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진행하는 파킨슨병,
일찍 치료하면 삶의 질 유지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고성범 교수가 뇌 모형을 보여주며 파킨슨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뇌에 있는 도파민 신경 세포가 소실되어 생기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천천히 진행하기 때문에 자각하기 힘들고 치료시기를 놓칠 때도 많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고성범 교수를 만나 파킨슨병에 대해 물어봤다.
파킨슨병은 다양한 운동 및 비운동 증상이 발생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독립적인 생활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와 관리를 잘하면 일상 생활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특정 신경 세포들이 뇌에서 소실되면서 운동장애가 나타나는 만성 퇴행성 뇌 질환이다. 도파민은 중뇌에 있는 흑질이라는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 세포에서 만들어지는데, 그 세포가 손상 혹은 소실되어 파킨슨병의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보통 환자에게는 머리 깊은 곳에 도파민을 만드는 공장이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10개씩 있다. 이 공장이 처음에 하나둘씩 문제가 생기다가 서서히 진행되어 5개 이상이 일하지 않게 되면 몸에 다양한 증세가 나타난다. 하지만 파킨슨병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위험 인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했을 때 보통 고령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은 나이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다만 55세 미만의 비교적 젊은 나이, 특히 20~40대의 경우에는 어떤 유전적 배경이나 가족력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운동이 느려지는 서동증, 몸의 경직 현상, 그리고 안정 시 떨림(진전)을 파킨슨병의 3대 증상이라고 한다. 다른 특징으로는 자세가 구부정하고 걸을 때 다리를 끌거나 종종걸음, 또는 팔을 몸에 붙인 상태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또 얼굴이 무표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우울 증상, 소변 장애, 수면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파킨슨병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병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이상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전조증상이 나타난다. 잠복기나 무증상기 때에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하는 잠꼬대(렘수면 행동 장애)로 자는 동안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심한 발길질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음으로는 후각 기능의 이상이다. 물론 코에 이상이 있거나 감기에 걸려도 그렇고, 부비동염이 있어도 냄새를 못 맡을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어떤 냄새인지를 인지하거나 서로 다른 냄새를 구별하는 후각 장애가 선행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변비나 빈뇨 및 야뇨와 같은 배뇨 장애, 기립성 저혈압과 같은 자율신경기능 이상도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다. 그 외에 피로감, 근육 경직, 자세 불안정 등도 전조증상 중 하나다. 떨림이나 움직임의 둔함 정도가 느껴지면 파킨슨병의 가능성을 의심해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긴장 풀어지면 떨림 증상 보이는 질환
첫 번째 단계는 진찰이다. 환자의 움직임이나 뻣뻣한 정도, 혹은 떨림이 있는지 본다. 파킨슨병의 떨림은 넋 놓고 있거나 힘을 뺀 상태에서 가만히 있으면 생긴다. 평상시에 떨린다고 해도 막상 병원에 오면 힘이 들어가고 긴장해서 떨림이 안 생길 수 있다. 그런 경우는 보통 진찰이 끝나고 나갈 때 떨린다. 이제 끝났다 싶어 긴장이 풀어지면 떨림이 나타나는 것이다. 본인은 잘 모르는데 남들이 "왜 걸으면서 그렇게 손을 떨어"라고 관찰하는 경우가 있는데, 파킨슨 진단도 이와 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떨림은 안정 시 떨림이라든지 특정 상황을 유발해 주된 증상을 본다.
그 다음에는 걷는 모습을 본다. 다리를 끌거나 팔을 몸에 붙이고 걷는 임상적 특징이 나타나면 파킨슨병의 가능성을 예상해 다음 단계인 영상 검사를 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이 소실되어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뇌 안에 도파민 신경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핵의학과에서는 도파민 전달체 PET-CT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것은 도파민 신경이 정상적인지를 확인하는 검사로, 파킨슨 계통의 병에서는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파킨슨병은 한쪽에서 시작해 보통 양쪽으로 증상이 진행되는 단계를 거친다. 파킨슨병이 많이 진행되면 혼자 걷지 못해 보조 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심하면 완전히 누워 있는 와상 상태가 될 수도 있다. 파킨슨병은 증상에 따라 총 5단계로 분류한 '호앤야 척도(Hoehn and Yahr scale)'가 있다.
1, 2단계는 초기로 증상이 없거나 최소의 장애가 있는 상태이며, 3단계는 일어서거나 몸을 움직일 때 동작이 불안정하며, 일반 활동은 제한되지만 독립적인 생활은 어느 정도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4, 5단계는 말기로 서기와 걷기가 가능한 상태와 전적으로 외부에 의존하는 상태로 구분된다. 파킨슨병에서 단계는 시간적인 관계도 있지만 환자의 상태 자체를 표현하기도 한다. 현재 환자가 약을 안 먹고 있으면 3단계가 되었다가 다시 약물치료를 하면 2단계로 호전될 수 있다. 하루 중에서도 2단계와 3단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단계를 절대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치료법은 약물치료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안 되는 난치성 질환이지만 약물로 호전될 수 있다. 뇌 속에 있는 도파민 공장이 망가져서 생기는 병이기에 망가진 공장은 두고 남아 있는 공장을 최대한 열심히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도파민 전구물질부터 외부에서 공급하거나 도파민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약물을 주입한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은 도파민 전구물질인 레보도파(Levodopa)다.
레보도파는 뇌에서 도파민으로 전환되어 도파민 부족을 보충해 떨림, 느려짐, 뻣뻣함과 같은 증상을 완화한다. 다음으로는 도파민 효현제(Dopamine Agonists)가 있는데 이는 도파민 수용체에 작용해 도파민의 효과를 모방하는 약물이다. 이 두 가지가 대표적인 약물치료다.
일단 파킨슨병으로 진단되면 약물치료에 앞서 환자의 직업과 나이, 그리고 활동 여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파킨슨병 치료의 목표는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해나가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확실하더라도 너무 강한 약은 아껴두고 최소 용량의 약물을 사용하는 치료 전략을 짜기도 한다. 약물치료는 대부분의 파킨슨병 환자에게 매우 효과가 좋아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약물치료를 오래 하다 보면 이상 운동 항진증이나 약효 소진 증상이라고 불리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약물치료만으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단계가 되는데, 이때는 수술적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현재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적 치료는 뇌심부 자극술이다. 뇌심부 자극술은 뇌의 특정 부위에 전극을 넣어 지속해서 전기 자극을 주는 치료법이다. 뇌심부 자극술은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떨림이 약물치료로도 잘 안 될 때 시도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을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를 주의 깊게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도파민 용량 많아지면 기립성 저혈압 위험
처음에 약물을 사용하면 전신에 힘이 빠진다는 환자가 간혹 있는데, 이것은 도파민 자체가 약간 가라앉히는 듯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흔한 증상은 소화기 계통의 불편함으로 소화 장애나 메슥거림, 심하면 구토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약물치료 시에는 소화기 계통에 대한 약을 같이 사용하면서 용량을 조절한다. 도파민 용량이 많아지면 혈압이 떨어져 기립성 저혈압이 생길 수 있어 혈압을 주의 깊게 살펴 그런 증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약물을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약효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약 기운이 떨어져 움직임이 저하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약 기운이 너무 세면 오히려 과다하게 몸이 흔들거리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도파민 자체가 고령의 환자에게 과다하게 작용하면 환각이나 망상과 같은 정신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젊은 환자의 경우 도파민의 작용으로 충동 조절 장애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도파민 자체가 운동을 조절하는 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행복이나 기쁨을 추구하는 시스템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도파민이 과다한 작용을 하다 보니 자기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과다한 행동을 보이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을 조절하는 것이 의료진의 역할이다. 따라서 약물에 대한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충동 조절 장애 같은 경우는 가족을 통해 정보를 얻어 치료에 반영한다.
20년 전부터 파킨슨병 치료를 시작했고, 운동 기능의 증상뿐만 아니라 비운동 증상에도 관심을 가지고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퇴행성 뇌 질환의 특성상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랫동안 같이 가게 되어 있는데, 큐어(Cure) 하는 것이 아니라 케어(Care) 한다는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고 있다.
특히 고려대 구로병원은 2009년 파킨슨병센터를 개소해 신경과와 신경외과가 협업함으로써 외과적 수술의 필요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원스톱 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진을 통해 환자의 정서·심리적 상태를 고려한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환자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일련의 모든 노력이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상 파킨슨병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은 없다. 다만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당부한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는 속담처럼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근육량이 많으면 파킨슨병에 걸려도 근력을 유지할 수 있다. 파킨슨병 초기라고 해도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