 오고, 자고 일어나면 땀에 젖어 있고, 집중력과 자신감이 떨어지고, 화가 많이 나고 우울하기도 하다. 난소에서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은 지 5~10년쯤 되는 폐경 중기가 되면 질이 건조해 성교통이 생기고 질염, 방광염, 배뇨통, 급뇨 등 비뇨생식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피부에서 콜라겐이 빠져나가는 걸 막아주던 에스트로겐이 없으니 주름도 심해진다. 관절통과 근육통도 생긴다. 폐경 후기에는 골다공증이 원인인 골절이나 치매, 심혈관질환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폐경은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개입이 필요한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여성호르몬이 갑자기 안 나오는 병이다. 그 결핍으로 생긴 문제를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부족한 호르몬을 다시 채워주면 된다. 여성호르몬, 즉 에스트로겐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백수오같이 나름 검증이 된 건강보조식품도 있으나 콩, 석류, 인삼, 꿀 등은 효과가 미미하거나 아직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았다.

2002년 폐경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오래된 의학계의 연구 결과가 흔들린 적이 있는데?

기존 의학계는 여러 연구를 통해 폐경기 여성에게 발생하는 치명적 질병들을 호르몬 치료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런데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오히려 심장병과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와 논란이 됐다. 이후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재분석하는 연구들이 이어졌고, 호르몬 치료를 받는 시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호르몬 치료를 폐경 10년 이내에 받은 여성에겐 질병 예방 효과가 있었지만, 10년 이후에 받은 여성들의 경우는 병이 악화됐다. 2002년 연구에선 폐경한 지 10년 이상 된 대상자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같은 호르몬을 투여했는데 왜 시기에 따라 결과가 다른가?

콜레스테롤은 여성호르몬의 필수 재료다. 여성호르몬이 있으면 혈관에서 나쁜 콜레스테롤을 뺏어가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유지해준다. 폐경 전에는 여성호르몬이 나오니까 혈관질환이 저절로 예방된다. 그러다 폐경이 되면 혈관에 여성호르몬의 작용이 없어져서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폐경 10년 이내에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건강한 혈관이 유지되는 반면, 이미 동맥경화가 생긴 혈관에 호르몬 치료제를 쓰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혈관 상태가 악화되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럼 여성호르몬 투여는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적절한가?

폐경 증상이 나타나면 산부인과를 먼저 찾는다. 골다공증 등 여러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늦어도 폐경 10년 이내에 시작해서 평생 드시라고 권한다. 원하면 언제든지 약을 끊어도 되지만 중단하면 그때부터 노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꾸준히 받는 게 좋다. 삶의 질이 달라진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 짜증내고 싸우는데 호르몬을 보충하면 남편이나 자식들도 좋아한다. 유럽폐경학회, 미국폐경학회, 대한폐경학회는 폐경 후 호르몬 치료를 평생 받길 권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김탁 교수는 "여성호르몬 치료를 폐경 10년 이내에 받은 여성에겐 질병 예방 효과가 있었지만 그 이후에 받은 여성들은 오히려 병이 악화됐다"면서 "치료받는 시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 위험을 다소 높인다던데?

약이든 수술이든 위험성과 이익의 정도를 따져 선택한다. 폐경기 호르몬 치료는 유방암 발생 위험도를 아주 경미하게 높인다. 유방암은 어차피 나이가 들면 위험도가 높아져 호르몬 치료를 받든 안 받든 관계없이 1년에 한 번씩 검진이 권고된다. 그런데 호르몬 투여를 받으면 천천히 자라 뒤늦게 발견될 유방암 세포가 빨리 자라 일찍 발견되는 것이다. 호르몬 제제가 발생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폭제가 될 뿐이다. 빨리 발견된 유방암은 치료 예후도 좋다. 게다가 요즘에는 유방암을 일으키지 않는 약도 개발돼 사용 중이다. 유방암 걱정 없이 좀 더 안전하게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호르몬 치료는 어떻게 하나?

에스트로겐만 투여하면 자궁내막암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프로게스테론을 같이 쓴다. 여성의 생식주기도 에스트로겐이 나오다가 배란이 되면 프로게스테론이 나온다. 호르몬 제제의 종류는 먹는 경구제, 몸에 붙이는 패치, 피부에 흡수되는 연고, 질에 넣는 질정 등이 있다. 간 기능이 나쁜 환자는 연고가 좋고, 성교통만 줄이고 싶다면 질정을 쓰는 등 선택할 수 있다.

약값은?

대개 본인부담금이 한 달 기준 약 5000원 안팎이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천연 호르몬 제제 중 고가는 한 달에 약 5만 원 정도다. 주부들은 보통 이 정도 금액도 자기 몸에 쓰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가 건강해야 가정이 평화롭게 유지된다는 걸 기억하시고 자신을 소중히 여겼음 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 여성은 생애의 3분의 1 이상을 폐경 상태로 지내게 됐는데?

생리를 완성했다는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기를 낳을 수 없겠지만 생리를 안 하니 생리통도 없고, 수영이나 성관계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폐경을 이겨내려 하지 말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는?

본인이 유방암 환자이면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가족력에 유방암이 있거나 자신에게 유방암 관련 돌연변이 유전자(BRCA1·2)가 있다면 상관없이 폐경기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급성간염, 담낭질환, 원인 진단이 안 된 질 출혈, 혈전 색전증이 있는 경우는 어렵다.

  • EDITOR: 이주연
  • PHOTO: 김성남,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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