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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불꽃같은 운명을 맞은 여성들,
겨울 공연 2선에서 조명된다

'동장군'이 몰아치는 이번 겨울, 동양과 서양에서 굴곡진 역사 속에서 불꽃처럼 살다간 두 여성에 대한 뮤지컬이 공연된다.
19세기 말 조선의 명성황후, 20세기 초 마타하리. 예술 작품 속의 그녀들은 어떻게 평가될까. 국내에서 상연되는 뮤지컬을 통해 그녀들의 운명과 삶의 궤적을 음미해본다.

조선의 어머니인가, 망국의 근원인가 뮤지컬 '명성황후'

굴곡진 역사를 살아간 국모

왕비는 궁중 여성들을 다스리는 내명부의 수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궁 밖 사회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허나 이런 권력을 가진 왕비는 극소수였다. 대부분 왕비들은 유교문화 아래 최대한 몸을 낮추고 힘에 부치는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왕과 동반자적 입장에서 국정에 관여했던 왕비를 꼽으라면 명성황후 민씨(1851~1895)였을 것이다.

명성황후 공연 장면(1)
명성황후 2021년 공연 장면.

명성황후는 조선 왕조 26대 고종의 왕후로 서양 열강의 야욕과 어지러운 민심의 중심에서 혼돈의 시대를 맞아야 했던 비운의 국모다. 고종과 명성왕후가 러시아의 힘을 빌려 친일세력을 퇴치하려하자 일본은 다급해졌다. 1885년, 미우라 고로 공사에게 ‘여우사냥’이라는 작전명을 하사받은 일본 낭인들은 모두가 잠든 새벽 경복궁에 침입한다, 그러고는 국모 시해라는 만행을 저지른다.

국가적 아이콘으로 등극

생전에 고종은 그녀를 '뛰어난 정치·외교 전략가'라는 후한 평가를 내렸지만, 동시대와 그 직후를 살아온 이들은 그녀를 부정부패, 매관매직, 사치 등으로 조선의 국고를 탕진하고 사회 혼란을 초래한 왕비로 기록했다. '민비'라는 명칭에서 보듯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명성황후 공연 포스터
명성황후 초연 30주년 기념 포스터.
명성황후 공연 장면(2)
2021년 공연 장면.

조선 말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 그녀에 대한 평가는 1990년대부터 예술작품에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세계 뮤지컬의 본고장인 뉴욕과 런던, 로스앤젤레스에도 진출해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다. 이어 124부작 대하드라마 '명성황후'가 제작되자 국민적인 관심이 크게 치솟았다. 그녀는 '훌륭한 국모인 이 나라의 어머니'라는 국가적 아이콘으로 오르기도 했다.

초연 30주년 기념 공연

뮤지컬은 조선의 마지막 왕후인 민자영이 1866년 고종과 혼례를 올리고 중전으로 등극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마지막 피날레에선 부활한 명성황후가 한국의 미래를 축복하며 대단원을 장식한다. 일본의 회유, 협박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조선을 수호하기 위해 헌신하는 그녀가 비극적 운명을 의연하게 맞는다. 시해당하면서도 조국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이는 장면은 명성황후가 영웅으로 묘사되는 듯하다.

뉴욕 객석 사진
1997년 공연 당시 뉴욕 객석 사진.
명성황후 공연 장면(3)
1995년 공연 장면.

2025년은 뮤지컬 '명성황후'의 초연 30주년을 기념하는 해다.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김소현-신영숙-차지연의 역대급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또한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섬세한 연기와 독보적인 목소리로 큰 사랑을 받아온 배우 강필석이 고종의 역할을 맡는다.

  • 일정 2025년 3월 30(일)까지(매주 월요일에는 공연 없음)
  •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시간 인터파크(1544-1555)

비련의 스파이 태양의 눈동자 뮤지컬 '마타하리'

제1차 세계대전 회오리에 휩쓸린 무용수

무용수 마타하리(1876~1917)는 적과 내통한 스파이라는 죄명으로 파리 외곽에서 총탄에 쓰러졌지만 아직도 스파이보단 비련의 주인공으로 회자가 된다. 이국적인 흑발과 검은 눈동자 때문에 무용수로 데뷔하며 마타하리는 자신을 자바인 혼혈아로 소개했지만 그녀는 마그레타 젤러라는 이름을 가진 평범한 네덜란드인이었다.

그녀는 19살에 20여살 차이 나는 장교와 결혼해 인도네시아 자바섬으로 갔다. 그곳에서 폭력적이고 여성편력이 심한 남편과 이혼하고 유럽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마타하리(인도네시아어로 낮의 눈동자 즉 태양)를 예명으로 본격적으로 무용수로 무대에 선다.

마타하리 공연 포스터
마타하리 공연 포스터.
마타하리 공연 장면(1)
마타하리 2022년 공연 당시 주인공 연기 장면.

고난도 기술은 아예 포기하고 나체에 가까운 이국적인 의상을 입고 자바섬에서 익힌 제례 동작위주로 공연했다. 1905년 파리의 물랑루즈 홀이 개장하자 마타하리는 관능적 동작으로 관객을 매료시키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다. 여세를 몰아 자연스럽게 프랑스 정계인사들과 교류하며 프랑스 상류사회에 드나든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비밀리에 프랑스 수뇌부들에게서 정보를 빼내려던 독일 정부는 마타하리를 거금으로 매수한다. 그런데 마타하리의 스파이 행각은 프랑스 정부에 꼬리를 밟히고 이번에는 프랑스에 이중스파이로 고용된다. 결국 독일도 그녀의 이중스파이 신분을 알아차린다. 독일은 일부러 거짓정보 암호를 송출하고 프랑스 정부는 이를 두고 마타하리가 여전히 독일편이라고 확증한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마타하리를 총살형에 처한다. 마타하리는 인체해부용으로 자신의 유해를 기증한다는 유언을 남긴다.

뮤지컬로 재탄생된 마타하리

EMK뮤지컬컴퍼니는 2016년 한 세기 전 마타하리의 유언에 착안해 그녀의 스토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조명했다. 뮤지컬은 '파리 해부학 박물관이 비밀리 보관하던 마타하리 머리가 갑자기 사라진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마타하리 공연 장면(2)
마타하리 공연 장면(3)

2022년 공연 장면.

마타하리는 매혹적인 춤으로 전쟁의 아픔마저도 잊게 만드는 당대 최고의 무희였지만, 뮤지컬은 그녀가 화려함에 이면에 감춰진 상처로 고통 받은 한 여인이었음을 조망한다. 당시 사치스럽고 화려한 프랑스 사교계를 고스란히 무대에 옮겨와 뮤지컬은 아름다운 볼거리를 선사하지만 동시에 서스펜스로 식은땀을 쥐게 한다. 다양한 의상과 소품은 마타하리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 1세기 전 유럽으로 인도한다.

  • 일정 2025년 3월 2일(일)까지(매주 월요일에는 공연이 없음)
  •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 예매 인터파크(1544-1555)
  • EDITOR: 황승경
  • 이미지 제공: 에이콤,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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