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 증세 없는 당뇨병 콩팥병,
매년 소변과 혈액 검사로 대비해야
고려대 안산병원 신장내과 차진주 교수.
당뇨병이 원인인 만성 콩팥병 질환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예상된 현상이지만, 무엇보다 초기 자각 증세가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칠 위험이 크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장내과 차진주 교수를 만나 당뇨병 콩팥병에 대해 들어봤다. 차 교수는 만성 콩팥병 환자 관리와 투석 치료 전문가다.
11년 넘게 당뇨병과 사투를 벌여온 40대 여성 김여옥 씨. 의료진과 식구들의 각별한 관리 덕에 식이요법과 약 복용을 꾸준히 지켰다. 체중도 조절하고 혈당도 틈틈이 확인해왔기에 혈당 조절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다소 떨어진 콩팥 기능을 무시한 것이 화근이 됐다.
불편한 감이 없어 별다른 주의 없이 지나쳤다가 얼마 전부터 발목 주위와 다리가 붓고 신발이 작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거품뇨까지 보기 시작하자 아차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은 김씨. 결국 당뇨병 콩팥병 진단을 받았다.
당뇨병 콩팥병은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제1형 당뇨의 경우 당뇨병을 앓은 지 10년에서 15년 이내 발생하게 된다. 제2형 당뇨의 경우 진단 시기에 이미 콩팥병이 합병증으로 나타난 경우도 전체의 7~10%에 달한다.
콩팥의 중요 기능 중 하나가 혈액 안 노폐물 제거다. 정수기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걸러진 노폐물은 소변 형태로 체내에서 배출된다. 콩팥은 수분을 적절하게 제거하고 몸 안의 체액, 전해질, 산과 염기를 조절하기도 한다. 이외 혈압 조절, 호르몬 분비 등의 기능도 수행한다. 콩팥 기능은 갑자기 나빠질 수도, 서서히 안 좋아질 수도 있다. 콩팥 손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한다.
사구체는 콩팥에서 혈액을 여과하는 기본 단위로, 실타래처럼 동그랗게 뭉쳐진 작은 모세혈관 덩어리다. 정상 성인의 경우 하나의 콩팥에 약 100만 개의 사구체가 있어 양쪽을 합해 200만 개가량이 있다. 이것이 우리 몸의 필터 역할을 담당한다. 콩팥이 이 사구체를 통해 1분 동안 깨끗하게 걸러주는 혈액의 양을 사구체여과율이라고 한다.
정상 사구체여과율은 분당 90~120㎖ 정도로, 혈액검사를 통해 크레아티닌 값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콩팥의 건강 단계는 사구체여과율에 따라 나뉘는데, 90·60·30·15를 기준으로 1~5단계로 구분한다. 5단계는 사구체여과율이 15만 미만으로 개인의 콩팥 기능만으론 합병증으로 인하여 생명이 위험할 수 있기에 콩팥을 대신하는 이식, 투석 등의 신대체요법을 고려한다.
기능 손상돼도 자각 못하는 환자가 대다수
사람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흉터가 남는 것처럼 콩팥도 손상이 지속되면 흉터 조직인 섬유화가 진행돼 재생이 어렵다. 콩팥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적어 기능이 손상돼도 그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그렇다 보니 손상된 콩팥의 기능을 회복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 당뇨병과 고혈압은 콩팥병의 가장 주요 원인이다. 고령화와 서구화 식생활로 인해 만성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만성 콩팥병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진단 기준으로는 당뇨병 환자에게서 사구체여과율이 60㎖/min/1.73㎡ 이하로 감소하거나 단백뇨가 동반될 때 당뇨병 콩팥병으로 본다. 문제는 질환의 특성상 콩팥 기능이 손상돼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당뇨나 고혈압 합병증으로 이미 콩팥이 손상됐음에도 이를 자각하지 못하는 환자가 생각보다 많다. 투석이 필요한 5단계 또는 그 직전인 4단계에 이르러 당뇨병 콩팥병 진단을 받는 환자도 적지 않다. 다행히 최근엔 병원에서 정기적인 혈액 및 소변검사를 통해 당뇨병 콩팥병의 여부를 초기에 확인하는 환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조기 발견을 통해 적절한 관리와 치료가 이뤄지는 추세다.
소변검사에서 단백뇨(알부민뇨) 여부로 당뇨병 콩팥병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혈액검사의 크레아티닌(근육에서 만들어져 콩팥으로 배설) 수치를 통해 사구체여과율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아지면 사구체여과율은 감소한다. 다른 콩팥 질환을 동반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콩팥 초음파 검사를 실시해 영상검사로 구조적 이상 문제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백뇨 동반되면 당뇨병 콩팥병 의심
당뇨와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65세 이상 고령자나 만성 콩팥병 가족력이 있어도 그렇다. 콩팥 독성 약물에 노출되거나 급성 콩팥 손상 등의 병력을 가지고 있는 환자, 단일 콩팥, 요로 감염 또는 결석, 폐색 등 병력을 가진 환자도 만성 콩팥병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초기 진단 지표는 알부민뇨 수치다. 알부민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많은 단백질 중 하나다. 이 알부민이 소변에서 검출되면 알부민뇨라고 한다. 본래 알부민은 콩팥에서 걸러진 후 소변으로 일정 수치 이상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콩팥의 구조적 손상이 생기면 소변에서 알부민이 다량 검출된다. 정상 성인 기준으로 하루에 소변으로 나오는 알부민의 양은 30㎎ 이하다.
미세 알부민뇨의 경우 하루 30~300㎎ 정도 소변으로 배출한다. 하루 300㎎ 이상이 검출되는 현성 알부민뇨는 향후 당뇨병 콩팥병의 진행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조기 진단을 위해선 당뇨병 환자의 경우 매년 1회 이상 알부민뇨 검사와 사구체여과율 검사를 실시하는 게 좋다. 만약 알부민뇨가 나타나고 사구체여과율이 60 미만이라면 신장내과 진료를 권고한다. 국내엔 알부민뇨가 없는 당뇨병 콩팥병 환자도 많은데, 사구체여과율이 60 미만일 때 진단이 가능하다.
콩팥병의 단계는 사구체여과율에 따라 구분한다. 1단계는 사구체여과율이 90 이상으로 콩팥의 기능은 정상이지만 혈뇨나 단백뇨를 동반하며 콩팥이 손상된 상태다. 2단계는 사구체여과율이 60~89까지로, 콩팥 기능이 다소 손상된 상태다. 3단계는 사구체여과율이 30~59 사이로, 60 미만으로 감소한 수치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한다. 4단계는 사구체여과율이 15~29 사이이며, 5단계는 15 미만이다. 이땐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고려한다.
약물치료의 경우 혈당과 혈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혈당은 예방하고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는 당화혈색소(적혈구에 존재하는 혈색소에 포도당이 얼마나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를 기준으로 혈당을 관리하며 그 수치를 6.5% 이하로 조절한다. 그런데 만성 콩팥병 환자가 고령이거나 콩팥병이 진행되면 당화혈색소를 6.5% 이하로 혈당을 조절하는 경우 저혈당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는 개별적으로 혈당을 조절한다. 저혈당 위험이 낮은 경우에는 목표 당화혈색소를 7% 미만으로 정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선 6.5~8%까지 조절하기도 한다. 투석 환자는 출혈 등 다양한 원인으로 적혈구의 생존 기간이 짧아진다. 혈당이 높은 데도 당화혈색소는 낮게 측정되는데, 이때 공복혈당은 90에서 130㎎/㎗로, 식후 1~2시간 이내 최고혈당은 180㎎/㎗ 이하를 기준으로 삼아 혈당 자체를 측정하며 조절한다.
이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면 고혈압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당뇨병 콩팥병 치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고혈압 약제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나 안지오텐신II수용체차단제(ARB)는 알부민뇨를 감소시키고 콩팥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약물들은 고혈압이 동반된 당뇨병 환자에게 우선 사용하며 알부민뇨가 있는 환자에서는 고혈압이 없더라도 추천한다.
혈당·혈압 조절하고 콩팥 기능 손상 늦추는 치료
단순히 혈당이나 혈압 조절에 그치지 않고 콩팥 보호 및 심혈관계 합병증 예방을 목표로 하는 다각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혈당강하제인 SGLT2억제제는 질환 진행을 늦추고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 약물은 포도당 재흡수를 억제해 소변으로 배출하고 사구체 내압을 낮춰 콩팥 손상을 지연시킨다.
다만 비뇨기계 감염과 같은 부작용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 비당뇨병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도 사용할 만큼 효과가 좋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혈당 강하 효과와 함께 심장, 콩팥 보호에 효과를 드러내 콩팥 보호를 위한 병용 요법으로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혈당 위험이 낮고 체중 감소에 효과적이나 구토, 설사와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비스테로이드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도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줄여 당뇨병 콩팥병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투여 중 고칼륨혈증의 발생 가능성이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외 저염식, 단백질 섭취 제한, 금연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은 치료의 기본이 된다. 무엇보다 정기적인 혈액 및 소변 검사를 통해 콩팥 상태를 관찰하면서 의료진과 치료 계획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EDITOR: 김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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