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와 정밀도 높아진 로봇수술,
노인 암 환자들 회복도 빨라졌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강성구 교수.
최근 로봇수술이 크게 발전했다. 3차원 입체 고해상도 영상으로, 좁고 깊숙한 부위도 더 정확히 보며 수술할 수 있고 환자의 입원과 회복 기간을 줄였다. 수술이나 수술 후 회복력을 걱정하던 노인 환자들도 이제는 로봇수술에 대한 기대 수준을 높이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는 비뇨의학과 강성구 교수를 만나 로봇을 이용한 첨단 치료법과 환자의 수술 부담 등에 대해 물어봤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최근 아시아 최초로 최신 로봇수술 기기 다빈치5를 도입했다. 이 병원는 2024년 10월 로봇수술 1만례를 달성한 데 이어 첨단 의료장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환자들에게 더 안전하고 정교한 수술을 제공하고 있다.
로봇수술은 3차원 입체 고해상도 영상을 통해 의료진이 좁고 깊숙한 부위도 더 정확히 보며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첨단 기술과 장비가 결합돼 혈관이나 신경 등 미세한 구조를 10배 이상 확대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정밀한 수술법이 등장하자 환자 입원과 회복 기간도 줄었다.
기존 모델보다 수술의 정밀성과 효율성이 향상됐다. 특히 포스 피드백(force feedback) 기술이 도입된 것이 큰 특징이다. 이 기술의 도입으로 수술 도구가 신체 조직을 밀고 당기는 힘을 외과의사가 인지할 수 있다. 그동안 로봇수술의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던 촉감 부재를 개선한 것이다. 다빈치5에서는 말랑한 젤리를 누르는 압력과, 단단한 고무를 누르는 압력의 차이가 느껴진다. 연약한 조직을 다룰 때 좀 세게 당겨서 찢어지는 경우 등의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다빈치5는 수술 중 발생하는 연기를 제거해 시야를 계속 확보한다. 전기 소작기나 레이저 등을 이용해 조직을 지지면 연기가 나서 카메라를 잠시 가리는데, 이를 실시간으로 자동 제거하는 것이다. 또한 수술 중 환자의 복강 내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안전한 수술을 돕는다. 복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은 체내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수술 부위의 시야를 확보하는데, 다빈치5는 자동으로 이를 조정해준다. 또한 수술 절차가 더 개선됐고,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의사에게 더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해부학적 영상이 보다 선명해지고, 데이터 처리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전반적으로 더 빠르고 정확한 수술이 가능해진 것이다.
로봇수술을 대기하는 환자가 많은 상태여서 최신 의료기기 도입을 더 지체할 수 없었다. 최신 기기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로봇수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했다. 앞으로도 고려대 안암병원은 지속적인 혁신과 투자로, 환자 중심의 새로운 로봇수술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비급여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있다. 그러나 평생 한두 번 받는 매우 중요한 수술이고 수술후 회복도 빠르기 때문에 선택하시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다. 꼭 필요한 분들에게는 사회적 지원도 연계하고 있다.
신속한 수술로 환자 부담 덜어주는 로봇수술
고령 환자들은 마취나 수술에 대한 부담이 크다. 수술이 잘 끝나도 심장 협심증이 나타나거나,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는 등 대처해야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 상처나 감기만 해도 젊은 사람은 회복력이 빠른데 고령층은 다르다. 고령층은 내부 탄력도 떨어졌고, 체력도 약하다. 여러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많다. 수술은 피부뿐 아니라, 근육과 혈관도 잘라내고 꿰매기 때문에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그러니 더욱 최소 침습적으로 수술시간, 출혈, 통증, 감염 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전립선암 수술의 경우 시야를 확보해야 하니, 머리를 아래로 두고 하체를 올린 채로 수술한다. 힘든 자세로 수술 받기도 하니까 빨리 끝낼 수 있으면 좋다. 로봇수술은 입원 기간도 더 짧고 일상 복귀가 빠르다. 외과의사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 중 하나는 합병증 유무다. 비뇨의학과를 찾는 전립선암 환자를 예로 들면, 로봇수술로 하면 다른 경우들보다 요실금이나 발기부전과 같은 부작용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왔다.
남성생식기의 전립선암, 비뇨기의 침윤성 방광종양·신장암·요관골반 접합부 폐쇄·부신의 양성 및 악성종양, 부인과의 악성부인과질환·양성부인과질환·골반장기탈줄증, 식도의 식도종양, 기관지, 폐의 폐암 등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암과 같은 종양은 로봇수술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개복수술이 거의 사라진 분야도 있다. 앞으로는 복강경수술을 할 줄 모르는 외과의사가 더 많아질 것이다. 의사든 환자든, 더 좋은 수술법을 경험했는데 과거로 돌아갈까. 로봇 시스템을 이용한 수술의 범위는 더 넓어질 거다.
좁은 치골뼈 안에 깊숙이 있어 접근이 어려운 전립선암은 복강경으로 위에서도 접근해보고, 아래 고환과 항문 사이로도 들어가봐도 위치가 까다로울 때가 있다. 이런 경우도 로봇 팔은 좁은 부위를 쉽게 접근하고, 적합한 각도를 잡아 시야를 확보한다. 그만큼 수술 시간이 짧아지는 것이다.
잘 보이지도 않는데 감각으로 수술하는 것과 집도의가 보길 원하는 곳을 넓게 관찰하며 수술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로봇 카메라는 특수 광원을 내장해 어두운 곳에서도 명확하게 조명한다. 불필요하게 근육 등을 자르는 경우도 적다. 이 때문에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줄어든다. 외과의사의 손은 로봇 시스템에 고정돼 있으므로, 손 떨림도 안정적으로 제어한다.
복강경수술로도 잘 할 수 있지만, 로봇수술을 하려는 추세가 늘었다. 로봇수술을 선호하는 의사도 늘고, 환자 선택도 많아져 대기가 길다. 로봇수술은 일단 수술하는 외과의사가 덜 피로하다. 접근이 어렵거나 좁아서 잘 안 보이던 부분을, 크게 확대해 정확하게 관찰하며 수술할 수 있다.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결과가 더 좋고, 수술하기 수월하니 더 권하게 된다. 수술을 되도록 빨리 마쳐야 환자 부담이 덜어진다.
그런데 외과의사의 숙련도가 높아지는데 경험치가 필요하다. 복강경수술로 전립선암을 1시간 반 안에 끝내려면 오랜 학습기간이 필요한데 비해, 로봇수술로는 더 단기간에 그런 결과를 낼 수 있다. 전립선의 암을 제거하고 방광과 요도를 다시 이어줄 때, 복강경수술로 30분 이내에 마치면 흔히 '신의 손'이라고 한다. 그런데 로봇수술로는 5~10분이면 끝난다. 꿰매는 과정도 훨씬 정교하고 우수하다. 수술 시간이 단축되면 환자 회복이 훨씬 빠르다. 4시간 동안 수술 받은 것과 1시간 받은 것은 출혈양부터 다르다. 의사도 덜 피로하니 더 집중할 수 있다.
접근 어려웠던 부위에도 정밀 수술 가능
복강경수술은 긴 막대기로 수술하기 때문에 다루기가 어렵다. 또한 옆에서 다른 사람이 기구들을 잘 당겨줘야 하고, 복강경 카메라를 잘 조정해줘야 한다. 그런데 움직임이 내 마음 같지 않다. "여기를 이렇게 해주세요" 등 계속 말해야 하는데, 장시간 수술에 집중하다 보면 힘들다.
반면 로봇수술은 외과의사가 조이스틱으로 직접 원하는 위치와 각도로 카메라를 조정할 수 있다. 외과의사의 손가락 끝에 수술에 필요한 모든 장치들이 다 들어온 것과 같다. 로봇 팔은 꺾이는 각도가 사람 손목보다 크기 때문에, 작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것도 훨씬 쉽다. 반면 복강경수술은 수술 기구를 앞뒤로 움직이고 돌려서 위치한 뒤, 그 끝에 달린 집게나 소작기 같은 것을 손으로 조작하고 발로도 버튼을 누르며 쓴다. 움직임이 제한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로봇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피부 절개 구멍의 개수를 점차 줄여, 하나의 단일공만으로 수술하는 로봇 시스템들이 개발 중이다. 몸에 원래 있는 구멍들, 예컨대 콧구멍이나 질 등을 통해 수술 부위에 접근하려는 시도도 있다. 기존 내시경의 특장점을 결합한 로봇 시스템이 시험되고 있는데, 활성화되면 로봇수술 분야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연한 내시경이 장기 내부나 폐, 위, 대장 등의 곡선 구조를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다.
첨단 의술 표준화를 선도하는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
고려대 안암병원은 국내 로봇수술을 끊임없이 선도해왔다. 이 병원 로봇수술센터는 2007년 7월 문을 열었다. 그 이듬해부터 성과가 나타났다. 대장항문외과 김선한 교수를 중심으로, 수준 높은 로봇수술 기술을 선보여 미국과 싱가포르 등으로 역수출하기에 이르렀다.
로봇수술기기 다빈치를 개발·판매·교육하는 기업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고려대안암병원 김선한 교수팀의 직장암과 대장암 로봇수술을 표준 매뉴얼로 제작해 세계 각국의 의료기관에 배포하기도 했다. 직장암 수술은 좁은 골반강 안에서 이뤄져 시야 확보가 어려운데, 로봇수술의 3차원 입체 영상을 활용해 구조를 쉽게 파악하고 더 정교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이 병원의 로봇수술센터는 로봇수술의 표준화를 이끌었다. 많은 병원에서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지만, 몇몇 분야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 반면 고려대 안암병원은 비뇨의학과, 대장항문외과, 산부인과, 간담췌외과 등 여러 분야에서 로봇수술을 폭넓게 시행해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병원은 대장암, 직장암, 전립선암에 대한 로봇수술법의 표준을 초기부터 정립했다. 경구로봇 갑상선수술은 세계 최초, 로봇 근치적 방광절제술과 총체내 요로전환술은 아시아 최초이자 최다 기록을 세웠다. 흉터 없는 로봇 유방 재건술은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이 병원은 전문의, 전공의, 의대생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적극 제공하고 있다. 2010년 10월 로봇수술 트레이닝센터를 열고, 실제 로봇수술과 동일한 실습이 가능하도록 최신 장비들을 도입했다. 최근 다빈치5 또한 도입하였는데 로봇수술기기 사용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이들의 로봇수술에 대한 경험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 EDITOR: 이주연
- PHOTO: 박해윤,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